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칼럼] 격화되는 미-중 싸움에서 한걸음 물러나라
[오규열칼럼] 격화되는 미-중 싸움에서 한걸음 물러나라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6.0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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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전면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중간의 무역협상이 합의를 볼 것이라는 예상하였으나, 합의는 결렬되었고 미국은 지난 5월 10일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에 대해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하였다. 중국도 관세 인상으로 맞받았다. 그러자 미국은 중국의 대표적 통신기업 화웨이에 대한 표적 제재에 나섰다. 중국은 이에 맞서 미국의 1등 물류기업 페덱스의 배송 오류에 대해 제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아울러 중국이 자국산 희토류를 수출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정치경제학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의 GDP에 50%에 달하는 국가들이 출현하면 이들 국가들을 견제하였다고 주장한다. 1980년대 구소련이 성장하자 미국의 견제로 구소련이 해체되었고 일본 경제가 발전하자 플라자 합의로 일본을 굴복시켰다고 한다. 그들은 2008년 중국의 GDP가 미국의 50%에 도달해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시작해야 했으나 당시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여력이 없었기에 대 중국 견제가 미루어졌고 이제 시작되었다고 본다. 10년 미국의 견제가 없는 사이 중국의 GDP가 미국의 69%에 달할 정도로 커져 이번 싸움은 미국이 소련이나 일본과 벌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길고 치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이 매우 정교하고 완전한 주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무시하기도 어려운 것이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 단순 무역전쟁에서 패권전쟁으로 점차 확산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발표되자 한국의 RFHIC라는 기업의 주가는 거의 반 토막이 났다. RFHIC는 차세대 통신망 5G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 기술력을 인정받은 유망한 기업이다. 그런데 RFHIC가 화웨이에 부품을 많이 수출하기 때문에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평가이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의 부품을 수입한다는 이유로 어려움에 빠졌다. 이처럼 한국 경제는 어느 나라보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위기에 노출되기 쉽다.

2015년 9월 3일을 전후한 중앙일보의 기사들을 검색하면 우리들의 시야가 얼마나 짧은지 전문가들의 주장이 얼마나 조변석개하는지 극명하게 나타난다. 당시는 중국의 전승절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해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 때였다. 아울러 화웨이가 삼성의 당시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5를 정조준하고 있다며 긴장해야 한다는 기사가 같이 함께 실렸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 진영의 국가원수로는 유일하게 박 전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섰으나 2년이 지나지 않아 중국은 사드보복을 통해 한국에 타격을 주었고 결국 롯데는 중국에서 퇴출되었다. 물론 현대자동차는 여전히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5년 9월 盟美·親中으로 한반도의 안보지형의 새 틀을 짜야 한다고 주장하던 전문가들은 얼마나 지나지 않아 어설픈 외교였다고 비판하고 나선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롯데와 현대를 정조준하면서 관광제한을 무기로 삼았다. 이처럼 미국에 대해서도 유학과 관광에 대한 제재를 시작하였다. 6월 4일 중국 외교부와 문화여행부는 올 12월 31일까지 미국행 여행에 안전을 당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유커’(遊客·중국 여행객)은 미국 관광업계의 큰 손이다. 미국관광청에 따르면 2018년 여행 목적으로 미국을 찾은 중국 여행객은 290만여 명으로, 이들이 미국에서 쓴 돈은 약 188억 달러(약 22조 4,800억 원)에 달한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사드배치 당시 ‘금한령’을 내렸던 것과 비슷하다. 다만 당시 중국 당국은 여행사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한국 여행을 제한했다면 이번에는 외교부가 직접 입을 열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 역시 이번 조치에 대해 반격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0일 관세율을 인상한 뒤, 중국이 보복할 경우 나머지 중국제품 3,000억 달러에 대해서도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등소평은 죽기 전에 앞으로 100년 동안 힘을 드러내지 말고 겸손할 것을 중국외교에 대한 유지로 남겼다. 등소평의 ‘재능을 드러내지 말고 참고 기다리라’는 韜光養晦의 외교 전략이 우리에게 주는 충고는 아닌지 되새겨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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