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세상엿보기] 거짓과 우상
[김용희의세상엿보기] 거짓과 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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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0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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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시인·수필가
김용희 시인·수필가

십여명의 사망자를 내고 태풍 미탁이 휩쓸고 간 개천절 날, 현 정권에 항의하는 수백만이 광화문에 모였다.

우리 사회는 지금 집회 천국이다. 조국수호! 조국퇴진! ‘조국’이란 이름 때문에 그야말로 조국의 미래를 건 대규모 자발적 집회가 전국을 소용돌이로 만들고 있다. 이편에서 보면 저편이 정신나간 사람들이다. 도저히 이해되지 못할 사람들이 저편에 선 얼빠진 사람들이다. 예수는 죽은 지 삼일만에 부활하였다. 죽은 나사로를 삼일만에 부활시키기도 했다. 비신자는 이게 정신나간 소리로 들리고 신자는 이 진리 믿지 않는 이들이 참 생명을 잃은 허무한 인생으로 보인다.

도대체 뭐가 맞는가? 그리고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며 판단의 기준은 좀 더 쉽고 명확한 기준은 없는가? 동물들은 이런 짓 하지 않는다. 인간만 가치구조에 갇혀 급기야 서로 죽이는 대규모 살육전도 한다. 특정 종교에 빠져 가출을 하고 자산을 모두 헌납하고 급기야 휴거를 준비하고, 가까이는 좌우 진영논리에서 극단적으로는 이렇게 세상부정까지 하게 만드는 이 관념놀이. ‘거짓과 우상’ 어느 쪽이 거짓이고 어느 쪽이 우상인가? 이런 편가르기를 멈출 수는 없는가? 나는 좌도 우도 아니고 특정 종교를 믿지도 않아. 그렇다고 완전 무신론도 아냐, 그래서 내가 정상? 과연 그럴까? 아니면 양비론자이거나 회의론자, 우유부단 결단력도 가치관도 없는 장삼이사일 뿐일까?

비겁한 조국? 혹은 비겁이란 낙인으로 개혁을 거부하는 비조국? 어느 쪽이 옳은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를 거부하지 못한다. 그게 역사다. 삼국지를 보면 전쟁놀이에 수십만명이 동원된다. 우리도 삼국시대도 있었고 외부민족과 손잡고 자민족을 소멸시킨 신라도 있었다. 이처럼 편가르기는 결국 무의미한 희생만을 가져왔을 뿐인가?

때문에 인간에게는 그야말로 ‘인문학’이 필요한 것 같다. 사학, 철학 그 인간고뇌와 삶의 궤적을 살펴 오늘을 사는 기준으로 삼는 것. 우선 역사를 따라가 보면 인간은 ‘본성’을 따랐다. 인간 선택의 기준은 ‘나의 이익’이었다. 강남좌파도 있고 생활보호대상자 우파도 있긴 하지만 전략과 힘 그리고 이기적 본능이 역사를 만들어 왔다. 전쟁에서 사라진 제국은 말이 없다. 아니 논리구조나 체계도 같이 사라졌다. 가치나 구호도 소멸되었다. 승리자가 역사를 썼다. 우리가 일제에 먹혔으면 우리 역사, 우리 말, 우리 성씨, 우리 뿌리 모두 사라졌다. 그게 역시다.

철학? 그건 인간에 대해, 인간 본질에 대해 끝없이 사유한다. 철학자들의 철학적 사고를 따라가다 보면 어찌 인간이 이렇게 예리하고 지혜롭고 근원적이며 탁월하게 사유 할 수 있을까 탄복한다.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는 가치체계 논리구조는 철학자들의 사유의 궤적이다. 그럼 그 철학이란 학문의 결론은? 인간을 뭘로 보는가? 결론을 내리기는 했을까? 현대철학이 내린 결론은 아마도 ‘모호성’이다. 뭔 얘기냐 하면 ‘모르겠다’. 인간의 본성? 그것은 이성도 감성도 아니며 실체도 없는 그 모호성이란 것으로 빠진 것 같다.

그럼 종교는? 그건 너무 초월적이라 논리구조, 가치론, 이성적 접근을 거부(?)한다. 그러니 그냥 믿고 따르는 것. 아니 인정한다 해도 지난한 과정, 그래서 종교간 전쟁이 오히려 삶을 파괴시켜온 부분도 있다.

우파적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 위에 서 있다. 욕망을 긍정하고 그것을 조정하는 합리적 구조로 시장을 만들었다. 좌파적 사회주의는 이런 짐승같은 구조에 ‘사람이 먼저다’란 가치로 인간우선을 추구한다. 때문에 진영논리에는 이렇게 정리해보자. 사람은 현실에 굳게 서서 꿈을 꾸는 게 맞겠다.

특정 종교적 시각처럼 우리 삶이 한갓 꿈이라 해도 꿈꾸는 이 순간에는 그 꿈에 충실한 것이 옳다. 안창호는 ‘무실역행’이라 하고, 다산은 ‘실사구시’라 했다. 모두가 베드로가 되면 세상은 끝난다. 특수한 몇 사람들일 뿐. 아니 오히려 고기잡는 어부가 더 정직하고 성실하고 인간적일 수 있단 얘기다. 인간의 타락을 지켜본 그 논리구조 때문에 죄의 감옥에 갇혀버린 인간. 구원 밖에는 답이 없다는 논리는 인간사회를 부정하는 가치구조적 성격이 있다. 이상적 동산에서 쫓겨난 인간, 비록 그렇다 해도 그 세상은 참으로 가치있고 은혜로우며 가정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인 가정을 버리는 가출은 혹은 출가는 예외적일 뿐.

조국이든 누구든 범법했다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고 그것은 여야가 따로 없다. 그러나 김학의 사건 덮고 조사권 공소권 독점하고 진술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검사동일체의 그 강력한 위험성을 제어할 수 있는 관련 법은 속히 제정되어야 한다. 패스트랙이든 공수처든….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국민의 수준이 정치의 수준이 되고 국가의 수준이 된다. 아픈 만큼 성숙되는 그 과정상의 정의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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