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칼럼] 인생 100세 시대 농지연금 해지 유감
[농어촌칼럼] 인생 100세 시대 농지연금 해지 유감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6.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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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화 한국농어촌공사 진주·산청지사장
강동화 한국농어촌공사 진주·산청지사장

얼마 전 사무실에 힘든 걸음으로 농업인 한 분이 오셨다. 필자가 “어르신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저희에게 전화를 주시면 되는데 힘들게 여기까지 직접 오셨냐?” 며 방문사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니 “출가한 딸의 권유로 농지연금에 가입을 했었는데, 농지연금에 가입한 토지를 두고 자식들간 다투는 것이 마음이 아파 해약하러 왔다”고 대답했다. 농지연금을 해지하는 사유의 대부분인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다.

돌이켜 보면 부모님세대는 일제식민지하의 나라없는 설움도 겪었고 6.25전쟁으로 인한 분단과 이산의 아픔도 안았지만, 절대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변변한 산업기반이 없던 시절에 온몸으로 생업을 꾸리면서 자식만큼은 반듯하게 키워 내겠다는 애틋한 부모의 정으로 허리 구부려 키운 작물과 가축을 팔아 아들 딸 잘 되라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뒷바라지를 하며 지금의 우리 세대를 키워냈다.

그렇게 자란 아들딸이 이제는 사회의 중추로 성장했으면 우리 부모님세대는 자식에 대한 뒷바라지는 접고 본인의 여생을 편안히 보내기 위해 꼼꼼하게 준비해야 할 시기다. 지금은 경제성장과 함께 현대의학의 급속한 발달로 지금은 비로소 ‘인생 100세 시대’로, 은퇴 후 여생도 그만큼 길어지게 된 셈이다. 문제는 부모님세대가 충분한 여가와 행복을 누릴 만큼의 경제적 여유를 마련했다면 인생 100세 시대는 축복이 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병들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는 경우라면 남은 기간은 그다지 행복한 시간이라고 볼 수 없다.

농가의 경제적 지표와 관련해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1994년부터 2018년까지 농가소득은 1.8배 늘었지만 같은 기간 경영비용은 4배 넘게 올라 순수익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7년 농가경제조사 결과에도 70세 이상 고령농가의 연평균 소비액은 2159만원 인데 농가순소득은 1441만원에 불과하다. 단순한 셈법으로도 부족한 생활비는 자식 등 외부의 도움으로 채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또 다른 조사에 의하면 25세 이상 성인자녀를 둔 부모가 열 명 중 네 명은 자녀를 부양하고 있고 취업이나 출가를 했더라도 절반 이상은 부모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최근 들어서 부모와 자식이 봉양문제로 갈등하며 법정소송을 벌이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부모님 생각에는 자식에게 땅을 넘겨주면 당연히 잘 봉양할 줄 알았는데 땅만 상속받고는 나몰라라 하니, 자식을 상대로 부모봉양을 하지 않는 상속은 무효라며 재산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한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100세 인생을 앞둔 부모세대로서는 다른 대책이 없어 택한 방법인 셈이다.

필자는 ‘자식부양에 대한 부모봉양’의 실천을 권하고자 한다. 부모님세대가 자식들에게 베풀어준 헌신적 부양에 대해 자녀세대는 부채의식을 가지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부모세대를 봉양해야 하는 것이 세상의 순리가 아닐까? 자녀가 어른이 되어 취업하고 결혼을 해도 자식부양이 좀처럼 내려놓을 수 없는 부모세대의 짐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의 노후는 길다. 시골에 농지를 보유한 부모님이 계시다면 지금이라도 안정된 소득과 편안한 생활을 보장하는 농지연금 가입을 권하여 효를 실천해 보는 것이 어떨까. 농지연금을 해지하기 전에 나 또한 100세 시대의 부모가 되어 감을 잘 헤아려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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