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성칼럼]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권재성칼럼]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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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0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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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성 칼럼니스트
권재성 칼럼니스트

나의 첫 일본여행은 1995년 2월 신혼여행이었습니다. 둘째 누님이 일본에 사셔서 그곳으로 택한 것입니다. 일본어를 한마디도 못했지만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이정표가 한자로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지하철로 도쿄 시내를 구경하고, 신칸센을 타고 오사카, 교토 등을 우리끼리 여행했습니다. 열차 안에 탄 일본인과 한자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생애 첫 해외여행인데 선진국 제품 한 개쯤 사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아키하바라’(서울의 용산전자상가와 비슷한 구역)에 들렀습니다. 오늘날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필수품처럼 사 가는 쿠쿠 압력밥솥처럼 일본 가면 코끼리밥솥 하나쯤은 손에 들고 들어오던 시절이었죠. 나는 산요(Sanyo)의 무선전화기를 1만엔(당시 환율로 10만원 정도) 주고 샀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의 전압이 달라 승압용 트랜스를 따로 사야 했습니다. 지금은 자그마한 트랜스가 나옵니다만 당시는 30㎤나 되고, 무게도 꽤 무거웠습니다. 배꼽이 더 큰 제품이었습니다. 그렇게 큰돈이 들어간 무선전화기건만 일 년도 못 되어 고장이 나서 버렸습니다. 그 후로 다시는 일본제품을 사지 않습니다.

그리고 딱 23년 지나 작년 2월에 두 번째 일본여행을 했습니다. 몸이 좋지 않은 누님께서 꼭 한번 가족끼리 방문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나리타공항에 내려 입국절차를 밟는 순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외국인이 따로 줄 서는 입국장 안내를 60대 중후반의 어르신들이 하고 있었습니다. 렌트카로 도쿄와 유서 깊은 온천지역인 하코네를 오가며 느낀 충격도 마찬가집니다. 호텔 벨보이도 60대 후반의 어르신이었고, 중소도시들은 쇠락해가고 있었습니다. 호텔 라운지에 비치된 마이니치신문을 보니 도쿄, 오사카 등 5대 도시만 인구가 유지되고, 나머지 중소도시들은 몇 십 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며 저출산·고령화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픔도 추억이라고 ‘아키하바라’를 다시 찾았습니다. 예전에 보았던 화려함은 옛날이 되었더군요. 몇몇 전자상점에 있는 소니, 파나소닉 등 TV들은 우리나라 삼성이나 LG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져 보입니다. 내가 일본에서 산 제품은 밥주걱 하나가 유일합니다.

일본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7월 4일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에 쓰이는 감광제인 포토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쓰이는 에칭가스 등 3개 품목입니다. 전 세계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및 리지스트 생산량의 90%, 에칭가스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일본의 수출통제와 무역보복은 대체재가 없는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전기 전자업계에 큰 타격일 될 것입니다. 재고가 소진되는 2개월 후에는 공장을 멈춰야 할지도 모릅니다. 완성품 위주의 성장에만 신경 쓰고, 기초소재 등 전방산업을 등한시한 데 대한 값비싼 교훈입니다. 정부에서 매년 1조 원씩 투자하여 장비, 부품, 소재산업을 키우겠다고 발표한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일본 네티즌들은 ‘적국이니까 당연하다’, ‘한국이 이제까지 일본에 한 짓을 생각하면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일본제품 안 사고 일본여행 안 한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라며 빈정대고 있습니다. 나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보면서 과연 일본은 우리의 동맹일까? 일본 네티즌 말대로 우리는 서로 敵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흔히 토착왜구라 불리는 자유한국당에서 일본을 두둔하고, 우리나라 정부를 나무라는 성명이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일본 네티즌이 비웃듯이 일회성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그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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