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사랑] 아름다운 시절
[오! 사랑] 아름다운 시절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5.1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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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벚꽃은 더 아름답다
올 봄은 더 그렇다
늘어나는 흰머리도 주름살도
당연한 내 삶의 일부
나에게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다
손명수/허벌라이프
손명수/허벌라이프

내 아름다운 시절은….

그때는 국민학교라는 단어를 썼다. 도시락을 싸오는 못하는 친구가 있을 때라 빵과 우유가 매일 무상으로 지급되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철없던 시절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맛나던지 엄마가 매일 정성스레 싸주시던 도시락보다 그게 훨씬 더 맛있었다.

고무줄놀이를 하고 자치기도 했다. 밤새 오재미를 만들어 오재미 던지기도 했다. 짓궂은 남자애들은 그걸 가지고 도망가고…. 쉬는 시간 10분이 그리도 신나서 운동장에 뛰어나와 땀을 뻘뻘 흘리고 뛰었던 시절이 있었다.

흰색 카바양말을 예쁘게 접어서 신고 아침마다 부산떨며 고만고만한 남학생들과 여학생들과 비좁은 버스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학교를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운 좋아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잡히면 그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아침에 싸간 도시락은 2교시가 채 되기도 전에 먹고, 점심시간이면 또 매점에서 점심을 사 먹었다. 아마도 그때는 하루에 다섯끼 쯤 먹었던 것 같다.

그때는 비가 와도 좋았고 낙엽만 떨어져도 친구들과 까르르~ 웃었던 기억이 있다. 정오분식, 남궁빅보이분식, 수복빵집, 덕인당 빵집도 기억이 난다. 참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가좌동의 캠퍼스는 참 황량했다. 이제 갓 심은 나무는 키가 나하고 비슷했고 건물도 몇 개 없고 나무도 없는지라 겨울이면 칼바람이 볼을 에일 듯이 추웠다.

그곳에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80년대 초반이라 데모도 참 많았고 최류탄을 참기 위해서는 눈 밑에 치약을 바르면 된다는 것도 그때 배웠다.

잡지에서 본 만화책 주인공이 사진을 잘 찍는 머리가 긴 그런 멋진 선배가 있는 사진반이었다. 어쩌면 그런 멋진 선배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사진반을 들었다. 그곳에는 정말 그런 멋진 선배가 있었다. 사진도 잘 찍고 키도 크고 구레나룻이 멋진 그런 선배. 덕분에 4년을 참 재밌게 사진을 찍었다. 그 4년은 글로 다 쓸 수 없을 만큼 벅차고 가슴 뛰고 다시 돌아봐도 행복한 날이 참 많았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는 눈물이 났다. 너무나도 예쁜 사랑스러운 선물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슴벅참도 같이 있었다. 엄마라는 말을 처음했을 때, 걷기 시작했을 때, 유치원을 갔을 때….

내 나이 이제는 50을 훌쩍 넘었다. 이런 작은 기억들이 아직도 머리에 생생하게 남아 날 미소짓게 하는데 나는 50년을 넘게 살았다. 나이가 들며 하게 되는 생각 말 행동 이런 것들이 변해감을 느낀다. 예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눈에 보이고, 그때 가진 것이나 느꼈던 것들이 놓아 지기도 한다. 때로는 후덕해졌다가 또 가끔은 더 고집스러워 지기도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해마다 벚꽃은 더 아름답다. 올 봄은 유난히 더 그렇다. 점점 더워지고 있는 날씨도 감사하며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흰머리도 주름살도 이제는 당연한 내 삶의 일부이다. 작년보다는 올해가 더 아름답고,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아름답다.

나에게는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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