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칼럼] 중국의 금 사재기
[오규열칼럼] 중국의 금 사재기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4.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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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1997년 12월 대한민국은 달러가 부족하여 IMF(국제통화기금)에 긴급하게 재정지원을 요청하는 국가부도사태를 맞았다. 이른바 IMF사태는 기업구조조정으로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들은 장롱 속에 모아둔 금을 달러로 바꾸었다. 금이 위기의 경제를 지탱해 준 버팀목이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축통화의 역할을 맡고 있는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금값이 오르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금값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즉, 달러화와 금값은 역의 상관관계를 보여 왔다. 그런데 최근 달러가 강세인데도 금값도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경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답은 중국에 있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人民银行)이 세계 시장의 금을 계속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인민은행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9년 3월 말 기준 중국 공식 ‘금 보유량’은 6062만 온스(약 1718.55톤)로 2월 대비 36만 온스 증가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2018년 12월 이후 4개월 연속 금을 매입하고 있다. 2018년 12월부터 올 3월까지 중국의 전월 대비 금 보유량은 각각 32만 온스, 38만 온스, 32만 온스, 36만 온스 증가해 총 138만 온스가 늘어났다. 최근 금값은 1온스에 1291.3달러(약 147만 8500원)로 138만 온스의 금값은 17억 8200만 달러(약 2조 404억 원)에 달한다.

어떤 나라의 중앙은행이 금을 사고파는 행위는 투자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돈의 변동으로부터 자국의 안전을 보증하기 위해서이다. IMF위기에서 힘을 발휘한 금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978년부터 2001년 11월까지 중국의 금 보유량은 1267만 온스에서 변함이 없었다. 그러다 2015년 중국은 금을 사모아 2015년 6월 금 보유량을 1943만 온스로 늘렸다. 금값은 2012년부터 부진이 이어졌는데 특히 2015년 국제 금값은 온스 당 1046달러(약 119만 7700원)로 저점을 찍으며 2010년 고점 대비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금값이 쌀 때 중국 인민은행이 대량으로 금을 매입한 것이다. 지금 팔아도 거의 30%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훌륭한 투자로 평가할 수 있다.

2018년 미국경기는 놀라운 성장을 하며 달러 강세가 이어졌다. 일반적인 금에 대한 투자라면 중국은 2015년까지 매입한 금을 팔아 이익을 챙기고 달러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 인민은행은 2018년 12월부터 반대로 다시 금을 매입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달러도 오르고 금값도 오르는 현재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최근 금값은 온스 당 1300달러(약 148만 8500원)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상황이다.

중국 인민은행 뿐 아니라 2018년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지난 50년 가운데 금을 가장 많이 산 해였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2018년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량은 651.5톤가량 늘어 2017년 대비 무려 74% 증가했다. 2019년 2월 현재 미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중국, 스위스는 금 보유량 7대국으로 각기 1000톤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금협회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 매입은 외환보유액의 다원화를 이루어 법정 통화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평가한다. 많은 국가들이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외환보유액 중 금 보유량을 늘렸다는 것이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2019년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12년 유럽 재정위기는 세계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었다. 중국을 위시한 많은 나라들이 2019년 혹은 2020년 닥칠지도 모를 경제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금을 사고 있는 것이다.

2019년 1분기 한국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2018년 대비 25% 이상 줄어들었다. 실물경기가 위축되는 상황 속에 많은 나라들이 준비하는 세계경제위기에 대해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 돌아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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