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모두가 기심(機心)에만 사로잡혀 있으니
[정용우칼럼] 모두가 기심(機心)에만 사로잡혀 있으니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6.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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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객원교수(전 학부장)
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객원교수(전 학부장)

내가 사는 마을 근처에 서울서 40년간 공직에 복무하고 정년퇴임한 후 고향에 내려와 전원생활을 즐기는 초등학교 동창친구가 있다. 이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점심 같이 먹자고. 이 친구는 부부가 같이 생활하기 때문에 홀로 살고 있는 나를 가끔 식사 초대한다. 정오를 지나 친구 집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너무 더웠다. 5월 말 폭염주의보가 발령 났을 때만큼은 아니라 할지라도 포장도로에서 후끈한 열기가 느껴질 정도다. 6월 초입인데 벌써 이렇게 덥다니, 본격 여름철에는 얼마나 혹독한 더위가 몰려오려고 이러나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예전보다 더위가 빨리 찾아오는 것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다들 이야기한다. 물론 지구온난화가 심각하지 않았을 옛날에도 때 이른 더위가 찾아온 적이 없지는 않았지만, 요사이처럼 이렇게 잦지는 않았다. 이변(異變)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수많은 기후환경생태학자들이 경고에 경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리라.

기후변화는 먼 미래가 아닌 현재의 문제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지구촌 전역에서 계절이 사라져 가고 매일 150여종의 동식물이 멸종되고 있다. 지구 시스템에 심각한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그 위험이 직접 손으로 만져지는 것도 아니고 피부에 바로 와 닿지 않기에 우리 대부분은 그저 바라볼 뿐이다. 진짜 피해는 적어도 수십 년 지나고 난 다음 후손 세대가 입게 될 터이니 원인 행위를 일으키는 현 세대는 아무래도 후손 세대가 받게 될 고통에 대한 인식이 약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기후변화(온실가스)의 주범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지난 11일 1958년 관측 이후 처음으로 415ppm을 돌파하며 인류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다고 한다. CNN에 따르면 심지어 호모 사피엔스에서 인류가 진화한 80만년 만에 가장 높은 CO2 농도란다. 전 세계적으로 CO2 배출량을 줄여보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는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아 에너지의 9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일본보다 32%, 독일보다 60%나 많다고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6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나.

우리 모두가 알게 모르게 지향하는 가치, 우리 삶에 배어 있는 가치가 ‘더 편하게, 보다 더 편하게’ 살아가는 데 집중되어 있다 보니 화석연료의 소비가 날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데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은 공짜 점심을 부담 없이 즐기는 소비문화 속에 살고 있다. 편리함을 지나치게 즐기는 기심(機心)에 빠져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네 인간 삶ㆍ존재 양식이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인간의 회개와 각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편리함이 우리가 추구하는 최고 가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편리함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것이 우리 미래를 망치는 지름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장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자공(子貢)이 길을 가다가 한 노인이 밭이랑을 만드는 것을 봤다. 먼 길을 돌아 물을 길어다 밭에 물을 대고 있었다. 힘만 들고 일이 진척되지는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자공이 말했다. “노인장, 기계(機械)를 쓰면 힘은 별로 들지 않고 얻는 건 많을 텐데요. 기계를 써보시지요” “어떤 기계요?”하고 노인이 물었다. 자공이 대답했다. “용두레라고 합니다. 낮은 곳의 물을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주지요” 이에 노인이 대답한다. “재주 부리는 기계를 쓰면 재주가 필요한 일이 생기고, 재주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재주를 피우려는 마음이 생기는 법이라오. 재주 피워 어떻게 해보려는 마음이 있으면 참됨이 없고 편안하지가 못하지. 그러니 나는 기계를 몰라서 못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부끄러워 안 쓰는 것이오”

이 노인처럼 우리도 편리함을 추구하는 기심(機心)에서 한 발짝씩 물러서 보는 것이다. 텔레비전과 형광등을 각각 하루 한 시간 끄면 연간 9.3㎏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단다. 승용차 요일제에 참여하는 것으로 455㎏을 줄이고, 보일러 사용을 1시간 줄여도 136㎏의 온실가스가 덜 나온다고 한다. 작은 것부터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조금 덜 편리하더라도, 기심(機心)이 자꾸 유혹하더라도 환경 또는 미래에 미치는 영향들을 고려해서 에너지 소비를 줄여나가야 한다. 지구는 인류에게 관심이 없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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