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프레임 대 프레임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프레임 대 프레임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1.09.15 1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정치판에서는 대중의 사고를 먼저 장악하는 쪽이 승리한다. 일반인의 생각에 특정한 내용의 프레임을 짜서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면 사고의 개념이 좀처럼 벗어나질 못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 이른바 프레임 전략이다. 선거시즌에 상대방 후보에 대한 비방이나 공격을 통해 상대방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반대급부를 노리는데 매우 유용한 전략 중의 하나다. 유권자들의 표심은 진실이나 좋은 대안과 해결책, 장기적 비전 등 이른바 정책적 덕목보다는 인성, 진정성, 신뢰, 정체성, 부도덕 등 감성적인 요소에 휩쓸리기 쉽다는 점을 이용해 상대방을 선제공격함으로써, 다시 말해 이를 접한 사람의 사고의 틀에 먼저 자리 잡음으로써 정치적 승리를 노리는 수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몇 건 있다. 2017년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 당 후보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 측의 ‘MB아바타’라는 프레임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다 벗어나질 못해 결국 지지율 제고에 실패했다. 2002년 대선에서는 남로당원으로 장기 무기수였던 노무현의 장인에 대한 이인제 후보의 공격에 노무현 후보는 ‘장인이 했던 일을 사위가 책임지란 말이냐 그렇다면 마누라를 버리란 말이냐’라는 대응으로 프레임을 벗어났다. 대표적인 프레임은 김대업의 이회창 후보 아들에 대한 병역비리 은폐 주장이다. 두 번이나 출마했던 이회창 후보는 이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해 결국 낙마했다. 지난 4월 서울시장 선거 때는 ‘생태탕’과 ‘페라가모’가 등장해 오세훈 후보를 괴롭혔다. 천안함 폭침이 이명박 정부의 조작이라든가,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의 7시간 음모론 역시 프레임에 해당된다.

지난 며칠 사이 야당의 유력한 윤석렬 후보에 대한 여권의 프레임 공세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X파일과 종로 중고서점의 벽화 등을 통해 프레임을 구사해 보았지만 별무효과로 이어지자, 이번에는 고발 사주 의혹을 프레임으로 들고 나왔다.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의 제시 하나도 없이 ‘추정된다면서 관계를 밝히라’고 촉구하는 인터넷 매체의 보도가 프레임의 불을 붙이자, 순식간에 여권의 파상공세와 검찰과 공수처를 동원한 발 빠른 수사로 사안이 확대됐다. 여기에다 제보자의 공익신고 논란과 신상털기, 그리고 국정원장까지 소환되는 등 속된 말로 뒤죽박죽 혼란상을 연출하고 있다. 윤 후보 측이 국정원장의 국정 농단 사건으로 몰아 맞대응하자 박지원 국정원장은 같이 ‘같이 술도 많이 마셔놓고 입 다무는 게 유리하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자 윤 후보는 다시 ‘술 마신 적 없으니 까려면 빨리 까라’고 또 맞대응이다.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프레임 대 프레임이 맞서고 있다. 국정원을 개혁한다면서 그 난리를 쳤던 정부가 작년 12월 국내 정보수집 금지한 조항을 슬며시 삭제한 바 있다. 자칫 실제 국정원장 대선 개입 사건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고발사주 의혹 논란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진 모르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제기된 의혹에 대해 당하는 쪽에서 일일이 대응하다보면, 개미지옥처럼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진다. 대중의 사고를 먼저 장악당했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에 비해 지금의 프레임은 임팩트가 많이 약해졌다. 미디어 환경이 열악하고 또 전파속도가 느렸던 과거에는 이회창 후보처럼 김대업의 사기 행각이 밝혀졌을 때 선거가 이미 끝난 뒤였지만, SNS가 주도하는 지금의 여론 시장은 여건이 매우 다르다.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미디어 대표와 제보자의 신상 그리고 관련자의 언행과 배경 더구나 거취에 절대 보안이 요구되는 국정원장의 행각까지 리얼타임으로 털려나온다. 프레임의 진위 여부가 곧바로 판명된다. 프레임은 통상 약한 쪽에서 강한 상대에게 주로 쓰는 수법이다. 현재 여당이 과거 야당 시절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던 투쟁수단이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은 역대 정치사상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프리미엄과 힘을 갖게 된 여권이 고발사주 의혹을 빌미로 일제히 야당후보에게 집중포화를 퍼붓는 모습이 한편으로 볼썽사납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