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東松餘談] 54조원으로 반도체 공장을 세우면
[하동근칼럼東松餘談] 54조원으로 반도체 공장을 세우면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5.03 1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에 2030년까지 133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에서 평생을 일한 지인에게 정부가 그동안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입한 54조라는 돈으로 만일 반도체 공장을 세우면 매출과 인력 고용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지 물어보았다. 그는 그 돈이면 10조원 정도 들어가는 대형 공장 5개 정도를 지을 수 있다고 했다. 우선 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고용효과는 직접 공사와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2년 공사기간에 12만 명의 고용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 생산이 시작되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필요장비 부품와 소재 공급 유지보수 운영 등 관련업계 포함해서 고용효과는 공장 한 개당 년간 2만명선으로 10년 동안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연 100만명의 고용효과와 500조원의 매출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그동안 일자리 창출에 투입한 54조원의 사용처 내역을 살펴보았더니 복지성 내지는 일회성 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년간 투입된 내역을 살펴보니 직접 일자리 창출에 5.9조원, 구직 실업급여에 12.7조원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창업지원에 17.4조원이 투입됐다. 직접 일자리 창출 예산도 노인 일자리, 자활사업, 숲 가꾸기 등 일시적 고용창출이나 장려금에 그리고 청년내일채움공제, 직업훈련, 생계비 융자 등에 상당액이 복지 성격이 강한 사용처에 투입됐다. 정부가 2022년까지 추진하는 공무원 17만명 늘리기도 향후 문제다. 이들의 고용으로 추가로 지출해야 할 연금이 92조4천억이나 된다. 향후 국가 부채의 속도를 더 빠르게 할 것이다.

반도체 공장 투자를 정부가 직접 하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같은 돈이라도 생산성 투자냐 소비성 투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는 설명을 위해 비교를 해보았다. 일자리 창출의 기본 원리는 기업이 활성화되고 경제가 활성화되어 일자리가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야 일자리가 크게 늘고 또 투자한 효과가 생긴다. 생산성 투자는 일자리를 자연스럽게 창출하지만 소비성 투자는 일자리를 일부러 만드는 것과 같다. 위인설관이나 다름없다. 일이 없는데 그렇게 만든 일자리는 또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아랫물을 억지로 퍼올린다고 일시적으로 윗물이 조금 늘어날지는 모르겠지만 퍼올리는데 드는 비용이 출처가 세금이고 국가의 빚이라면 그 재원은 언젠가 고갈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조세저항 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삶 역시 피폐될 것이다.

경제성장은 전략적 분야를 육성하는 큰 그림 아래 생산성 투자를 늘리고 소비성 지출과 예산을 줄여야 가능하다. 현 정부의 공공인력 과다증원, 일자리 예산 증액, 최저임금 과도인상, 혁신성장 예산확대, 소비성 예산 확대, 소득주도 성장은 분배 중심 정책이다. 일종의 인권정책이자 평등주의 철학이 반영된 정책으로 이제는 그 실효성과 장기적 부담을 따져 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중소기업도 중요하지만 대기업도 중요하고 근로자도 중요하지만 사용자도 중요하다. 평등과 공평이 특정계층에게만 적용되어서도 안 된다. 대기업이 살아야 중소기업도 살고 사용자가 지불능력이 생겨야 근로자도 임금이 올라간다. 그것이 동반성장이다. 54조라는 거액이 생산성 투자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것은 그만두고라도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눈먼 돈이라는 이유로 중간에 유용된다든지 제대로 투입되지 않아 향후 어떤 계기로 인해 행여 다른 게이트로 번지지 않기를 희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진주대로 988, 4층 (칠암동)
  • 대표전화 : 055-743-8000
  • 팩스 : 055-748-14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선효
  • 법인명 : 주식회사 경남미디어
  • 제호 : 경남미디어
  • 등록번호 : 경남 아 02393
  • 등록일 : 2018-09-19
  • 발행일 : 2018-11-11
  • 발행인 : 황인태
  • 편집인 : 황인태
  • 경남미디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미디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7481400@daum.net
ND소프트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선효 055-743-8000 7438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