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東松餘談]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하동근칼럼東松餘談]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9.0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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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조선시대의 인재등용 코스에는 과거제도와 음서제도가 있다. 과거제도는 말 그대로 시험을 쳐서 머리 좋고 문재가 뛰어난 사람을 뽑는 제도이고 음서는 요새 말로 백 그라운드가 좋은 집안의 자녀를 추천을 받아 인재를 발굴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조선시대의 과거제도가 우리가 통상 알고 있듯이 머리가 좋은 인재를 뽑고 출세가 보장되는 그런 훌륭한 제도가 반드시 아니었던 것 같다. 특히 조선 중기 이후 사색당파가 심화되면서 과거제도는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한 특정당파를 위한 그들만의 잔치 즉, 자기 당파를 강화하기 위해 자기편 인사의 자제를 선발하는 짜고 치는 인재등용 코스가 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필요하면 부정행위도 저질렀다고 한다.

인조반정이후 이 같은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뒤로 뽑는 음서제도는 아예 거론할 필요성도 없지만, 과거시험조차 합법을 가장한 우리 편 인재 뽑기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이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이 북인의 근거지였던 진주와 그 주변이었고, 그 지역 출신 인물들이었다. 이른바 강우학맥의 남명학파 선비들, 진주를 중심으로 하는 경상남도 일원과 일부 경북, 전라지역 인사들의 출세 길은 인조 이후 거의 200년 가까이 출사길이 막혀버리는 엄청난 지역 차별을 받아야 했다. 이 중환은 택리지에서 지난 백년사이 영남에서 판서된 이는 두 명에 불과하고 참판이 된 이는 네댓 사람이고, 정승은 아예 없으며 높아도 삼품을 넘지 못했다면서 영남지방에 대한 인재 등용의 편파성이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노론은 이들 지역에 대해 민란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50년 동안 과거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을 박탈한 적도 있다. 그래서 진주라는 지역이 특별관리 대상이자 과거 문과 합격자 배출 기피 지역이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이조 500년 역사에서 특정당파, 특정 성씨와 특정 가문 12개 문중이 200명 이상의 문과 급제자를 배출했고, 4명의 특정인 후손에서 각각 100명 이상의 급제자를 양산하기도 했다. 조선의 과거를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조선시대에도 속된 말로 머리만 좋다고 누구나 출세할 수 있었다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조선의 양반제도에서 출세의 기본조건은 혈통과 학문, 과거와 관직 등 네 가지였다. 이 중에 가장 으뜸으로 치는 것이 혈통이었다. 혈통은 곧 당파와 연결된다. 같은 편이 아니면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배제되곤 했다. 과거 성적은 단지 출발점에 불과했다. 이것이 조선시대 과거제도의 빛과 그림자다.

시대만 바뀌었을 뿐이지 현재도 이 나라 정치에는 같은 편 몰아주기 인사 관행은 조선시대나 다름없이 여전하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나오는 말이 편중인사, 편파 인사, 회전문 인사, 비전문가, 무자격, 무능력 인사 등의 단어들이 난무한다. 그리고 또 세월이 흘러 정권이 교체되면 똑같은 단어들이 또 매스컴을 장식한다. 이번 정권도 마찬가지다. 예나 지금이나 이 땅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자기편뿐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이번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파동을 통해서도 그것이 진리라는 점이 증명되고 있다. 영, 정조가 시도한 탕평책도 결국은 실패로 돌아가고, 사색당파로 골병이 든 조선이란 나라가 결국 주권을 일본에게 내어 주고 소멸한 경위가 이 땅의 부정할 수 없는 역사이다. 지나친 인사 편중이 국가의 미래에 미치게 되는 악영향을 조선시대 당파싸움과 과거제도를 통해서라도 되돌아 볼 시점이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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