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대학가 원룸촌 ‘방 쪼개기’ 불법행위 난무
진주 대학가 원룸촌 ‘방 쪼개기’ 불법행위 난무
  • 강현일 기자
  • 승인 2020.02.28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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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단독주택 방 하나를 2~3개로 나누어 가벽 설치해 임대
비좁고 소음 등 거주환경 열악, 화재 등 위험에도 그대로 노출
입주 학생들 “그저 싼값에 임대…형편 어려워 버틸 수밖에”
건물주들 불법으로 막대한 수익 올리고도 세금은 한푼도 안내

불법 건축행위 원룸 등 다중호수·소화기 등 소방시설도 안갖춰
소방서 “시와 합동해 대학가건물주 대상 소방교육 실시 하겠다”
지자체 “대학가 다중주택·고시원 등 건축물 불법행위 수시 점검
적발 시 신속한 행정조치 세입자 안전확보, 불이익 없도록 조치”

진주 경상대학교 후문 쪽에 위치한 원룸촌_‘방 쪼개기’ 등 임대수익을 노린 불법행위가 난무하고 있다.
진주 경상대학교 후문 쪽에 위치한 원룸촌_‘방 쪼개기’ 등 임대수익을 노린 불법행위가 난무하고 있다.

진주시 대학가 원룸촌에 불법 건축물이 난립하고 있다. 불법 증축, 불법 쪼개기, 불법 용도변경에 이르기까지 건축물 관련 불법 사항을 총망라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불법은 집주인이 저질렀는데 피해는 입주한 학생들이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본보는 진주시 대학가 원룸촌 불법 건축물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지 취재했다.

진주 경상대학교 후문 쪽에 있는 원룸촌은 불법 건축물 천국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축 빌라는 물론, 단독주택까지 개조해서 일명 ‘원룸 쪼개기’로 대거 난립해 있다. 현재 공사 중인 빌라도 있었고 일반 가정집을 불법으로 공사하고 있는 원룸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신축 빌라들은 들어가는 입구 보안으로 인해 내부로 들어갈 수 없어 확인할 수 없었다. 일반 가정식 원룸은 입구부터 쪼개기를 해 복도로 들어가는 순간 4~6개의 방이 촘촘히 붙어 있었다. 또 베란다 확장이나 옥탑방 등을 허가 없이 증축하는 경우 저렴한 조립식 패널로 짓는 것도 다수 확인됐다.

이같이 ‘원룸 쪼개기’로 건물대장과 다르게 불법용도변경을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단열과 소음에 취약해 냉난방비 등 관리비 지출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가벽을 설치해 방을 쪼갠 원룸은 옆방의 소음과 진동이 그대로 전달된다. 여기에 더해 스프링쿨러와 경보 장치 등 소방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화재 사고 발생 시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 불법 증축의 경우 전입신고가 불가능하므로 유사시 보증금을 보호받을 길이 없고, 전입신고가 가능하더라도 주소지와 거주지가 다르거나 다른 세입자와 주소가 중복될 수도 있다.

대학가에 거주하는 학생 김모 씨는 “대학교 1학년 때 주변보다 저렴한 시세에 끌려 원룸에 입주했다가 보증금 500만 원을 떼인 적도 있었다. 건물이 경매 넘어간다는 말을 듣고 전입신고를 하러 갔지만, 내가 살고있는 주소에 다른 사람이 먼저 전입신고를 이미 한 상태였다. 집주인이 불법 ‘쪼개기’로 방 하나를 둘로 나눠 임대를 한 것이다. 그 이후 전입신고를 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 이유가 근저당 순위가 밀려서 못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사 비용까지 내고 이사를 했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싼값에 건축물대장도 확인하지 않고 들어간 것이 큰 실수였다. 하지만 현재도 대학가 원룸촌은 방 하나를 2~3개로 쪼개어 사는 학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학가에서 거주하는 회사원 박모 씨는 “지금 사는 곳은 방문을 닫고 있어도 옆방에서 나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선명하게 들린다. 전봇대에 붙어 있던 ‘제일 싼 방’의 싼값에 이끌려 왔지만 잠이 오기 직전까지 방에 들어오기 싫을 정도다. 하지만 더이상 생활비를 늘리기 힘든 사정에 그 ‘싼값’ 하나만을 위안삼아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경상대 재학생 오모 씨도 “방 쪼개기로 인해 소음이 심하지만 이만한 가격의 방을 구하기 힘들어 그냥 살고 있다”고 말했다.

베란다나 옥상 공간에 조립식 패널에 만든 방_벽돌문양 벽지를 둘러 위장해 놓은 모습.
베란다나 옥상 공간에 조립식 패널에 만든 방_벽돌문양 벽지를 둘러 위장해 놓은 모습.

이렇게 학생들은 위험과 불편함에도 생활비의 압박으로 인해 싼 월세방을 찾을 수밖에 없다. 생활비를 아끼려는 학생들이 불법개조건축물의 유혹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건물주는 한정된 공간에 많은 세입자를 받기 위해 건물을 불법으로 증축하거나 개조한 후 저렴한 월세로 학생들을 유혹한다. 또 한 지붕 위에 한 층 더 쌓아 올린 옥탑이나 큰 방을 슬레이트로 나눠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모두 불법이다. 하중이 더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벽돌 대신 조립식 패널에 벽돌문양 벽지를 둘러 위장하는 곳도 있다.

건물주들의 꼼수와 편법은 인근 부동산사무소에서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주거 목적이 아닌 옥탑방은 불법은 아니며 최근 양성화 신고로 불법건축물이 많이 줄긴 줄었다. 하지만 하중을 줄이기 위해서 건물에 들어가는 재료가 허술한 곳이 많이 있다. 그리고 옥탑방 같은 경우는 항공사진으로 다 보여 단속이 상대적으로 쉬워서 옥탑방을 대놓고 하는 건물주는 극히 드물다. 현재는 시에서 단속이 나오고 있어서 양성화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방 쪼개기나 불법 용도변경은 직접 찾기 전엔 알 수 없다. 밖에서 봤을 땐 그냥 가정집인데 복도로 들어가면 수많은 호수가 붙어 있는 입구를 확인할 수 있다”고 실상을 설명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방 쪼개기를 한 주택이라면 계약서에 호수를 기재하는 것이 아니라 입구에서 정확히 어느 곳에 위치한 방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면 좋다”며 세입자는 임대인에게 정보를 의존하지 않고 관련 정보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등기부등본을 떼서 불법 건축물인지 확인하고 현장에 가서 호수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차후에 사고를 미리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단속에 나서는 시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학들이 밀집한 곳을 중심으로 단속을 하고 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단속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진주시 한 관계자는 “눈으로 확인해야 보고 및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건물주가 주거침입으로 신고하겠다고 버티면 쉽지 않아 단속에도 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현관문을 여니 3개의 방문이 보인다. ‘방 쪼개기’로 의심되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아 확인은 쉽지 않다.
현관문을 여니 3개의 방문이 보인다. ‘방 쪼개기’로 의심되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아 확인은 쉽지 않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입주자들의 건강과 생명이다. 추운 겨울에 전기장판이라도 잘못 틀었다간 대형화재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이날 찾아간 대학가 원룸 복도에는 소화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방 쪼개기’로 만들어진 이른바 ‘잠만 자는 방’은 열악한 환경의 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방서나 구청 등에서 자체 점검과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많다.

소방서 관계자는 “불법 건축물 자체가 문제기 때문에 소방서에서는 그 사실을 알 수가 없다. 시청에서 단속을 한다고 해도 소방서에서는 정보공유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곳에 소화기 등이 배치가 안 되어 있다면, 적극적으로 시와 합동으로 대형화재를 막기 위해서 대학가 건물주 대상으로 소방교육을 실시하겠다. 매년 단속 및 교육을 하고 있지만, 더 강화하여 단속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진주시도 불법 건축행위는 인명·재산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학가 인근을 중심으로 건물주들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개별취사시설 설치(용도변경), 무단증축, 가구분할 등이 불법임을 알리는 현수막을 대학가 주변에 게시해 건축 위법행위 예방을 위한 홍보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원룸이 불법 건물일 경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피해는 임차인인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대학가 주변의 원룸을 찾는 대학생들을 위해 건축물대장 확인 안내를 실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학가 인근 다중주택·고시원 등 건축물의 불법행위 점검을 수시로 실시해 건물주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 적발 시 신속한 행정조치를 통해 학생들이 안전하게 거주하고,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하고, ‘건축물대장 확인을 희망하는 자는 전화 문의하면 건축물의 용도를 확인해 실제 건축물이 건축물대장상의 용도와 적합한지를 확인할 수 있고, 또한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정부24’에서 건축물대장 열람이 직접 가능하므로 꼭 확인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토끼굴 같은 기형적 건물에 살고있는 대학생들은 기숙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높은 주거비 부담으로 차선책이 거의 없다. 일부 집주인은 이같은 학생들의 처지를 악용, 불법 방 쪼개기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있다. 단속기관인 지자체에서는 세입자가 알아야 할 정보에 대해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고 불법건축물에 대한 점검과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강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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