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세상엿보기] 미스터트롯
[김용희의세상엿보기] 미스터트롯
  • 김용희 시인·수필가
  • 승인 2020.01.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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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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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 어디로 가는가?>JTBC, <미스터트롯>TV조선, <지식의 기쁨>EBS. 목요일 저녁 일찍 퇴근해서 밤 내 TV를 본다. 재밌는 프로들이다. 어떤 날은 채널만 돌리다 끄지만 오늘은 재밌다. TV라는 게 참 고맙다. 아님 겨울 긴긴 밤 뭘하며 시간을 보낼건가? 티비삼매나 참선삼매나 독서삼매나 뭐 다르랴? 놀음삼매도 사회적 죄악 정도가 아니라면 그것도 괜찮겠다. 뭐 우리가 산다는 게 그리 고상한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닌데, 세상적 욕정 멀리하고 삼가하고 근신하며 달빛을 먹고 솔잎을 먹으며 학처럼 신선처럼? 그렇게 탈세간 하는 고행(苦行)같은 삶만이 우리의 삶을 고양시키는 건 아닐테다.

우리 정치, 여야의 진영논리 대결 끝이 없다. 토론이란 게 공감대나 합의 도출이 안된다는 것만 확인해주는 프로다. 늘 그렇다. 토론자 모두 자신의 선입견, 자기의 프리즘만 통해 세상을 보고 보이는 것만 설명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이들 중 좀 더 능력있고 기억력 좋고 언변좋은 사람들을 전문가라고 불러내어 토론을 한다. 그래서 늘 토론은 양측의 말이 모두 옳다. 이런 토론 생각없이 보다 보면 시청자는 자기 판단을 잃는다. 양측의 말과 견해가 모두 옳기에, 혹은 동의되지 않으면 분노게이지만 높일 수도 있겠다. 항상 큰 그림과 숲을 보는 시도가 좋겠다. 누가 선의지를 더 가진 건가? 누가 더 편협되고 자의적인가? 누가 더 폐쇄적인가? 주장하는 바 그 목적이 뭔가? 어느 당이나 흠과 하자와 부족함이 있다. 상대는 늘 그것을 집중 공격한다. 양측 모두 그렇다. 그러나 보다 더 포용적이고, 더 국민을 위하고, 보여주는 선의지가 누가 더 보편적 동의를 얻는가. 정치적 견해야 각자가 다를 수 있으니 그리고 또 다르기도 한 것이 민주주의다.

미스터트롯. 어느 친구가 너무 긴장해서 소변을 과하게 참다가 실수를 하곤 탈락해서 눈물로 애통해한다. 그게 우리가 사는 일 아닌가. 고통이 있고 경쟁이 있고 좌절이 있고 또 그러다가 승리도 하고. 미스트롯 송가인을 발굴하더니 미스터트롯, 태권도 세계선수권 1위, 아수라백작 1인 양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출연자, 빈 의자에서 사람이 나타나게 하는 마술사, 수학의 최고강사 팔백만 수강생 등 특별한 출연자들로 삼매(三昧)에 빠졌다. 그리고 또 오만한 심사위원, 의미없는 사담으로 시간을 끄는 위원, 진성이란 가수가 자신의 노래를 들으며 흘리는 눈물, 지난 십수년 힘든 시간을 보내며 살아온 자신의 노래란다 초근목피 보릿고개. ‘수학은 암기가 아니라 이해’라는 강사의 팁까지.

EBS 특강 지식의 행복. 산다는 것은 감사를 배우는 것이요, 한 해씩 성장 성숙해지는 것이라는 심리학 강사, 감사를 배우는 것이 성숙하는 것 맞다. 감사를 자꾸 자꾸 찾다보면 태어난 것 자제가 감사, 잃은 것 잃을 것이 아니라 가진 것 가졌던 것에 감사가 시작하면, 그렇게 자기를 내려놓기 시작하는 것이 성숙이리라.

겨울 한 밤 TV 세 프로를 보며 끝내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진정성 진솔함 그리고 자기성찰의 과정이란 생각을 해본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면 그리 긴장할 것도 슬퍼하고 애통할 것도 없겠다. 기성 가수가 심사석에서 흘리는 눈물은 삶에 대한 진솔함이다. 우린 그런 가수를 사랑하는 게다. 분노를 표출하러 나온 TV토론자의 오만은 선의지를 역으로 작동시킨다. 심리학자의 관념적 인문학 강의는 겉만 훑는다. 종교라는 이름의 허상, 심리학이란 이름의 가식, 정치란 이름의 거짓, 이런 우리 사회의 단편 편린(片鱗)들을 TV로 보면서, 그래서 현실의 삶은 나름 또 의미를 만들어 가는 것일 게다. 소란스럽고 부딪히기에, 그런 날에도 바람이 불고 눈도 내리고, 또 별은 빛나고 차가운 하늘에 달은 걸려있기에, 결국 또 숲을 보면 삶은 축복일 것. 이런 시각으로 아마도 어느 시인은 “삶은 소풍, 그 소풍 참 아름다웠다고” 그러게 삶은 발가벗은 진정성이자 눈물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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