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전 진주시장, 재단 만들어 건설사들로부터 수억원 모금
이창희 전 진주시장, 재단 만들어 건설사들로부터 수억원 모금
  • 한송학 · 강정태 기자
  • 승인 2019.04.0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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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중***, 흥***** 등 10개 건설사로부터 총 3억 6000만원
돈 낸 건설업체들 모두 아파트 허가 등 진주시와 이해관계 존재
박근혜 전 대통령·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사건과 유사 구조
법조계 “시장이라는 지위 이용한 포괄적 뇌물죄 가능성” 전망

이창희 전 진주시장이 재임 기간 재단을 만들어 건설업체들로부터 수억 원을 모금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기부금의 성격이 대가성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창희 전 진주시장이 재임시절 이사장으로 있었던 재단에 기부를 한 건설업체들. 사진은 진주시청 홈페이지 갈무리.
이창희 전 진주시장이 재임시절 이사장으로 있었던 재단에 기부를 한 건설업체들. 사진은 진주시청 홈페이지 갈무리.

특히 이 전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달리 자신이 만든 재단에 직접 이사장직을 맡고 있었으며 진주시의 자금도 재단에 출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파악한 재단에 돈을 갖다 준 건설업체들은 모두 기부금을 낸 시기를 전후하여 진주시와 아파트 허가 등 현안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이창희 전 시장이 재임 중 모금한 돈이 포괄적 뇌물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필요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이 운영한 재단에 삼성, 롯데그룹 등이 기부금을 낸 것을 이유로 법원의 1심과 2심에서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받아 유죄를 받았다.

또 문재인 정부 들어와 청와대 초대 정무수석이었던 전병헌 전 수석도 국회의원 시절, 스포츠 재단을 만들어 업계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것이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은바 있다.

문제의 재단은 이창희 전 진주시장 자신이 재임 중이던 2015년 10월 만든 ‘진주시 복지재단 좋은세상’이며 이 시장이 직접 초대 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5일 진주시에 따르면 이창희 전 시장이 재단의 이사장을 맡은 기간은 2015년 10월 2일부터 2017년 10월 15일까지이다.

이 기간 재단은 진주시내 주요 기업과 개인들로부터 많게는 수억 원까지 기부를 받았는데 대형 공동주택을 건립한 건설사들로부터 총 3억 6000만 원 이상 기부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유사한 형태의 실제 기부금액은 3억 6000만 원을 크게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희 시장이 재단의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기부금을 낸 대표적 건설사는 지역 향토 건설사인 대***로 2017년 1월 21일, 같은 해 6월 30일 등 모두 2차례에 걸쳐 총 1억 원을 재단에 갖다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이 시기에 진주시내에서 아파트를 추진 중이었는데 아파트 세대수를 늘리려는 자신들의 요구를 진주시가 들어주지 않아 사업추진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게 당시 업계에서는 잘 알려졌다.

또 이 시장 재임 중에 진주시 혁신도시에서 아파트 공사를 가장 많이 건립한 것으로 알려진 중***도 2015년 10월 30일 1억 원을 재단에 냈다. 중*** 은 타지 기업이지만 이 시장 재임 중에 진주혁신도시 일원에서 다수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했다.

진주시 역세권 부지를 진주시로부터 불하받아 헐값 불하 논란이 있었던 흥*******도 이창희 시장이 재단 이사장을 맡은 직후인 2015년 10월 30일 3000만 원을 재단에 냈다. 흥*******은 진주시로부터 진주시 역세권 토지를 헐값에 불하받았다는 이유로 경남도로부터 감사까지 받은 진주에 본사를 둔 건설사이다. 흥******* 이외에도 진주시 역세권 아파트 건설 등 이창희 시장 재직 시 가장 많은 공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라*****과 대구에 소재한 우* 건설업체도 재단에 각 2000만 원과 1000만 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은 진주시 혁신도시에 아파트를 건설했으며 우*은 정촌산업단지에서 아파트를 분양했다.

이 외에도 우***이 2000만 원, 미*** 2000만 원, *방** 1000만 원, 시*** 등 진주시내에 건축허가 등 현안을 가진 업체들이 기부금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는 복지재단 좋은세상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진주시청에서는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더 이상의 사실관계 확인은 어려웠다.

따라서 검찰 등이 수사를 진행해 강제로 관련 자료를 확보할 경우 이창희 전 시장이 재단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관내 기업들로부터 받은 돈의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흥*******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부 내역에) 있는 그대로이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또 중*** 본사 측에서는  “진주혁신도시에 5개 필지의 아파트 사업을 하면서 지역에 환원한다는 의미로 기부를 했다”라며 “중*** 회장님이 당시 진주정씨 은열공파 종친회장으로 문중의 묘원이 있는 진주에 애착을 갖고 계셨고 기부에 어떠한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이 아닌 순수한 사회환원 차원이며 '진주시 좋은세상' 재단 이사장이 시장인지 알 수 없었으며, 알 필요도 없이 순수하게 진주시에 기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외의 건설사 등은 본지에서 공문을 통해 ‘기부 시점을 전후해 진주시 관내에 공동주택을 건립했는데 이창희 당시 진주시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좋은세상 복지재단에 기부 이유’에 대해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창희 전 시장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전형적인 포괄적 뇌물죄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 전 시장이 기업들에 구체적인 압박이나 요구를 한 것과는 무관하게 시장이라는 지위를 보고 인허가 등의 이해관계가 있는 건설 회사들이 현안 해결에서 유리하기 위해 이 시장이 운영하는 재단에 돈을 기부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김헌규 변호사는 이와 관련 “대***의 경우 진주시 정촌 아파트 건축에 있어 세대수를 늘리기 위해 진주시를 상대로 많은 노력을 했던 것은 일반인들도 알 만큼 다 알려진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대***이 재단에 기부금을 내 것이 이 현안을 해결하기 위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따라서 “이번 사안의 경우 대***의 사례만으로도 수사기관이 수사의 단서로 삼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진주시내의 또 다른 원로변호사는 이 시장의 이 같은 행위가 포괄적 뇌물죄 외에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창희 전 시장이 재단을 만들어 기부금을 받아서는 유권자인 진주시민들에게 집을 고쳐준다든지, 살림살이를 편하게 해 주는 것이 선거에서 유리할 목적으로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충분히 제기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받아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진주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창희 시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이런 일이 불법인지에 대한 인식이 없었을 수 있다.”라고 전제하고 “그런데 아무리 좋은 일에 쓴다고 하더라도 시장이 재단을 만들어 관내 기업들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이어 “만약 이 같은 일이 합법이라고 결론이 난다면 전국의 200여 개에 달하는 시, 군, 구청의 시장 군수 구청장들이 모두 재단을 만들어 이사장을 맡은 다음 관내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아서 좋은 데 쓴다고 나서 전국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송학 · 강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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