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세상엿보기] 한 해를 보내며…
[김용희의세상엿보기] 한 해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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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3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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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수필가
시인·수필가

12월 31일 제야의 종소리, 한해가 갔다. 주마등(走馬燈) 처럼, KTX 창가에 스치는 민가의 불빛처럼.

늘 초저녁 잠이 퍼붓다 깨어서는 몇 시간을 미거적거린다. ‘와이키키 브라더스(Waikiki Brothers, 2001)’ 밑바닥 인생을 다룬 영화를 TV에서 방영한다. 그저 그런 서로 부비며 사는 서민의 허드렛 삶을 조명한다. 자존심, 욕망, 좌절, 체념 놓을 수는 없는 서민들의 삶, 먹고 살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또 작은 욕망들의 끄나풀에 매달려 그렇게 살아가는 소외된 삶들. 그런 관념적 삶 조명해서 영화나 만드는 그들도 어쩌면 예술이란 이름의 편승(便乘)자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돌아봐도 참으로 모두 이상한 삶이다. 자존감을 드러내지 못해 욕망의 틀에 갇힌 장로, 하느님께 충성하는 것이란 허상을 짓고, 불법 불의를 보고 그냥 간과하면 사탄의 농락에 빠진 것이라고 명분 만들고, 분란을 일으키더라도 올바른 길로 안내해야 한단다. 젊은 목사는 진리란 절대적 가치에 기대어 어른들을 계몽하려 들고 신념이란 명목으로 이해보다는 공격과 방어만 한다. 그렇게 모두 자기나름의 종교라는, 믿음이란 것을 스스로 해석해서 팔고 산다. 자본사회에서 문제는 돈인데, 돈 받는 이가, 혹은 늘 빈 젓가락만 들고 다니는 분과 그리고 그 단체와 조직을 허물고자 하는 허영심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시도도 끝이 없다.

회장 연임하겠다는 시니어 주저앉혔더니 발길 끊겠단다. 결국 모두 자기를 들어내지 못해서 참으로 안달이다. 왜 저리 자존과 존재감 그 가냘프고 가련한 욕망들에 끄달릴까, 물론 크든 작든 본인에게는 그게 전부이니, 여하튼 우린 좀 이상한 사회다.

겸손도 지나치면 비겁함이 된다. 너무 낮아지면 비겁을 지나 비굴까지 가면 그건 또 스스로 존재가치를 버리는 것, 최소한의 배짱은 가져야 할 것도, 비굴함도 두려움이라는 이기심 때문이겠다.

죄라는 것이 뭘까? 자연법, 사회법, 종교법, 양심의 소리…. 죄의 내용과 종류는 사실 인간이 규정하기 나름이겠다. 자연법과 사회법도 다르다. 반역, 내란, 선동, 역모…. 이건 분명히 사회적 죄다. 틀린 정권, 어긋난 왕권을 갈아치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죄다. 기존 질서와 체제에 도전하는 죄, 종교에 대한 도전은 파면이다. 중세 이전에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 자체가 죄였다. 생각은 하나님, 그 보이지 않는 실체인 하나님만 해야 했다. 유교는 부모상 3년 치르지 않으면 죄, 과부가 재가를 해도 죄, 지금 중동에선 여자가 운전을 해도 죄, 여행을 자유롭게 해도 죄, 사우디법이다. 성경에서는 사람이 태어난 것 자제가 죄다. 그걸 원죄(原罪 Erbsünde)라 한다.

죄라는 것이 뭘까? 혹시 우리의 보편적 사회규범, 죄의 문제 대부분 ‘거짓과 우상’ 아닐까? 그러니까 좀 더 나아가서 근본적으로 사람은? 동물은? 식물은? 생명은? 우주는? 있음은? 무슨 의미일까? 죄의 개념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이런 존재의 정체성과 의미부터 획정해야 한다. 농민에게는 잡초와 참새는 제거하는 것이 선이다. 산돼지도 마찬가지. 그런 게 그게 인간의 입장에서의 죄의 개념의 판단이다, 이러니 존재들에 대한 본질적 의미를 전제하기 않고는 죄의 개념을 규정하기 어렵다. 일반적인 도덕 윤리를 말한다. 그리고 칭기스칸 알렉산더 모택동 그들은 영웅이라 칭한다. “수십명 죽이는 것은 살인, 수백만을 죽이면 영웅” 스탈린(Joseph Stalin)의 말이다. 그런데 사실 가장 큰 죄는 지구를 파괴시키는, 생명의 종을 파괴시키는 온난화 탄소배출이 가장 큰 죄일 것 같다. 이 죄는 타인의 물건 훔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전쟁이란 것이 뭔가? 국가에 충성이란 개념이 무슨 의미인가? 왜 국가에 충성해야 하는가, 사실 이런 의심 잘하지 않는다. 의식화 교육의 결과다. 국가의 실체는 뭔가? 굳이 국가를 만들어 상호간 전쟁할 필요가 있는가? 누굴 위해서? 인류가 하나의 도시 코스모폴리스(Cosmopolis) 이면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왜 인간은 늘 분리되고 구분 짓고 서로 죽이고…. 이념(Ieology)이란 것도 만든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그리고 민족이란 것도 만든다. 한민족 왜구 한족 여진족 말갈족 게르만족 색슨족…. 그렇게 자꾸 나누고 구분해서 서로 싸운다. 종교를 만들어서 또 싸운다. 싸우지 못해 안달 난 특이한 동물이다. 비단 인간뿐 아니다 동물 식물 모든 생명이 모두 그런다. 때문에 전쟁이 죄가 아니라고까지 한 이가 헤겔(Hegel)이다. 그게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 어쩌면 필요 선이라는 것. 그러니까 우리는 생각 자체를 본질적으로 뒤집어 봐야겠다. 그냥 생각없이 사는 것은 코미디다.

인간은 국가라는 것을 만들고 그 실체 없는 국가를 위해 전장에서 수많은 젊음이 사라진다. 급기야는 그 의심없이 선(善)이자 합(合)이던 전쟁의 이유였던 국가라는 것도 사라진다. 우리 백제 신라 고구려 가야…. 중국도 마찬가지. 수많은 왕조, 오스만, 마게도니아, 페르시아…. 그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인간들의 충성은 어디로 갔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렇게 인간은 관념화하고 무리 짓고 이념, 관습, 신조, 신념이란 거짓을 만든다.

세상에 나보다 중요한 것이 뭐 있나? 없다. 이건 이기적 존재가 옳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 존재의 의미를 스스로 소멸시키거나 무가치한 것으로 하거나 조직이나 타인에 예속시키는 것이 선이라는 국가주의(Nationalism)적 시각이 허구라는 게지. 이렇게 나의 존재와 의미를 축소시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거짓이요 허상이요 우상이라는 게지. 그건 창조원리 아니다. 인간사회가 만든 허상의 도덕감.

러니까 수천만원 뇌물에 목숨 버린 정치인이 몇천억 꿀꺽하고도 잘사는 이보다 훨씬 자존감 자기존재감이 낮다는 바보스러운 행동이란 게지. 돈 받고도 잘사는 넘이 오히려 자살했어야 한다는 논리라면 미국인들 모두 자살해야 한다. 인디언 땅 뺏어서 사는 정복자, 파괴자, 침략자, 살인자들이니까. 그런데 그들 대통령 취임할 때 성경책에 손 얹고 서약한다. 몹시 웃기는 일 아닌가. 허상과 거짓이다.

한 해가 갔다, 새해가 온다. 김정은 며칠째 당 보고회의를 한다. 뭔가를 단단히 준비하는 모양이다. 신념을 하나로 결집시키고 인민당체제를 안정시키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과정이다. 김정은 머리가 참 좋은 것 같다. 이런 인간의식 관념의 구조를 이해한 인간 같다. 의식화(Conscientization)와 명분(Pretext)이 먼저라는 것, 그런데 사실 지금 이런 행동이 모두 거짓이고 우상짓는 일이다. 체제, 정권, 국가. 모두 허구다, 그러나 그 허구도 자기생존을 위한 가치짓기다. 상대국이 허구적 가치로 자국 자정권을 말살하려 하니 또한 허구적 가치로 맞서는 것.

그렇다면 진짜의 본질적 진리와 사랑은 없을까? 인간은 그냥 던져진 존재(Being-There) 실존주의적 존재일 뿐일까? 그것은 아니겠다. 예수의 오심은 역사적 사실이고 그 사랑과 희생은 분명히 존재했다. 다만 왜곡되어 있을 뿐, 석가의 진리는 허구이고 허상인가? 그것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선계(仙界)나 불계(佛界)를 경험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이들의 추론이겠다.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들의 증거’라는 그 명제(命題)도 분명 참인 것 같다. 왜? 역사적 사실이고 일부의 무시할 수 없는 경험이고 우주의 알지 못하는 신비이니깐, 다만 그것을 폄훼하고 역이용하는 숱한 인간들의 그 거대한 허구 때문에 손상되고 훼손되고 보이지 않을 뿐.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면 내 욕망의 본질을 차분히 바라보면 세상의 구조와 자의식의 실체가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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