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여론조사의 허와 실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여론조사의 허와 실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1.08.3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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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은 물론, 일반 유권자들도 자신들이 관심을 갖는 유력 후보들의 지지율이 발표될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지층과 정당에 따라서 일희일비가 교차하는 곳이 요즘의 정치판이다. 우후죽순처럼 시도 때도 없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발표임에도 언론매체들은 마치 경쟁하듯 실시간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내보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 차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기간이 동일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조사기관에 따라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서로 엇갈리게 나오는 경우를 놓고 여론조사 불신론에 무용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도대체 어느 조사가 정확하고 어디를 믿어야 하는지 묻는 이들도 많다. 연일 헷갈리는 결과 발표에 심지어는 피로감까지 토로하기도 한다.

조사기관에 따라 들쭉날쭉 달라지는 여론 결과,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 하고 또 왜 그런 결과가 나오게 될까? 여론조사가 잘못된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틀린 것이 아니라 ‘조사 방식에 따라 다르다’고 하는 것이 정답이다. 국내에는 20여 군데의 여론조사기관이 정치분야 여론조사를 자체적으로 또는 외부의 의뢰를 받아 실시하고 있다. 이들 조사기관의 여론조사는 질문방식, 질문지의 구성, 응답률의 차이, 실시 시기 등 다양한 가변요소에 의해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즉 전화 직접 질문이냐 ARS냐에 따라 달라진다. ARS쪽이 정치관심도가 높은 그룹의 응답이 많다. 다음은 주관식이냐 객관식이냐에 따라 또 달라진다. 정치 관심도가 낮은 그룹이 주관식에 답을 잘하지 않는다. 세 번째 가변요소는 응답률이다. 대부분 1천명을 기본 응답자 규모로 설정하고 조사를 실시하는데 응답률이 비교적 낮다는 점이다. 전화면접은 10%, ARS는 최소 7~8%는 넘어서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4~5% 안팎이고 심할 경우 1.4%인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신뢰도에 크게 영향을 준다. 조사 시점, 즉 평일과 주말이 다르고 오전과 오후에 따라 또 응답계층이 달라진다. 여기에다 가중치 조정까지 들어가면 조사 결과는 더욱 차이를 보인다.

여론조사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역선택’이라는 함정이다. 쉽게 얘기해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조사 대상자가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고 설문조사에 대답해놓고 특정인물에 대해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인물이 아닌 상대당의 인물을 지지한다고 응답을 하는 경우다. 이렇게 될 경우, 자칫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할 여론조사가 왜곡되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 ‘역선택’의 이같은 속성 때문에 여론조사가 불신론과 함께 음모론 그리고 조작설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 그런 결과가 작동해 정치 판도를 바꾼 일도 있었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역선택’을 둘러싸고 후보 간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석열, 최재형 후보는 역선택의 배제를 주장하고 있고 홍준표, 유승민 후보는 역선택의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여론조사는 조사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다양한 가변요소에 따라 그 결과는 천변만화하고 허와 실이 동시에 작동한다. 여론조사의 속성을 알고 나면, 적어도 특정 순간의 수치비교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특히 정치인에 대한 지지율 여론조사 분석은 시계열 즉 여론조사 결과의 긴 흐름, 즉 전체적인 추세가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언론의 뉴스 보도 또한 특정 시점의 단순 지지율 결과를 내보내기보다는, 같은 여론조사기관이 특정한 기간 동안 실시한 같은 주제의 여론조사 결과가 어떤 추이를 보이는지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바로 울고 웃을 일이 아니다. 긴 흐름을 보아야 하는 것이 정치인 여론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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