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東松餘談] 담배 정책의 이중성
[하동근칼럼東松餘談] 담배 정책의 이중성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1.1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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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전 imbc 사장
하동근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전 imbc 사장

지난주 일본 도쿄에 출장을 갔다가 본 풍경이다. 시부야 도겐자까 언덕길을 내려오는 길옆 빌딩 사이 좁은 공간에 무슨 죄짓고 숨어있는 것 같은 표정의 남녀가 몇 사람 옹기종기 모여 서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순간 불과 수년전까지만 해도 흡연자 천국이라던 일본도 이제는 더 이상 아니구나 하는 격세지감이 들었다. 흡연자가 내몰리기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진주로 가는 시외버스가 출발하는 서울 남부터미널 주변 보도에는 흡연단속 요원이 아예 상근을 하며 길거리 흡연자를 단속한다. 여행객이 대부분인 흡연자들은 흡연 단속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걸리니까 난감해하는 표정들이다. 과거 한때 지독한 헤비 스모커였던 입장에서 요즘 흡연자들이 겪는 이처럼 옹색한 형편을 보면서 옛날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흡연자로서 어느 정도 요순시대였냐 하면 우선 집안 실내에서 대부분 편하게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집안 어른이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한 손에는 담배를 들고 있는 흑백 사진을 접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는 기억이 있고 보면 더욱 그렇다. 국제선 항공기에는 흡연석이 따로 있었다. 객실 뒤편에 배치된 흡연석에서 맘놓고 담배연기를 내뿜곤 했다. 기내 화장실이 너구리굴이 되도록 담배를 피워도 지금처럼 화재경보 사이렌이 울리거나 범법자 취급을 받은 일은 없었다. 장거리 기차도 마찬가지, 마주 앉은 이들끼리 장거리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간혹 고스톱이라도 같이 치게 되면 우선 담배를 꺼내는 게 수인사의 첫 순서이기도 했다. 군대를 갔다 온 이들은 ‘한 까치 담배도 나누어 피우고~’라는 군가의 가사처럼 화랑 담배가 전우애 결속에 미친 영향의 지대함을 누구나 기억하고 있다.

그랬던 담배가 이제는 완전히 경멸과 배척과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물론 농담이긴 하지만, 흡연자 친구를 두고 미개인 또는 원시인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흡연인구 또한 많이 줄었고 최근에는 냄새가 덜 나는 전자담배까지 등장해 이른바 흡연 풍속도가 갈수록 변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애연가가 갖는 존재의 의미를 완전히 부정해도 좋을 정도로 그 세력이 아주 미약해진 것도 아니다. 국제적 담배 기업은 여전히 건재하고 많은 국가들이 담배 세수를 통해 여전히 재미를 보고 있다. 왜 담배가격을 국가에서 정해야 하는지, 담배가격 인상이 과연 금연을 촉진하는 동기가 되는지 갑론을박 또한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런 와중에 전 세계 흡연인구는 오히려 늘고 있다. 2010년까지는 줄었다가 중하위와 저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흡연이 다시 늘어나면서 올해 11억 2600만 명, 2025년에는 11억 4700만 명이나 될 전망이다.

담배란 이중성이 강한 존재다. 과거 소금과 담배가 국가의 전매품이었던 적이 있다. 지금도 국가의 세수를 올려주는 중요한 수익원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국민건강을 해치는 유해물질이라는 이유로 단속 또는 규제대상이 되고 있다. 담배의 폐해로 인한 국가 사회적 직간접 비용 손실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담배 유해론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담배에 대한 국가정책의 이중성 그리고 논리적 충돌 또한 더욱 부각된다. 담배와 함께 국책사업의 이중성이 지적되는 경마나 복권 등 사행성 국가사업 또한 여전히 성업 중인 것을 보면 국가정책이라고 해도 국리민복만을 위해 늘 절대선을 추구하는 일관성을 유지할 수는 없는 모양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왜 사람들은 담배가 몸에 나쁜 줄 알면서 피우고 있고 국가는 왜 국민건강을 해치는 유해물질인 줄 알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을까? 아예 팔지 못하게 할 수는 없을까? 참 풀기 어려운 퍼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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