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그만두겠다는 중1 아들과
8년간의 시드니 이민생활
그 웃고 운 날들이
하늘이 유난히 새파란 날이면
여전히 그곳이 그립다
“
하늘이 유난히 새파란 날은 문득 시드니가 참 그립다.
2006년은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다. 이제 막 14살이 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폭탄선언에 우리 세 식구는 새로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중 1짜리가 학교를 그만 두겠다고 한 것이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주변 사람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우리는 이민을 결심했다. 내 반드시 내 아들을 고등학교는 졸업시키리라는 큰 결심과 함께 시드니행 비행기를 탔다.
시드니를 선택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보통의 아줌마 들이 그렇듯이 철학관 몆 군데를 갔고, 그곳에서 남쪽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와 내가 가 본 시드니의 아름다움에 그곳으로 가자고 결정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이미자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다. 공항에 누가 마중을 나오는 지가 이민생활의 직업을 좌우한다.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처음 정착한 동네에 나에게 말을 걸어준 한국 사람이 하고 있었던 일을 우리가 소개받아서 난 홈스테이, 남편은 운수회사를 다니게 됐다.
그렇게 시작되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만 8년 동안 우리 가족은 시드니에 살았다. 26 wedd st.Croydon. 잊혀지지가 않는 8년간 살았던 집주소다.
역시나 그곳에서도 아들과의 전쟁, 돈과의 전쟁 이었다. 아침에 학교가라고 깨우는 것부터 학교 정문 앞에 내려주고 오면 뒷문으로 도망가는 아들 때문에 학교에 불려가기 일쑤였다. 잦은 결석으로 학교에 결석계를 내야 될 때는 그곳에 있는 한인 병원은 다 다녔었다. 내과, 한의원 등등 처음에는 안된다고 소견서를 써주지 않던 분들도 간곡한 부탁에 결국 들어 주셨고, 나중에는 “오늘은 어디가 아플까요?”라며 이해해 주시기도 했다.
Ashfield boys high school이 아들이 다녔던 학교다. 그 학교엔 한국인은 많지 않았고 중국 아이들 베트남 인도 레바논 그리고 호주아이들이 다녔던 공립학교였다. 아들은 그곳에서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band 리드보컬을 하고, 교육청 자선행사에 참여해 학교를 위한 장학금도 받아오기도 했다. 덩치가 유난히 큰 레바니스 아이들이 많이 있었던 학교에서 축구팀 캡틴을 하며 그해는 시드니 전체고교 축구대회 4강까지 올랐다. 아들은 정말 멋지게 시드네에서의 학창시절을 보내 주었다.
한해 한해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들의 모습은 힘든 이민생활을 점점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은 하루 종일 설랬다. 마지막에 아들이 band랑 westlife의 ‘you raise me up’이란 노래를 부를 때는 눈물이 흘렀다. 참 울기도 많이 하고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그날 하루 만에 모든 게 사라자고 기쁨만이 남은 날이었다.
집안 살림도 잘못하는 빵점짜리 주부였지만 그곳에서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시작했던 홈스테이와 유학원 일도 점점 익숙해져 갔다. 영어를 전혀 못하지만 점점 알아들을 수는 있었고, 특유의 아줌마의 깡(?)으로다 어지간한 의사소통도 점점 편해졌다. 또 다시 배운 게 ‘불가능은 없다’ 이다.
처음 3년은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랐다. 4년쯤 지나니 봄이면 피는 자카란다가 얼마나 설레게 하는지 눈에 들어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코끝을 두드리는 산소 내음이 얼마나 달콤한지, 말갛게 떠오르는 태양이 얼마나 눈이 부신지….
난생 처음으로 시드니에서 김치를 처음 담가 보기도 했다. 선셋이 너무나 아름다운 비치에서 소라도 따서 구워 먹기도 하고, 주말이면 휴대폰이 터지지도 않는 곳에서 캠핑도 다녔다. 교포들로만 구성된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서 한국얘기를 하며 또 그들과 가끔은 모국을 그리며 하면서 보냈던 거 같다.
지금도 눈만 감으면 선명한 기억들로 채워진 그곳 시드니에서 우리 가족은 그렇게 8년을 보냈다. 매년 12월 31일 이면 어김없이 TV에 나오는 시드니 하버 브릿지의 불꽃축제를 보며 엊그제 그곳에 있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시드니.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핑 돈다. 본다이 비치, 아이스버그 와슨베이, 도일즈 달링하버, 시푸드 플레이트 써리힐, 타이 레스토랑 록스, 레벤호프, QVB빌딩 지하의 꿀땅콩, 주말이면 월드 스퀘어 주변의 버스킹 악사들….
아직도 내 아름다운 40대는 그 곳에 있다.
잘견뎌내었고 잘해내었다.그라고 명수참 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