[김수경박사의거지10계명] 밥 담고 국 담고 반찬 담으면 그만
[김수경박사의거지10계명] 밥 담고 국 담고 반찬 담으면 그만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3.1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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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왕 김춘삼이 거지 지망생들에게
‘거지 10계명’을 숙지시켰는데
거지보다 못한 사람들이 우글대는
우리 세상에서 교훈으로 삼아볼 만

김수경 박사의 거지 10계명

<1> 깡통 하나만 가져라

1999년 거지왕 김춘삼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드라마 ‘왕초’에서 김춘삼 역을 한 차인표와 김춘삼 옹.
1999년 거지왕 김춘삼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드라마 ‘왕초’에서 김춘삼 역을 한 차인표와 김춘삼 옹.

“어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저얼~ 씨구 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지금도 유투브나 놀이마당을 통해 품바로 알려진 각설이타령은 세상을 풍자하는 해학과 측은함이 농축된 노래로 6.25전쟁 전후 사회가 극도로 혼란 하고 가난이 극심해 먹고 살기가 어렵던 시절의 애환이 담긴 타령이다.

그 시절 서울 정릉골에 거지 소굴이 있었는데 그 소굴의 왕초는 김춘삼. 세상에서는 그를 거지왕으로 불렀다. 그의 출신 성분과 과거에 대해 루머와 억측이 분분했는데 과거 지주의 아들이었다느니, 대학을 중퇴 했다느니, 골목을 주름 잡았다느니…. 그러나 그의 과거에 대해 딱부러지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언행과 인품으로 보아 어느 정도 학식도 갖추었고 기골 또한 장대하고 인물 또한 귀공자처럼 헌출하고 귀티가 있어 가히 거지 왕초의 위상에 걸맞는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과거나 외모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는 비록 거지의 신분일망정 눈동자가 살아있고 뚜렷한 인생관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 거지가 되겠다고 소굴로 찾아오는 거지 지망생들에게나 가끔씩 자기 휘하의 거지들을 모아 놓고 소위 ‘거지 10계명’이란 것을 가르치고 숙지 시켰는데, 오늘을 살면서 우리 사회에는 거지만도 못한 사람들이 세상을 좌지우지 하면서 우글거림이 안타까워 차라리 거지 10계명을 교훈으로 삼아 사는 것이 좋으리라 싶어 독자들에게 옮겨 본다.

거지 왕초 왈. 첫째, 깡통 하나만 가져라!

거지의 전 재산은 오직 깡통 하나면 되나니 깡통 하나에 밥 담고 국 담고 반찬 담으면 되는 것이다. 거지의 식성은 주는 대로 먹는 것이니 온냉불고 즉 찬밥 더운밥 가리지 말라. 그리고 청탁불고, 깨끗하고 더럽고를 가리지 말고 깡통에 담기는 대로 대강 섞어서 먹어라. 기갈이 감식이니라.

아침 저녁은 밥을 빌고 한낮에는 동냥을 해야 되니 아침에 벌은 밥이 남거든 배가 터지도록 점심까지 견디게 밥통(위)을 채워라. 그래야 낮에 동냥할 때 깡통을 유용하게 쓰느니라.

동전을 구걸 할 때에도 손을 벌려 받지 말고 꼭 깡통을 들이 밀어 받아라. 짤랑하며 담겨지는 소리도 퍽 유쾌하니라.

그리고 깡통을 수족보다도 소중히 간직해야 되나니 재산목록 1호일 뿐 아니라 거지의 목숨 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잘 때에도 꼭 머리맡에 모셔놓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살피기를 잊지 말라.

구걸을 하러 바삐 뛸 때에도 마구 휘두르거나 떨어 뜨려서는 안된다. 꼭 오른쪽 손아귀에 힘을 꽉 쥐고 다녀야만 된다. 혹 피곤하여 길거리에서 휴식을 취할 때도 땅바닥에 놓지 말고 꼭 무릎위에 모셔라.

장타령 할 때 ‘품바’의 박자를 맞추기 위해 깡통을 두드릴 때도 한쪽만 심하게 찌그러지지 않도록 살펴 두드릴 지어다.

거지 동지들이여! 알갔나?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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