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칼럼] 중국인 여행객이 김을 찾는 이유
[오규열칼럼] 중국인 여행객이 김을 찾는 이유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11.0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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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한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물건은 김이다. 한국 김이 맛있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중국인들이 김을 찾는 이유는 김에 함유된 요오드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해안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내륙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지능지수가 높다고 한다. 이유는 유아기 두뇌 형성에 필수적인 요오드를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안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요오드가 풍부한 김과 미역 등 해초류를 내륙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먹기 때문에 지능이 높은 것이다. 요오드는 기초대사율을 조절하고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며 중추신경계 발달에 관여하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미네랄이다. 요오드는 해초류 뿐 아니라 바다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에도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한국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바다에서 생산된 소금과 해초류를 먹기 때문에 요오드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살아간다. 그러나 세계 인구의 30%에 달하는 사람들이 만성적으로 요오드 부족현상으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복 받은 땅에 살고 있다.

중국은 거대한 내륙국가로 바다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모든 중국인들에게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내륙에서 생산되는 암염을 정제해 먹는다. 그런데 바다에서 생산된 소금과 내륙에서 생산된 소금은 성분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암염은 천일염과 달리 요오드가 함유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중국정부는 암염에 인위적으로 요오드를 첨가하여 국민건강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부 부정직한 사람들은 눈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암염에 요오드를 첨가하지 않고 유통시킨다. 그 결과 아이들의 두뇌 발달은 저하되고 각종 질병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는 요오드를 첨가한 과자가 상당수 있고, TV에서 요오드를 첨가한 과자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마 한국 TV에서 인위적으로 요오드를 첨가한 과자 광고를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요오드가 첨가된 과자를 먹던 중국인들이 한국인들은 요오드를 신경 쓰지 않고 사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맛있는 김과 미역 그리고 천일염을 적당히 먹으면 요오드 부족으로 인한 질병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여행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중국인들의 손에 한가득 조미 김이 들려 있는 것이다. 중국 대도시에 한국 김밥집이 성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로부터 한국의 인삼은 품질이 좋기로 유명해 중국과의 교역에서 빠지지 않는 수출품이었다. 김과 미역, 천일염도 요오드가 부족한 중국인들에게 주요한 수출품이 될 수 있다. 중국의 고급음식점에 가면 와와차이(娃娃菜)라는 배추 요리를 볼 수 있다. 중국 배추는 한국 배추에 비해 아삭한 식감이 적었다. 그래서 배추 요리는 고급음식점에서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한국 배추 종자가 들어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의 배추 종자로 키운 와와차이(娃娃菜)가 식감이 뛰어나 고급음식점의 주요 메뉴가 된 것이다. 한국은 국토가 협소해 농산물 분야에서 경쟁력이 없을 것으로 쉽게 판단한다. 그러나 우리가 잘 몰랐던 한국의 농산물 가운데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품목들은 의외로 많다.

무역은 비교우위에 있는 물품을 교환하여 상호 이익을 얻는 긍정적인 제도이다. 교역을 통해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의 가치와 경쟁력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의 가치를 잘 알릴 수 있어야 한다. 꼭 필요하고 가치가 있다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우리는 좋은 가격에 우리의 물건을 수출할 수 있다. 최근 WTO에서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고집하지 않는다 하면서 농업이 고사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그래도 우리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면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들 손에 쥐어진 김과 배추 종자에서 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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