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칼럼] 일본의 경제보복을 바라보며
[김기덕칼럼] 일본의 경제보복을 바라보며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7.2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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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김기덕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조치로 촉발된 한국과 일본의 경제전쟁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이러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역사적으로도 반복된 일이지만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은 단순한 경제적인 위협이라기보다 양국 간 심각한 균열의 위험에 봉착해 있다. 이번에 우리 민족이 전방위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과거 제국 침략을 연상시키는 비열한 그들의 행동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의 경제침략을 과거사에 대한 보복으로 간주하기에 우리 민족의 감정의 뇌관이 폭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 감정적인 반일 사태가 크게 일어나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 너무 감정적으로 반응하다 보면 이성을 잃을 수 있고 이성을 잃기 시작하면 본질은 놓치고 엉뚱한 결과를 만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조금은 이성적이며 지성적으로 이 사태를 보아야 할 것이다. 민족감정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냉철한 이성과 합리적인 지성이 요구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베 정권이 지난 역사의 뼈아픈 과거사에 대한 잘못을 시인 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 유력한 것이 그들의 종교성 때문이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정부의 철저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의 사고와 문화, 그리고 종교라는 깊은 뿌리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와 일본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하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그것은 일본이 지향하는 종교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신사 참배는 제국일본이 ‘식민지적 주체’를 만들기 위해 마련한 대표적인 정신적 규율 제도였다. 제국 일본은 신사참배를 일상적으로 반복함으로써 황국신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주체로 만들려는 계획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신사참배는 일본의 종교 시스템인 ‘신도(神道)’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신도는 강, 나무, 돌 등의 자연물이나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들을 신으로 섬기는 종교이다. 그런데 그 역사적 인물 가운데 전쟁의 주범이고 전범인 조상들을 신으로 섬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신도를 공간으로 구현해 신도의 신들에게 제사 지내기 위해 세운 건물이 ‘신사(神社)’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와 의원들이 일 년에 몇 차례 이곳을 방문한다는 것은 하나의 국가의식 이전에 종교성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왜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지를 알 수 있다. 만약 과거사를 인정하고 잘못을 사과한다면 그것은 전범을 모시고 있는 그 신사를 부정하는 것이고 자신들의 종교를 부인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민간 종교였던 신도를 국가의례로 바꾸었다. 일본신화에 등장하는 태양신이자 천황의 조상인 아마케라스 오미카미를 정점에 두는 제사 체계를 확립했다. 개항 이후 일본인 거류지가 형성되면서 조선에 신사가 들어오게 되었고 그 이후 1930년대 전쟁발발로 제국일본이 급속히 군국주의화됨에 따라 조선인들에게도 국민도덕으로 강요가 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신사참배 강요에 대해 많은 이들이 저항을 했지만,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게 되었다. 식민지화 시키면서 그들의 종교를 심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주기철 목사님과 손양원 목사님은 고문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면서까지 저항했고 온 국민에게 신사참배 반대운동을 일으켰다. 과거사를 무시하고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양국관계의 긴장을 일으키는 것은 그들의 짙은 종교성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정부는 국민감정을 담보로 이 난관을 뚫고 가기보다는 그러한 일본에 대해 치밀한 연구과 대응전략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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