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세상엿보기] 들풀 들의 이야기 - 180대 103의 의미 -
[김용희의세상엿보기] 들풀 들의 이야기 - 180대 103의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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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1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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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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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결과 분석. 그것은 정치평론가의 몫이겠지만 그런데 전문가 아닌 일반인의 눈에 비치는 것은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선거결과의 오묘함이다. 패스트랙이나 필리버스터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의석수 180석(3/5), 개헌저지선 100석(1/3), 어찌 이리 절묘하게 국민들은 표를 만들어 줄까? 여당에게는 오만하게 개헌까지는 가지말라는 의미인가? 아니면 야당에게는 앞으로도 필리버스터니 뭐니 해서 국정개혁 발목잡지 말라는 의미일까? 어느 개인이 혼자서 투표해도 이렇게 절묘하게 숫자를 맞추기는 힘들겠다. 그런데 투표율 66%의 유권자들이 서로 눈치보지 않고 선택한 선거결과라니….

이런 선거결과 아직도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정치인들 또 있다. 아니 아직도 많다. 모두 아전인수격 자신들의 관점에서 논평을 낸다. 겸허히 받아들여서 새정치를 하겠단다. 아니면 다 보여주지 못했단다. 그게 아닌데…. 이제 흘러간 물은 되돌아오지 말라는 건데, 당신들은 아니라는 건데, 예의 그 모습 또 보여주지 말라는 의미인데, 아직도 오만의 늪에서 자신만 모른다는 고백을 하고 있다. 그들은 끝없이 국민을 우민정치, 계몽의 대상으로 본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민심이란 것이 무엇인지 그 엄중하고 어쩌면 성스럽기까지 한 결과를 보여주었는데, 정치인들만 아직도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것같아 보인다. 정치인의 수준이 국민의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 아닌가. 늘 그랬다. 국민은 정치인보다 더 신중하고 더 사려깊고 더 침묵하고 더 애민애족하였다. 이 땅을 끝끝내 지켜낸 이들은 정치인이 아니고 국민이었다. 의병활동으로 임진왜란을 막아낸 것도, 삼일만세 독립운동으로 일제 36년을 극복한 것도, 그리고 반도의 끝에서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해 온 것도 모두 국민의 저력이었다. 지도자의 역할이 아니었다. 이런 통섭과 통찰이 없다면 그들은 아직도 미개하고 아둔한 정치인일 뿐이다. 이렇게 성숙한 국민을 상대로 아직도 정치공학, 선거전략… 그딴 얕은 꾀로 다가서면 앞으로도 백전백패할 게다.

연일 도심을 메우던 촛불이나 태극기 그것은 일부의 목소리였을 뿐. 국민 대다수는 깊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이번 선거결과는 또 보여주었다. 국민은 정치인이 설득하고 호도하고 세뇌하고 유도한다고 유도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은 그런 그들의 의도를 먼저 의식하고 이해한다. 때문에 후보가 상대의 흠을 지적하고 상대의 실패를 자신의 무기로 삼는 네가티브 전략은 언제나 백전백패했다.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이들은 이제 자신의 능력과 진정성을 보여주어야한다. 참으로 절벽같은 얘기는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서 우리 국민이 미성숙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다. 민주주의는 정치가가 자신의 의지와 철학을 실현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비전을 유권자로부터 심판받는 것이다. 국민의 뜻, 수요자의 뜻을 깨닫고 파악하고 이를 실현시킬 방안을 찾아야지 국민을 가르치고 유도하려고 하면 이제 그들이 갈 곳은 쉼터 뿐이다.

정치인들은 이번 선거결과의 의미를 파악해야 앞으로도 미래가 있겠다. 선거 끝난 다음 패인을 분석하는 그들의 논조가 아직도 일부 엘리트주의 혹은 계몽주의적 시각인 것을 보면서 21세기 유권자를 상대로 19세기 정치인들이 버티는 정치(만) 후진국인 형국을 다시 확인한다. 그들이 영원히 정치판의 유랑민이 되지 않으려면 이제 패러다임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어느 정당에 대한 선택이 아니었다.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권위주의와 각종 편법, 비리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세계가 주목하는 코로나에 대응하는 한국국민의 수준을 보고도 아직도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가는 그 개인적으로는 허비되는 삶일 뿐이다. 앞으로 이러한 선택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국민이 원하는 것은 보수나 진보냐의 이념이 아니라 그들이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진정성과 성실성, 신뢰를 보여주느냐? 그렇게 가식없이 국민에게 다가설 수 있느냐의 것이다. 지금 세계는 한국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 이유를 이번 선거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시 확인했다. 다만 아직도 일부 정치인과 언론만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 이런 가련한 선민주의 정치가는 21세기의 유랑민이 될 수밖에 없겠다.

폭력정치를 넘어 온 우리, 민족상잔을 넘어 온 우리, 분단을 가슴에 안고 가는 우리, 개인주의 정치를 넘어, 폐쇄된 권위주의를 넘어, 은닉된 자존주의를 넘어 민심은 위대했다. 그 천심들이 만들어 가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모델을 분명 지금 한국에서는 만들고 있다. 권위주의 정치가를 버리는 것을 보여주면서 누구도 해내지 못하는 코로나 선거를 보여주면서 우리는 지금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끝없이 일어나는 들풀들의 얘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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