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박사의거지10계명] 빼앗지도 말고 속이지도 말라
[김수경박사의거지10계명] 빼앗지도 말고 속이지도 말라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3.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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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야박해 주지 않을 때에도
인내심을 발휘할 뿐
구걸하는 것은 공짜이나
베푸는 이에게 공짜가 되지 않게

김수경 박사의 거지 10계명

<2> 도둑질 하지 마라

우리의 직업은 도둑놈들과는 질이 다른 직업이다. 우리 거지는 누구 것을 빼앗지도 않고 누구를 속이지도 않는다. 우리 거지는 주는 것을 받는 떳떳한 직업이다. 줄 것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다만 세상인심이 전쟁으로 인하여 야박해 져서 간혹 어떤 사람은 안 주거나 또는 줄 때도 힘을 들이고 진을 빼는 경우는 있으나, 우리는 그러할 때도 인내심을 발휘할 뿐이다.

인명은 재천인데 생으로 굶어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동냥을 줄 때까지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세상만사가 힘 안들이고 되는 일이 있는가? 설령 삼순구식(三旬九食)도 못해서 배고픔에 환장을 해도 남의 집 수챗구멍에 밥풀 하나라도 거들떠 봐사는 안된다. 절대 곁눈질을 해서도 안된다. 도둑놈들과 우리 신성한 거지의 다른 점이 바로 이 점이다. 이해를 돌보지 말고 물욕에 유혹되지 말며 지극히 양심적인 거지의 직업에 긍지를 가져라. 거지 동지 여러분! 알갔나 앙!?

제3조. 병신 바보처럼 구걸하라.

사실 자존심상 이 대목만은 이야기 안 하려 했는데 생업에 중요한 테크닉 문제이니 이야기 안 할 수도 없고…. 구걸하는 주제에 무슨 할 말이 있느냐고 할 지 모르나 그렇지 만은 않다. 왜냐하면 구걸은 미덕이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거지 주제에 운운하며 육갑을 떤다고 비웃겠지만 그런 말에 개의치 말라. 우리가 구걸을 할 때 상대방은 쾌감을 갖는다. 간혹 꼴보기 싫어 "처먹고 떨어져라" 하고 욕지거리를 해도 그는 스트레스를 한번 푼 것이다. 우리는 그 스트레스의 대가를 받는 것이다.

더구나 그들에게 못나게 바보처럼 행세해서 그들의 위신을 상대적으로 치켜 올려주고 그들에게 우월감을 제공해 준 것이다. 그러니 밥 한술 줍쇼~ 오~, 한푼 줍쇼~ 오~, 할 때는 온갖 바보스러운 행동을 하라.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는 힘없이 땅 밑을 보며, 수족은 중풍병 걸린 사람처럼 삐딱하고 어정쩡하게, 그리고 두 팔은 서리 맞은 병아리처럼 웅숭거리며 슬픈 목소리로 아주 측은 한 목소리로 구걸하라. 불쌍해서 안주고는 못 배기도록 겸손하고 애절하게 호소하라.

그렇게 쾌감이 가도록 서비스해도 안 되거든 십팔번을 발회해 "품바"를 부르라. 그래도 나오지 않거든 눈알을 까뒤집고 병신춤을 추든가, 저마다의 특기를 발휘하라. 구걸의 대가를 꼭 제공하라. 우리가 구걸하는 것이 공짜는 공짜인데 생판 아주 공짜는 아니니라. 세상 천지에 공짜가 어디 있다더냐? 거지 동지 여러분! 알갔나?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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