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보석같은약초이야기]동의보감촌 들어서 있는 왕산은 약초의 보고
[지리산의보석같은약초이야기]동의보감촌 들어서 있는 왕산은 약초의 보고
  • 경남미디어
  • 승인 2018.12.0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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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희귀약초 중 대표적인 것은 만병초
“정확한 쓰임새 기록은 없으나 귀한 약재”
중풍에 쓴다는 ‘망사’는 ‘치매’에도 좋아
지리활강·참당귀·금기도 대표적인 희귀 약초
김종선 선생 댁 앞의 구룡목. 김 선생이 지리산에서 가져와서 심은 것으로 50년 이상됐다. 민가에 있는 것으로는 가장 오래된 구룡목이라고 한다. 이 구룡목은 김 선생의 약초꾼 이력과 세월을 같이한다. 김 선생의 분신인 셈이다.
김종선 선생 댁 앞의 구룡목. 김 선생이 지리산에서 가져와서 심은 것으로 50년 이상됐다. 민가에 있는 것으로는 가장 오래된 구룡목이라고 한다. 이 구룡목은 김 선생의 약초꾼 이력과 세월을 같이한다. 김 선생의 분신인 셈이다.

 

김종선 선생이 말하는

지리산의 귀한 약초들

지리산에서 희귀하게 나는 약초들 중 대표적인 것이 ‘만병초’이다. “넝쿨 만병초는 조개골 쪽으로 있고 나무 만병초는 노고단 쪽으로 응달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만병초는 꼭 고무나무처럼 잎이 생겼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하게 약으로 쓰는 법이 없어요. 약성은 좋은데 어디에 쓰는지는 잘 모르는 약초입니다. 그런데 이름이 만병초인 것을 보면 귀한 약재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대개 우리나라의 약초는 이름을 보면 그 약성을 알 수 있다. 쇠무릅은 무릅에 쓰고 골담초도 뼈에 쓰는 약초이다. 하수오는 흰 머리를 검게 하는 약초인 것처럼 약초는 이름을 보면 그 약성을 알 수 있는 게 많다. 김 선생은 따라서 만병초도 분명히 만병에 좋은 약초라는 생각이 드는 데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책에는 만병초에 대한 정확한 쓰임새가 기록된 것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자연초와 비슷하게 생긴 ‘백강록’이라는 약초도 약은 좋은데 법은 감추고 내놓지 않아 쓰지도 못하고 쳐다만 보는 약초라는 게 김 선생의 주장이다. 백강록은 잎은 자연초 처럼 생겼는데 자연초는 대가 올라오지 않고 백강록은 대가 올라오는 게 다르다는 게 김 선생의 이야기.

또 왕산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망사’라는 약초가 있다. 이 약초는 중풍에 쓴다고 돼 있는데 뿌리가 그물처럼 돼 있어서 망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요즈음에는 치매에 좋다고 해서 많이 찾는데 이제 왕산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치밭목 주변에 가면 ‘지리강활’이 지천으로 깔려있었다고 한다. 지리강활은 대표적인 독초이다. 그런데 이 지리강활이 류마티스에는 효과가 좋은 약이다. 류마티스에 쓸 때는 1푼~2푼 정도 되게 아주 작은 양으로 해야 한다. “독초가 아니면 어려운 병은 낫지를 않습니다. 독초일수록 사실은 좋은 약이에요.” 김 선생의 독초론이다.

지리산의 특산으로 ‘참당귀’를 들 수 있다. 1400m 고지 주변에 많이 자랐는데 요즈음은 거의 없어지고 법계사 주변에 가면 군락지를 가끔 볼 수 있다. 세발당귀라고도 하는 참당귀는 보약이다. 피를 맑게 하고 피가 잘 흐르게 하는 약성이 있다. 김 선생이 일전에 함양군 마천면 양정에 들어가 봤더니 거기에 세발당귀가 많이 있었다고 한다. 요즈음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는 지리산의 특용 약초인 세발당귀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게 김 선생의 이야기이다.

왕산에 지천으로 널려있었던 ‘금기’라는 약초가 있었다. 이 약초는 왕산에서 고동재로 가는 먼당에 있었다. 이 약초는 병원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피부병에 바르면 잘 나았다.

산청 동의보감촌 주변

왕산·필봉 일대 약초의 보고

김 선생이 지리산 약초의 보고로 들고 있는 곳은 동의보감촌 주변의 왕산이다. 왕산과 필봉 일대가 지리산에서는 약초가 가장 많이 자라는 곳이었다는 게 김 선생의 주장.

“지금 동의보감촌이 들어서 있는 왕산은 수많은 약초의 보고이기도 하지만 특히 ‘봉삼’이 많았어요. 지금은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돼 있지만 사실 독성이 있어서 조심해야 하는 약초입니다. 이 봉삼이 왕산 주변으로 지천으로 많았습니다. 지금도 봉삼은 왕산 주변에 많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김 선생은 요즈음 유행하는 봉삼이 당시에는 그리 좋은 약초로 쳐 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왕산 주변에는 봉삼 외에도 백부자, 초롱단, 현삼, 자연초 등 귀한 약초가 많이 자생했다는 게 김 선생의 이야기이다. 약초라는 게 꼭 심산 유곡에 들어가야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주변의 야산에도 얼마든지 귀한 약초가 있다는 것. 심산유곡에 있는 약초로 귀한 것으로 김 선생은 ‘천삼’을 들었다. 천삼은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약초인데 꼭 두릅나무처럼 생겼다고 한다. 심장에 아주 좋은 약성을 지니고 있는 데 약초의 향이 좋아 음식재료로 써도 아주 좋다고 한다. 김 선생이 보관하고 있던 천삼의 향을 맡아보니 정말 좋은 향이 뭍어 나왔다. ‘산토끼풀’도 왕산 주변에 있는 귀한 약초이다. 약명은 속단이라고 하는 데 뼈마디를 힘 있게 쓸 때 필요한 약이라 차력약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이 역시 요즈음은 잘 볼 수 없다고 한다.

김종선 선생댁의 50년생 구룡목

경남일대 모든 구룡목이 이 나무에서 번져

김 선생 대문앞에 있는 구룡목은 김 선생이 지리산에서 직접 캐다 심은 나무이다. 벌써 40년이 되었다. 캐 올 때 10년 생은 되었을 터이니 50살은 되었을 거라는 게 김 선생의 추측이다. 구룡목은 보통 높은 산에 있는 나무인데 꽃이 좋아서 집에서 보기 위해 가져와 심었는데 김 선생은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러버렸다고 했다. 이 나무에서 경남의 모든 구룡목이 퍼져 나갔다는 게 김 선생의 주장이다. 구룡목은 장미과의 활엽 관목으로 이른 봄에 잎이 나온다. 김 선생은 그 어떤 나무보다도 잎이 먼저 나오는 데 음력 2월이면 잎이 나올 정도로 다른 나무는 생각도 안하고 있을 때 잎이 나온다고 말했다. 잎이 지고 나면 하얀 꽃이 나오는 데 꽃이 나무전체를 덮을 정도로 많이 핀다. 그래서 먼데서 보면 하얀 눈을 덮어쓰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꽃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 꽃을 사람들이 좋아해 집에서 구룡목을 얻어 가서 심기도 하고 묘목을 만들어 가 심기도 한 게 경남에 퍼지게 됐다.

김 선생의 뜰에는 50년이 넘은 산작약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김 선생이 지리산에서 캐다 심은 것 들이다. 산작약은 작약과는 달리 흰 꽃이 피어서 백작약이라고도 한다. 흰꽃이 청아한 모습을 보여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간과 혈액에 좋은 약이며 특히 여성들에게 성약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산작약을 이렇게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김 선생 댁의 산작약은 장관이었다.

황인태 본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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