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박사의거지10계명] 체면을 보지 말고 복색은 항상 남루하게
[김수경박사의거지10계명] 체면을 보지 말고 복색은 항상 남루하게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4.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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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를 걸치는 것은
세상을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신분에 맞추는 것이다

<6> 거지는 체면불고(體面不顧)

열 번째, 거지는 체면 불고(體面不顧)

거지는 체면을 보지 말라. 복색은 항상 남루하라. 남루한 옷차림과 몰골이 우리들의 신분이며 표상이다. 설령 길거리에서 반반한 좋은 옷을 줍거나 장사집에서 망인이 입던 좋은 옷을 얻어도 그 옷은 신분에 맞지 않는다. 추워서 입을 양이면 속에 감추어 입고 겉에는 누더기 걸레 같은 옷을 입어라. 이것은 세상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신분에 맞는 차림이다. 거지가 반반한 옷을 입으면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아니꼽게 본다. 그러면 직업에 지장이 있다. 그저 더러워야 되고 그저 남루해야 된다. 그래서 우리는 세수를 하지 않는다. 천해야 동정이 가고 돈을 주는 사람도 기분 상하지 않고 준다. 소낙비가 와서 얼굴에 땟국물이 씻기면 솥밑의 검정을 바르고 그게 부족하면 길거리의 쇠똥이라도 찍어 발라야 된다. 천하고 더럽게 보이는 것이 거지의 신분이고 직업의 변장술이다. 이는 죽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세상 사람들은 운명하기 전에 새옷으로 갈아입고 저승길로 떠난다. 그러나 우리는 죽을 때도 설령 반반한 옷이 있어도 팽개치고 누더기옷을 입고 눈을 감아야 한다. 누더기옷을 입고 죽은 시체를 보고 세상 사람들은 사고무친의 우리를 동정과 불쌍하고 측은한 마음에 또 한편으로는 우월과 동정감에 마주잡이를 해서라도 양지바른 공동묘지에 묻어줄 테니까. 거지동지 여러분 알갔나? 앙!?

왕초 춘삼의 말을 빌려 들은 것처럼 어찌보면 우리는 비록 세상에서 버림받고 천한 거지에게서 아니 인간 대열에 끼일 수도 없는 사람 같지 않은 거지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최소한 이들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오히려 우리들의 세상 한 구석에는 밉지 않은 존재들로 우리를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요즘 세상 사람들은 의리가 없다. 철학이 없다. 사리도 염치도 없다. 오히려 사기 공갈, 배신, 이기심, 납치, 절도, 강도 등등이 넘쳐난다.

‘거지 10계명’의 내용 중에는 이 시대 풍요로움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불과 몇십년 전의 우리들 모습이라는 사실을 젊은이들이 이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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