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東松餘談] 둔철산의 세 가지 매력
[하동근칼럼東松餘談] 둔철산의 세 가지 매력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6.1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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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고향인 산청의 주산 둔철산을 모처럼 올랐다. 최근 몇 년 동안 지리산의 천왕봉 오르기와 계곡 찾기에만 정신이 팔려 정작 고향 주변의 좋은 산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는데 천왕봉 스무차례 오르기라는 목표달성 이후, 요즘은 고향 주변 작은 산 오르기를 즐기고 있다. 이번 등산은 둔철산이란 지명의 유래, 즉 과거 삼한시대 철을 생산해 보관해두었기 때문에 둔철이라고 한다는 얘기가 사실인지 한번 알아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당초 목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둔철산의 매력을 맘껏 즐기고 내려왔다.

둔철산의 첫 번째 매력은 겉보기와는 달리 속이 깊은 육산이라는 점이다. 산꼭대기와 산허리 여기저기 암릉이 눈에 뛰어서 돌산처럼 보였으나 깊숙이 발길을 옮기다 보니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아기자기한 계곡과 폭포가 자리하고 있고, 달팽이바위 무덤을 비롯해 기암괴석의 암릉이 곳곳에서 모양새를 뽐내는가 하면, 부드럽기 짝이 없는 부엽토의 호젓한 산길이 발길을 한결 편하게 해준다. 고도를 좀 더 높이자 이번에는 낙락장송의 군락이 서로가 어깨 높이를 견주며 솔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주어 등산객의 거칠어진 호홉을 한순간 진정시킨다.

둔철산의 두 번째 매력은 정상에서 정취암이 있는 대성산으로 향하는 능선길이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특이한 수형을 가진 참나무와 소나무 군락들은 만날 수 있다. 이 능선 길에서는 연리지급의 나무는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 심한 경우 한 뿌리에서 십여 개 이상 가지가 뻗어 부채꼴로 펴진 모양의 참나무 군락이 연신 발길을 붙들어 맨다. 여기다가 Y자 형태나 S나 W자 같은 모양의 가지가 겹친 특이한 수형의 소나무들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길의 또 다른 비경은 철쭉꽃길이다. 차황의 황매산만큼은 아니지만 철쪽이 만개한 둔철의 봄은 분명 세파에 찌든 심신을 흰색과 분홍으로 물들일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줄 것이다.

둔철산의 세 번째 매력은 천왕봉을 굳이 오르지 않아도 정상에 서면 서부경남 일대의 논과 들, 강과 산, 그리고 도시와 마을들을 시야를 가득히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발아래 전개된 동서남북 천지사방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막힘이 없다. 당장 지리산 천왕봉과 웅석봉, 황매산과 가야산, 백마산과 집현산 등이 손짓을 하고 있고, 산자락 아래 멀리 진주 시가지가 남강과 함께 햇볕을 받아 반짝거리면서 아련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 산청읍 시가지는 부끄러운 듯 동네 앞 꽃봉산에 몸을 절반 숨긴 채, 경호강을 옆에 끼고 얌전히 앉아 있다.

문제는 둔철산의 이 같은 매력에 비해 등산 안내판이나 진입 접근로 정비 그리고 기존 등산로 정비 등 지역 관광활성화를 위한 제반 지원과 안내, 관리 체제가 매우 부실하다는 점이다. 특히 둔철산자락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원주택의 난개발로 등산 진입로가 망실 또는 유실되어 개인 사유지를 통과하거나, 논두렁 밭두렁 소로를 거쳐야 하는 등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 우선 당장 등산 접근로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기존 등산로 또한 많은 정비가 필요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정상 가까이 일부 구간에 깔아놓은 야자줄기 매트 외에는 등산로를 정비했다는 흔적을 찾을 길 없다. 길 안내 표지판도 내용과 모양이 제각각으로 거의 방치 수준이다. 정수산도 그렇지만 둔철산도 정상석이 2개가 다른 위치에 따로따로 서 있다. 매력덩어리 산청의 주산 둔철산이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에 좋은 기폭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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