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잔잔한 바람처럼 가을이 왔다
[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잔잔한 바람처럼 가을이 왔다
  • 정숙자 문학박사
  • 승인 2021.09.0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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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에는
기억에서 멀어졌던 추억들을 찾아보련다
욕심을 더 고집하는 미련과도
이제는 작별을 하려 한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기억에서 벗어나 있던 가을이 내게로 들어선다. 언제나 정확한 세월의 중심에서 손님처럼 또는 친구처럼 가까이에 있었다. 무더운 여름과 싸우고 있을 때도 가을은 기억에서 멀어져 있었을 뿐 그 자리에 그렇게 서서 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의 변덕이 나의 소홀함이 가을을 잊고 지냈을 뿐이었다.

제법 아침·저녁에는 상쾌한 바람도 있고 간혹 쌀쌀한 기운마저 감돈다. 어김없이 하나의 소홀함도 없이 계절은 그렇게 바뀌고 다른 이름으로 오고 있지만 그 변화를 굳이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냥 소리 없이 조용히 우리 곁에 서 있을 뿐이다. 그렇게 오고 나서야 우리는 깨닫는다. 가을이 있었음을. 우둔한 우리들은 시끌벅적한 장터 모양 오고 감을 소리 내고 있는데 거대한 시간의 테두리는 언제나 묵묵하다.

소리 없는 세월의 흐름은 아우성보다 크게 들린다. 그 변화도 묵직하다. 대자연은 흐름을 유지하면서 끊어내고 이어감을 단호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무더운 여름의 열기를 흘려보내고 선선한 바람을 맞이하고 또 그렇게 가을이라는 한 계절을 보낼 것이다. 우주가 생긴 날부터 되풀이되었던 이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주가 생긴 날부터 윤회를 계속하면서 연속되었던 이 삶들을 놓지 못하고 연연해하고 사람에 대해서 물질에 대해서 욕심을 쌓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덜 성숙되어져 그런 것인지 아니면 몇 번의 더 윤회를 거듭해야 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조금씩 물욕은 멀어져도 될 것이고 사람들에 대한 극진한 애정도 식어도 될 것을 아직도 청춘 마냥 모든 것을 내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몸은 나이만큼 지쳐 가는데 이 대중없는 욕심은 자꾸만 자라고 있으니 이를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이번 가을에는 나의 기억에서 멀어졌던 추억들을 찾아보려고 한다. 가까운 추억은 소환이 가능하겠지만 멀어져 버린 기억은 찾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아쉬운 마음 비워내고 오늘 좋은 기억을 만들어서 추억 공간에 넣어두면 된다. 미련이라는 것과도 이제는 작별을 해야 할 것이다. 이 미련이 남아서 욕심을 더 고집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성큼 다가선 가을바람이 고맙고 좋은 만큼, 지금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생활을 해야겠다. 가을아, 고마워. 살아 숨 쉬는 나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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