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성칼럼]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권재성칼럼] 이에는 이, 눈에는 눈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10.2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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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성 칼럼니스트
권재성 칼럼니스트

문명은 큰 강과 비옥한 토지를 중심으로 발생했습니다. 홍수는 비옥한 토지의 필요조건이었습니다. 홍수 시기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생존의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천문학과 수학이 발전합니다. 나일강과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에서 문명이 발생하고, 천문학이 발전한 이유입니다.

기원전 35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 살았던 수메르인이 인류에게 남긴 큰 유산 중에 10진법과 60진법이 있습니다. 60진법에 따른 공간 분할에서 360도의 원이 생겨났고, 그와 관련하여 30×12(30은 달의 대체적인 주기)의 360일=1년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구 주위의 7개 행성은 거룩한 숫자 7이라는 관념을 낳게 되었으며, 이것은 '7요일'로서 오늘까지 전해지게 됩니다. 이들이 남긴 유산 가운데 우르남무 법전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법전입니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세계 最古의 성문법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은 이를 계승한 것입니다. 함무라비(Hammurabi, ?~BC 1750)왕이 집대성한 이 법전은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으로 유명합니다. 즉 같은 피해에는 같은 방법으로 형벌을 준다는 것이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가혹한 형벌의 대명사로 배웠습니다만 오히려 사적인 복수, 약탈혼, 혈족 간의 집단적 복수 등은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귀족의 권력 남용을 제한한 내용이 담겨 있는 문명화된 법이었습니다. 당시는 왕과 귀족, 평민과 노예가 있는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습니다. 이런 사회체제에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법의 원칙은 공정함의 상징입니다. 문명화된 오늘날에도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판을 치고, 권력과 자본력에 따라 죄의 무게가 달라지는데 4000년 전 ‘법의 평등’은 혁명적이었습니다.

80년대 초 전두환 신군부세력이 정권을 잡았을 때 ‘땡전뉴스’라는 게 있었습니다. KBS나 MBC 9시뉴스를 틀면 첫머리 소식으로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한다고 해서 붙은 말이지요. 청와대에서 내려주는 보도지침 때문에 방송, 신문의 주요 뉴스는 모두 비슷했습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조국’으로 시작해서 ‘조국’으로 끝납니다. 뉴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대통령보다 더 높습니다. 이게 정상적인 보도행태인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40년 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보도지침을 내리는 곳이 청와대에서 조중동으로 바뀐 점이랄까요? 조중동이 쓰면 우수마발(牛溲馬勃 개나 소나)이 우르르 따라 하는 식입니다.

법무부장관 조국은 지난 10월 14일 사퇴했습니다. 8월 9일 후보자로 지명되고, 9월 9일 장관으로 임명된 후 66일 만입니다. 딸이 동양대 영어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받은 봉사 관련 표창장 하나 때문에 시작된 정쟁은 보수·진보언론을 가리지 않고 하이에나처럼 조국을 물어뜯었습니다. 검찰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 마지막 날 후보자 아내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 했고, 7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11시간 넘는 압수수색, 장관 아내를 상대로 일곱 차례 검찰 소환 등등 유례없는 기록을 낳았습니다. 11시간을 압수수색 했다길래 재벌집 저택처럼 큰 집인 줄 알았는데 고작 30평짜리 아파트였더군요.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검찰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사람들을 서초동으로 모이게 했으며 3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외치게 된 것입니다. 원정출산 의혹, 사학비리의 전형이라고 불리는 나경원에게는, 패스트트랙사건으로 무더기 고발된 국회의원들에게는 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을까? LSD라는 1급 마약을 들여오다 잡힌 헤럴드경제 회장 홍정욱의 딸은 불구속으로 입건했는데 표창장은 구속시켜야 한다면 이것이 진정 정의일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것이 정의이고 법 앞의 평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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