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토종은 어디에 있는가?
[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토종은 어디에 있는가?
  • 정숙자 문학박사
  • 승인 2021.08.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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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유입된 종의 개들이
가족의 일원으로
함께 사는 것이 당연시되는 요즘
우리 토종견들은 어디에 있는지...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검둥개, 우리 집 ‘산이’가 뛰어오고 있다. 멀리서 차 소리가 나면 산이는 언제나 반가운 소리를 낸다. 하울링을 하며 우리를 맞이한다. 나는 차에서 내리면서 “산아”하고 부르면 뭉쳐진 꼬리는 태극기가 바람에 날리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그 모습이 예쁘고 귀여워 또 이름을 부르면 금방이라도 목줄을 끊어내고 달려올 기세다. 산이는 우리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개다. 어린 강아지였을 때는 딸아이가 방안에서 잠시 키운 적도 있었다. 지금은 너무 커져서 어른 개가 되었다. 나는 산책을 갈 때면 늘 옆에 데리고 나간다. 혼자 가기는 무섭기도 하고 종일 묶여있는 산이가 안쓰럽기도 해서 산이와 동행을 한다. 더 큰 이유는 나를 무언가로부터 지켜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산이는 내 옆을 잠시도 떠나지 않는다. 아마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하는 애정관계인 것 같다. 의리 없고 뒷담화를 일삼는 사람보다 낫다. 오직 내 편에 서있는 산이는 오늘도 이름만 불러주면 달려온다.

정작 그런 산이도 우리 토종개는 아니다. 추운 나라에서 건너온 것으로 여름을 몹시 힘들어했다. 여름에는 제 나라가 얼마나 그리운지 늘 머리를 제 고향 쪽으로 들고 혀를 길게 내밀고는 씩씩거린다. 자신의 조상들이 살던 고향을 이미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우리의 토종개들을 멀리하고 기억에서 지워내고 살고 있듯이 말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집집마다 항구니 백구니 바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누런 개들이 많았다. 어느 정도 덩치도 있고 어딘지 약간 어리숙하고 순박해 보이던 그 개들은 지금 찾아보기가 힘들다. 집에서 키우는 개들은 외국에서 들어온 것들이 많고 그 중에도 변종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앙증맞고 귀여움은 덤이고 예쁘고 영리하다. 그들은 자신들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을 수도 있겠다. 같은 집에서 침대를 공유하고 딸과 아들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지고 아프면 병원을 가고 죽어서도 사람처럼 납골당에 간다. 사람과 다른 것이 없으니 오히려 사람 속에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람들의 정과 그 그리움에 허기를 많이 느끼고 있는 것이 그 원인일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들이 어느 날 문득 낯설게 느껴지고 사람과의 간격이 전혀 좁혀지지 않을 때 우리는 반려동물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집으로 들인다. 그네들의 선택이 아닌 오로지 인간들의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선택으로. 그런 선택이더라도 끝까지 그 정을 의리로 지켜낸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나의 삶이 외로움이나 허전함에서 벗어난다면 서로 상부상조 하는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고 본다.

나는 산이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토종개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여름의 찜통더위에 지쳐서 이런 고차원적인 의문이 생긴 것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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