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칼럼]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김창현칼럼]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4.19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창현 수필가
김창현 수필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진주는 구슬 같은 인재는 많은데, 그것을 꿰어서 보배로 만들 사람이 없다. 파성 설창수 선생 가신 후 개천예술제는 빛을 잃었다. 유등제는 있지만, 옛날의 정취를 잃었다. 남강이 어딘가? 임진난 때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강물에 몸을 던진 현장이 아닌가. 거기 예술제 열리는 밤 남여 고등학생들이 강물에 등을 띄웠다. 수많은 작은 등이 별처럼 깜박이며 뒤벼리 쪽으로 흘러가는 시정(詩情) 어린 모습을 만들었다. 유등제를 통해 논개의 혼을 추모하고, 예술제의 낭만을 구가했다.

그런데 지금 남강은 어떤가. 뜻 없이 크고 화려하기만 한 등만 가득하다. 화려한 건 좋지만 남강은 어린이 놀이터가 아니다. 강을 화려한 유등으로 도배해서 뭐하는가.

춘천에 소양강 있고, 부여에 백마강 있고, 나주에 영산강 있다. 밀양에 남천강 있고, 하동에 섬진강 있고, 울산에 태화강 있다. 부산에 낙동강 있고, 서울에 한강 있다. 우리나라 천지에 강이 있고, 강은 저마다 역사와 낭만이 있다. 그들 제멋대로 유등제 하지 않는다. 진주 유등제는 그나마 명맥 유지되고 있음은 감사한 일이나, 혼이 없음은 애석한 일이다.

언젠가 파성선생 아드님과 지리산에서 남강유등제 이야기를 한 적 있다. 계림에 가면 장예모 감독이 강물 위에 푸른 유등과 수백명 가수와 무희가 등장하는 웅장한 쇼를 보여준다. 그 쇼가 유명한 건 예술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남강 유등제는 파성선생 생전의 시정도 없고, 예술성과 거리가 멀다.

진주의 자랑이던 개천예술제는 어떤가. 예술제 부속 행사이던 유등에 밀려서인지, 요즘 전국 각 지방에서 비 온 뒤 죽순처럼 생긴 예술제 때문인지, 빛을 잃은 것 같다. 대한민국 지방예술제 원조 개천예술제 체면이 말이 아니다. 과거 제주도 마산 삼천포 등지 전국 문학청년이 벌떼처럼 모이던 행사는 꿈이었던가. 그 문제점이 어디 있는가 짚어보려면, 먼저 예술제 심사위원의 자격부터 살펴봐야 한다. 모든 작가 지망생은 등단할 곳의 권위를 먼저 생각한다. 이름 없는 동네 사람이 심사하는 곳엔 가지 않는다.

그런데 진주는 중앙 문단에 그 이름 쟁쟁한 분 많다. 현재 문인협회에서 주관하는 문학 강좌에서 시창작은 강희근 시인이 맡고 있고, 수필은 정목일 수필가가 맡고 있다. 그뿐인가. 소설가 박경리는 통영에 뺏겼지만, 하필이면 재색 겸비한 팔순 넘은 여류작가가 수두룩하다. 서울 김여정 시인은 월탄 박종화 선생이 수양딸 같이 아끼던 분이다. 한국 최고의 원로 여류시인이다. 영남예술제에서 '국화'란 시로 장원한 정혜옥 수필가는 대구 여성문학회 회장과 카톨릭문학회 회장 역임했다. 진주에 시조문학관 개관한 김정희 시인은 한국시조시인협회 부회장 역임했고, 김지연 소설가는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경력이다. 이만하면 보배가 서 말 넘는다고 아니 할 수 없다.

필자는 고향 선배란 이유로 김여정 시인을 연꽃으로 유명한 양수리 세미원에 몇 번 모시고 간 적 있다. 식사 중에 만약 진주에서 예술제 심사를 도와달라면 가실 수 있는지, 또 서울의 원로들을 심사위원으로 데리고 갈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고향에서 부탁하면 나설 용의 있으나, 한번도 그런 부탁 없었다고 한다. 문인협회 고문 이유식 평론가도 그 질문에 그 대답이었다.

이 정도면 참으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실감 간다. 지금 진주는 구슬을 꿰어서 보배로 만들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 판소리의 여왕으로 꼽히는 안숙선의 남편은 진주 사람이다. 안 명창은 2007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도, 2009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때도 대통령 수행한 분이다. 남편은 진주를 못잊어, 진주서 행사 초청이 오면 무조건 부인과 진주에 간다. 진주에 개천예술제 있고, 진주문화예술회관 있고, 진양호 근처에 진주시전통문화회관 있다. 만약 진주에 구슬을 뀔 분이 있다면, 진주는 금방 우리나라 판소리의 본고장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진주대로 988, 4층 (칠암동)
  • 대표전화 : 055-743-8000
  • 팩스 : 055-748-14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선효
  • 법인명 : 주식회사 경남미디어
  • 제호 : 경남미디어
  • 등록번호 : 경남 아 02393
  • 등록일 : 2018-09-19
  • 발행일 : 2018-11-11
  • 발행인 : 황인태
  • 편집인 : 황인태
  • 경남미디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미디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7481400@daum.net
ND소프트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선효 055-743-8000 7438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