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東松餘談] 목선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하동근칼럼東松餘談] 목선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6.2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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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뜬금없이 삼척항에 나타난 북한목선 하나가 세간의 논란이 되고 있다. 정말 귀순인지, 북한주민이 정말 어민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2명은 한국에 남고 2명은 북한으로 돌아갔다. 목선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전과 언론의 비판이 연일 요란하다. 주요 쟁점은 해경과 국방부 등 관계기관의 엇박자와 늑장, 축소, 은폐 발표 여부, 청와대의 사전 인지와 축소지시 여부를 둘러싼 대처 태도 등이다. 압권은 보도되어서는 안되는 사안이었다는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발언이다. 남북평화모드에 귀순이라는 단어로 분위기를 깨서는 안되니까 목선 귀순도 일어나서는 안되는 사고이고, 귀순 보도 자체도 나가서는 안되는 사고라는 시각 때문이다. 세간의 여론이 비등하자 대통령이 진상을 제대로 조사하라고 진화에 나섰고 국무총리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고 했다. 국방장관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사과문만 읽었다.

목선에 대한 현장조사가 진행되면서 드러난 사안 또한 의문투성이다. 북한주민의 복장과 언행 그리고 귀순 루트 등이 정상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추론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의문점이 지나치게 많다. 일주일 가까이 500킬로미터나 항해하고 표류했다는데 복장은 고생한 흔적 하나 없이 너무나 깨끗하다. 단추 옷에 면도까지 한 얼굴이다. 중국배에 잡은 오징어를 주고 연료를 받았다는데 오징어 먹물 하나 튄 흔적도 없고 그물 또한 손도 대지 않았다. 식수나 조리 기구조차 하나 없는 목선은 정말 어로작업을 하러 떠난 배인지조차 불명확하다. 모선에서 불과 몇 시간 전에 분리되어 온 것 같은 인상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간단하다. 새벽 삼척항구에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버젓이 나타난, 그것도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접안해 온 북한의 10미터짜리 목선을 쳐다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결코 무심하지 않다는 점이다. 북방한계선을 넘어 우리 군의 경계망을 지나 아무런 제지도 없이 항구 접안하고 그것도 주민이 발견해 신고할 때까지 우리군의 경계망은 무엇을 하고 있었냐는 점이다. 정부는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DMZ 정찰비행 중단, 휴전선 GP철수, 한강하구 철책철거, 한미 합동군사훈련 축소, 대전차 장애물 철거 등 이른바 대북 유화정책을 빠른 속도로 펼쳐왔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변화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한편으로 불안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나라의 경계망이 뚫려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생각은 누구나 갖고 있는 공통된 의식이다. 총리의 눈높이가 달랐다고 한 말 또한 국민의 이 같은 인식을 인정한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아무리 남북 관계에 평화를 앞세운다고 하지만 바뀐 것은 우리 정부의 태도만 바뀐 것이지 상대방의 태도에 근본적으로 변화가 왔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은 기실 하나도 없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개발 의지는 더욱 굳어가는 느낌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목선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정서는 간단하다. 목선 하나 사전에 감지해 내는 것은 그만두고라도, 사후 조치도 제대로 못하는 수준이니 이 상태에서 만일 불상사라도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국민들의 근본적인 시각은 불안이다. 북한과 관계개선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안심이 우선이다. 평화는 상대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평화는 평화이고 국방은 국방이다. 돈 주고 사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검증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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