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인생2막” 색소폰 동우회 ‘블루버드앙상블’
“행복한 인생2막” 색소폰 동우회 ‘블루버드앙상블’
  • 황인태 본지 회장
  • 승인 2018.12.14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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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들끼리 모여서 취미로 시작한 색소폰 연주
평생 처음으로 악기 만져본 사람까지 모여 ‘앙상블’
지난달 경남과기대 100주년 기념관서 정기연주회
“취미로 하는 줄 알았는데 수준급 실력” 주변 깜짝

 

퇴직 후 색소폰을 부는 것을 낙으로 인생2막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불루버드앙상블이란 이름을 지닌 색소폰 동우회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지난 11월 24일 경남과기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정기연주회를 가져 주변을 놀라게 했다. 취미로 색소폰 학원에 다니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정기연주회를 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니, 다들 의아해 했다.

평생 악기는 처음 만져본 사람, 악기보다는 운동을 좋아했던 사람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모임의 이름처럼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나이가 가장 많은 성환열(71) 선생은 모임에서 자신을 받아주는 것에 감사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지갑을 연다. 지갑에 돈이 남아있으면 아내한테 호되게 야단맞는다며 어떻게 해서든 지갑을 열려고 한다.

이렇게 퇴직 후에 취미로 시작한 색소폰 연주가 이제 프로의 수준을 넘보는 경지에까지 왔다. 이들은 2년에 한번은 정기연주회를 갖자며 인생2막에 새로 갖게 된 기쁨을 만끽하며 살고 있다.

다음은 이들이 색소폰을 배우게 된 계기들.


단장 김계선(67)
단장 김계선(67)

처음 한 정기연주회 뜻밖의 호응

정기연주회 초청연주회 꾸준히 할 생각

2015년 김진홍 색소폰 학원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배워 보자는 생각에서 블루버드 앙상블을 결성했습니다. 처음에는 8명이었는데 단원 한 분이 돌아가셔서 현재는 7명이 하고 있습니다. 정기 연주회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처음 한 것 치고는 대 호응을 받았습니다. 정기연주회는 아니더라도 초청 연주회 등은 자주 하고 있습니다. 각종 행사에서 초청 받기도 하고 저희들이 참가를 희망하기도 해서 연주회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개최해 단원들의 팀웍도 높이고 실력도 향상시킬 계획입니다.

제가 2006년도 진주여고 동창회장을 하게 됐는데 그때 동창회밴드를 결성하면서 색소폰을 배우게 됐습니다. 저는 어릴 때는 피아노를 쳤고 대학 때는 기타를 배웠습니다. 그런 악기들도 재미가 있지만 색소폰은 특이한 매력이 있습니다. 색소폰은 특히 노년기에 꼭 배워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테너 성환열(71)
테너 성환열(71)

나이 많은 나를 받아줘

언제든지 지갑 열 준비 돼 있어요

저는 팀의 막내입니다. 여기서 제가 늦은 2014년 8월에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죠. 제가 색소폰을 배우게 된 계기는 폐가 나빠서입니다. 색소폰이 폐활량을 늘이는데 좋다며 아내와 아들이 권해서 억지로 배우게 됐습니다. 원래 저는 음악에는 소질이 없어요. 그런데 아내가 하도 성화를 부리고 아들이 색소폰을 사 주는 바람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시작했지만 처음 2년간 배우는 둥 마는 둥 색소폰을 썩혀 두고 있었어요. 아무리해도 소리가 나지 않고 재미가 붙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김진홍 선생한테 가보라는 권유를 친구로부터 받고는 여기를 오게 됐습니다. 여기 와서 비로소 색소폰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1년 정도 색소폰을 부니까 의사가 폐활량이 좋아졌다는 진단을 내렸어요. 그때부터는 신이 나서 열심히 했죠.

저는 진주시 수곡면에서 딸기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또 식당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사는 것은 염려가 없습니다. 딸기농사 지어서 한해에 4천만 원 정도 제 소득이 생깁니다. 그런데 아이들도 다 장성해 제 일을 하고 있어서 제가 돈 쓸 데가 없어요. 그래서 아내가 매일 젊은 사람들 만나면 지갑을 열심히 열어라, 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제가 나갔다 왔는데 지갑에 돈이 있으면 아내한테 혼나요. 아내가 열심히 지갑을 점검해서 제가 지갑을 잘 여는지를 검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앙상블 팀원들이 나이가 많고 잘하지도 못하는 저를 받아준데 대해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건강이 허락 하는 한 열심히 지갑 열면서 함께 하려고 합니다.


알토 위명숙(63)
알토 위명숙(63)

처음 하는 시골생활의 어려움

색소폰 연주로 다 날렸어요

저는 서울사람으로 남쪽 지방에 살아본 적이 없어요. 남편이 삼천포가 고향인데 6남매의 맏이입니다. 남편 소원이 고향에 가서 부모님 모시는 거였어요. 그래서 5년 전에 남편 따라 삼천포에 와서 시부모님 모시면서 살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여기서 사는 게 처음이라 음식도 맞지 않고 향수병에 걸려서 건강이 나빠졌어요. 그렇게 건강이 나빠지고 기분도 좋지 않은 세월을 보내고 있으니까 이웃에 사는 사촌시누이가 색소폰을 배워보라고 권했어요. 삼천포에서 진주학원까지 왕복 3~4시간이 걸리는 거리입니다. 저는 운전을 하지 못해서 누가 데려다 줘야 해요. 처음에는 사촌시누이가 저를 데려오고 데려가고 했어요.

그렇게 해서 색소폰을 시작했어요. 저는 평생 악기라는 걸 다뤄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한 1년을 하니 조금 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앙상블이 결성되고 나서는 팀원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죽을힘을 다해서 했지요. 지금은 남편이 매일 저를 데려다 줍니다.

이번 연주회 때 친정 식구들이 처음 제가 연주하는 모습을 봤어요. 색소폰을 배운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제가 연주회를 하는 것을 보고 다들 놀랐습니다. 저는 색소폰이 아니었으면 아마도 시골생활이 힘들었을 거예요. 색소폰이 은인이지요.

저는 만나는 사람마다 색소폰을 배우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알토 윤경식(55)
알토 윤경식(55)

퇴직 후 봉사활동 위해 시작한

색소폰연주, 날 새는 줄 몰라요

저는 현직 체육교사입니다. 배드민턴, 골프, 테니스 등 안 해본 게 없어요. 그런데 퇴직 후에는 이런 운동으로는 봉사활동을 할 수가 없어서 봉사활동 할 목적으로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배운지는 6년 정도 됐습니다. 처음에는 경상대 평생교육원에서 배웠는데 일주일에 한번 하니 소리가 늘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진홍 선생한테 오게 됐습니다. 여기서 해 보니까 음악이 너무 무궁무진합니다. 그래서 학교 끝나기 무섭게 학원으로 달려옵니다. 매일 1~2시간가량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늘 모자란다는 갈증에 시달립니다. 색소폰 배우면서 깨달은 바가 많습니다.

색소폰을 배우기 전에는 술도 많이 마셨습니다. 그런데 색소폰 배운 후로는 술도 자제하고 일요일에 운동 나가는 것도 하지 않고 색소폰만 부르고 있습니다. 앙상블을 하려면 수준이 어느

정도는 돼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멤버들과 항상 함께 하고 싶습니다.


알토 박종근(63)
알토 박종근(63)

친구가 자기 색소폰 팔 욕심에 권유

지금은 친구에게 감사해요

저도 퇴직 이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친구권유로 하게 됐습니다. 친구가 색소폰을 하다가 다른 것을 하면서 자기 색소폰 팔아먹으려고 자꾸만 권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친구한테 꼬인 게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소리가 사실 잘 안 나온다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만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없습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단원들이 받아주기만 하면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황인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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