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東松餘談] 일본발 무역전쟁의 의미
[하동근칼럼東松餘談] 일본발 무역전쟁의 의미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7.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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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일본이 한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외교 전쟁이 벌어졌다. 그리고 돌을 던져놓고 한국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당한 한국이 이 문제를 금방 해결할 수 없다는 데에 문제가 심각하다. 유일한 돌파구는 두 나라 정상이 만나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아쉬운 쪽은 한국이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에 타협을 위한 손을 흔들게 될지 궁금하다. 그동안 꽤 오랫동안 참아왔다는 일본이 금방 협상의 장으로 나와 줄지도 의문이다. 앞으로 시간이 의미 없이 흐르면 그나마 국내 경제를 버텨주고 있는 한국의 반도체 생산은 세계 산업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크게 흔들릴 것이다.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와 기업차원에서 대책마련에 벌집 쑤신 듯 움직임이 분주하지만 소리만 무성하지 제대로 된 효과적인 대응책이 나오질 않고 있다. 왜냐하면 반도체 생산에 대체 불가능한 핵심 특수소재만 제대로 골라서 치명적인 혈을 찔렀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맞서자던 처음 태도에서 돌변해 급기야 대통령이 현재 상황을 전례 없는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한국기업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맞대응도 하겠다고 나서긴 했지만 어쩐지 느낌이 공허하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일어날 때는 원인이 있다. 일본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한국 정부의 태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우긴 하지만 종군위안부 협상 파기와 징용자 개인피해보상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경제제재라는 무기를 들고나온 것이다. 외교 전쟁에서 수단의 정당성을 따지는 것은 사치다. 일본은 앞으로 한국을 괴롭힐 수 있는 추가조치를 백가지 정도 더 준비해놓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일본 언론들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나서긴 하지만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워 보인다. 국내는 어떤가? 일본이 반도체생산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특혜 조치 철회를 발표하자 비열한 조치라면서 일본제품 불매로 대응하자는 등의 올드패션의 감성팔이 제안부터 시작해 국산화니 수입처 다변화니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대책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 불매운동을 실행하기에는 추동력을 집중하기가 쉽지가 않고, 국산화 등은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 설령 들인다고 실력과 기술이 딸려서 바로 해결할 수는 없는 먼 나라 얘기다. 한해 수십조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하는 삼성전자가 몰라서 국산화를 하지 못했을까? 아베가 일본 국내 선거용으로 이번 조치를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는데, 지금 정부가 쓰고 있는 친일프레임도 역지사지하면 내년 총선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국과 미국은 동맹이다. 미국과 일본도 동맹이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 그런데 미국과 일본은 대중국 무역전쟁에 보조를 같이하고 있다. 중국이 사드문제를 내세워 한국을 때린 것은 한국보고 어디에 줄 설 것인지를 요구하는 조치에 해당한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자취를 감추었고, 롯데가 울면서 철수를 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일본이 이번에는 종군위안부 협상파기와 징용배상 판결을 핑계 삼아 한국을 때리고 나섰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취한 태도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일본이 이렇게 나서게 된 데에는 미국의 방조 내지는 묵인 또는 내락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번 사태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한국에 대해 미중 무역전쟁에서 어느 쪽을 편들 것인지 제대로 하라는 강력한 요구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중국과 북한을 동맹국처럼 대해온 한국의 갈팡질팡하는 태도를 똑바로 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외교에는 승패가 없다. 타협만 존재할 뿐이다. 꼭 이기려고 한다면 전쟁을 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은 약육강식이라는 정글의 법칙만 통하는 국제 정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가 무엇인지 아이러니컬하게도 외부의 힘에 의해 강요당하고 있다. 이념을 앞세운 내치 철학이 국제적으론 통용되지 않는다는 냉엄한 현실을 지금 우리는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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