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東松餘談] 봄날을 이렇게 보내서야
[하동근칼럼東松餘談] 봄날을 이렇게 보내서야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2.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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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전 imbc 사장
하동근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전 imbc 사장

우한폐렴이 갈수록 확산일로에 있다. 자고 나면 확진 환자수가 늘어있고 사망자도 늘고 감염지역도 늘어있다. 하루의 일과가 확산상태를 알아보고, 예정되어있는 각종 모임이나 행사의 취소 내지 연기 소식을 듣는 것이 주된 일과가 되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거주지 주변 어디어디가 폐쇄되었다거나 방제 대상지가 되어 임시휴업을 했다거나 주변의 지인 중에 누가 확진 판정을 받아 입원했다거나 집에 자가격리 되었다거나 하는 소식이 남의 일이 아니고 내일처럼 현실로 다가오면서 이제는 압박감과 공포감이 문득 느껴지기 시작한다. 2015년 개봉한 ‘생존자들’이란 영화에서 느끼는 공포감과 비슷하다. 최후의 도피처로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청정지역 서부경남도 무너졌다는 소식에 맘이 답답하다.

집밖 출입을 삼가고 이른바 ‘방콕’하고 있는 날이 잦아지고 외부활동의 행동반경이 점차 좁아지면서 다들 심리적 압박감을 받는지 생존확인 또는 신고를 하는 안부전화가 부쩍 잦아지고 있다. 첫 마디가 살아있냐로 시작하는 지인들과의 대화는 대부분 우선 안부를 묻고 각자 알고 있는 정보를 교환한 뒤에, 다음은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 특정 종교단체의 비밀스런 종교활동에 대한 비난, 그리고 좀이 쑤시지만 참고 견디어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 그리고 상황이 종료되면 다시 만나서 생존을 축하하자는 등의 순서로 끝이 난다. 생업 때문에 매일 외부활동을 해야 하고, 대인접촉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사치스러운 대화일 수도 있다. 하루하루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그분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공포감은 말해 오죽하랴. 대화의 공통적인 주제는 결국 스트레스다. 타의에 의한 행동제약이 주는 심리적, 육체적 병리현상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중국눈치보기를 염두에 둔 느슨한 방역대책으로 일관하던 정부도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심각단계를 발령하고 사상초유의 각급학교 개학연기를 발표하고 나섰다. 보다 강력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지만 의료전문인들의 강력한 사전선제 대처요구를 무시하다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자칫 소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이미 그런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리아 포비아가 본격화됐다. 홍콩과 이스라엘 등 7개국이 한국 출발 또는 경유 외국인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했고 한국인의 입국을 강화하거나 제한 또는 금지한 국가가 18개국으로 늘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최고단계로 올렸고, 일본은 한국방문 시 감염에 유의하라는 스팟정보를 발표했다. 중국은 자국인들에게 한국이 오히려 위험하니 유학생들의 한국입국을 연기하고, 한국인의 중국 입국을 막으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똥뀐 놈이 성낸다고 세계적 재앙을 일으킨 중국이 피해를 본 한국에 손가락질을 하는 꼴이다.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 특정 종교단체처럼 한국이란 국가가 국제적으로 같은 꼴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들 단체처럼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속셈인가? 국민들은 이미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개인적으로 20년전에 암수술을 받았다. 당시 수술 실시여부를 놓고 담당의사와 최종 담판을 벌인 적이 있다. 병에 대한 대처는 과유불급이 아니라 과이최선(過而最善)이라고 하는 의사의 말에 납득되어 수술을 받았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옛부터 병은 알리고 치료는 지나쳐서 잘못되는 일이 없다는 속담은 우한폐렴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중국발 우한폐렴의 피해국에서 그쳐도 모자랄 형편에 국제적으로 가해국이 되는 망신과 수모를 당해서는 안될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의 단호한 출입국정책과 강력한 방역대책이 실시되기를 희망한다. 봄날을 이렇게 보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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