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칼럼] 홍콩과 선전의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오규열칼럼] 홍콩과 선전의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9.0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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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1842년 아편 전쟁에서 패한 청나라는 영국에 홍콩을 식민지로 내주었다. 1984년 중국은 영국과 홍콩 반환 협정을 체결하였고 1997년 홍콩을 반환 받았다. 중국은 영국과 홍콩 반환협정을 추진하면서 반환 50주년이 되는 2047년까지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하였다. 홍콩을 특별행정구로 지정하여 중국 대륙의 다른 지방정부와 달리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홍콩시민들이 생각하는 고도의 자치와 중국 중앙정부가 생각하는 고도의 자치 사이에 간극이 있어 홍콩주민들의 시위가 자꾸 일어나고 있다.

이번에 일어난 홍콩 시위의 직접적인 이유는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제정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송환법이란 홍콩의 범죄인을 타국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인데, 홍콩주민들은 이 법이 제정되면 홍콩에 있는 반중국 인사들을 합법적으로 중국으로 보내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송환법 반대시위가 계속되자 홍콩행정장관은 6월 15일 "무기한 연기", 6월 18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가 7월 9일에 "법안은 죽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홍콩인들은 법안이 다시 살아날 수 없도록 완전한 폐기를 요구하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시위가 격화되면서 홍콩주민들과 경찰이 충돌하여 부상자가 속출하자 홍콩인들은 송환법 철폐는 물론 경찰의 무력 진압에 대한 사과,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8월 25일 홍콩 경찰이 처음으로 실탄을 사용한 경고 사격을 함으로써 중국의 인민해방군을 통한 무력개입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홍콩은 중계무역과 동북아의 금융허브로 번영을 구가해 왔다. 한국도 홍콩의 발달된 물류시스템을 이용하여 많은 제품들을 수출하고 있다. 홍콩공항은 인천공항 최대 취항지로 주간 206편의 항공편이 운행되며, 통관이 간편하고 본토 연결 물류 인프라가 최적화 되어있다. 주간기준으로 칭다오 139편, 상하이 136편, 베이징 63편, 선전 41편의 항공기가 운항하고 있음을 비교해보면 얼마나 홍콩의 비중이 큰지 알 수 있다. 홍콩의 시위가 한창이던 2019년 7월 대홍콩 화장품 수출은 6억 달러로 2018년 7월에 비해 33.1% 감소하였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체제로 수출 환경이 악화되면 경제적 악영향이 매우 커진다. 여기에 고환율, 고유가, 고금리가 겹친다면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일 것이다. 최근 한국을 둘러싼 수출환경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먼저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전쟁이 격화되고 있으며, 둘째, 한국과 일본 간의 갈등이 경제영역으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와중에 홍콩의 시위로 홍콩을 경유한 수출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눈을 유럽으로 돌리면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독일의 경기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하루에 주가가 30% 이상 폭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주요 수출대상국들의 환경이 모두 나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의 주력 상품인 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한 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환율과 금리 그리고 유가가 낮아 버티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출환경 악화로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2019년 상반기 이익은 2018년 대비 50% 이상 줄어들었다. 이 와중에 유가, 금리, 환율 가운데 하나라도 오르게 된다면 한국 경제의 앞날은 장당하기 어렵다.

8월 18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홍콩과 인접한 선전을 국제도시이자 경제중심지로 키우겠다는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2035년까지 종합적인 경쟁력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홍콩의 일국양제가 공식적으로 끝나는 2050년에는 경쟁력과 혁신, 영향력에서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중국정부의 최종 목표다. 한마디로 홍콩이 담당하던 금융과 중계무역 기능을 선전으로 이관하겠다는 계획이다.

선전은 중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발전한 도시다. 지난해 기준 1인당 GDP는 한화 3,300만원으로 베이징과 상하이보다 각각 37.9%와 42.2% 높다. 상주인구의 평균 연령은 33세로 중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이기도 하다. 홍콩을 대치할 공간으로 선전을 육성하겠다는 중국의 계획은 우리나라 주요 수출 환경의 변화를 의미한다. 우리가 홍콩과 선전의 변화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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