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명숙 서양화가
[인터뷰] 문명숙 서양화가
  • 강현일 기자
  • 승인 2020.04.24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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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 속 ‘여인’은 단순히 여자가 아니라 주체적인 인간

담임선생이었던 아버지가 자질 발견해 화가로 인도
30년간 교사와 화가로 살며 그림 놓지 않고 꿈 이어

작품 주로 여성을 한 인간, 하나의 존재로서 그리며
꽃과 나비 등을 화려한 색감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

진주시 천수교 인근에서 ‘문갤러리카페’ 운영
내년 6월 9일~15일 ‘갤러리인사아트’서 개인전 열 예정

문명숙 작가는 30년 교직 생활을 마감했지만, 여전히 그림에 대한 자신을 놓지 않으며, 그림이 인생의 전부이고 그림밖에 모른다고 한다. 작품을 통해 그림의 대한 부담감, 열등감, 강박관념을 허물고 그림을 편안하게 즐기는 문화예술로 정착시키고 싶다고 소망한다.
문명숙 작가는 30년 교직 생활을 마감했지만, 여전히 그림에 대한 자신을 놓지 않으며, 그림이 인생의 전부이고 그림밖에 모른다고 한다. 작품을 통해 그림의 대한 부담감, 열등감, 강박관념을 허물고 그림을 편안하게 즐기는 문화예술로 정착시키고 싶다고 소망한다.

포근한 봄날 오후 문명숙(56) 작가를 만나기 위해 진주시 천수교 인근에 위치한 ‘문 갤러리카페’를 찾았다. 카페에 들어서니 문 작가는 카페 중앙에 자리 잡고 캔버스 작품 속에 항상 등장하는 여인을 그리고 있었다.

올해 2월 28일부로 30년 교직 생활을 마감했지만, 여전히 그림에 대한 자신을 놓지 않으며, 그림이 내 전부고 그림밖에 모른다는 그녀, 그림 속 여인과 같은 문 작가는 소녀의 감성처럼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며 맑은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문 작가는 경상대학교 미술교육과와 경상대학원 서양학과를 졸업했다. 어릴 적부터 그림과 친구였고 항상 같이 놀았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 정원에 시멘트 벽면이 있었는데 그리는 것을 좋아한 어린 문 작가는 벽에다가 매일 낙서를 했다. 그때부터 책이든 공간만 있으면 그리는 습관이 생겼으며, 그림을 시작하게 된 중요한 계기라고 했다. 처음부터 그림이 아주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하루의 일상, 지금까지 30년 이상을 그림과 같이해 왔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벌써 그림과 하나가 되어버렸다고 했다.

문 작가의 부친은 교사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아버지가 담임선생님이었는데, 아버지에게 그림을 시작할 수 있는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재능을 알아보고 매일 공책에 낙서만 할 바에는 학원에서 심도 있게 배워보라며 미술학원도 접하게 해줬다. 자질을 알아보고 예술가의 길로 인도해준 아버지가 스승과도 같다고 말했다.

문 작가의 작품에는 여인이 항상 등장한다. 그 의미에 대해 그녀에게 물었다. “나에게 그림 속 여성은 꽃이나 장식품처럼 표현되는 대상이 아니며, 타자를 꾸미거나 타자를 위해 존재하는 부속품도 아니다. 자신에게 스스로가 주인이자 주체인 존재다. 딸도 아니고 어머니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존재, 주체로서의 실존하는 인간이다. 나 자신일 수도 있다”라 말했다.

또 문 작가는 자신의 그림은 인물이 주제이고, 특징은 서정적이기도 하고 작가 자신의 자아이기도 하다. 그림 속 여자 인물의 특징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달라 보인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행복, 외로움, 불안, 쓸쓸함 등을 예를 들 수 있다. 색채가 화려해서 즐겁게 보는 사람도 있고, 슬프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문 작가의 작품은 풀, 나무, 인물의 감정, 목의 각도를 통해 여러 가지 관점으로 표현된다.

문 작가는 “때로는 동성애적인 시각으로 해석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함께 있는 여자들. 한 명 한 명의 인간으로서 곁에 모인 여자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을 뿐이다. 사실, 관객이 작품을 보고 어떤 것을 느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림을 통해 저마다의 느낌과 감상을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문 작가는 1986년부터 2019년까지 개인전을 열다섯 차례 열었고, 최근 그룹전 및 초대전에도 200여회 참여했다. 현재는 한국미협, 진주여류화가회, 촉석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문 갤러리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문명숙 작가의 작품 ‘몽상이 필요합니다’
문명숙 작가의 작품 ‘몽상이 필요합니다’
문명숙 작가의 작품 ‘인간이 꼭 되어야 겠니'
문명숙 작가의 작품 ‘인간이 꼭 되어야 겠니'

다음은 문 작가와의 인터뷰이다. 

▲ 문 작가의 고향은 어딘가?

하동 진교가 고향이다. 30년 교직 생활을 마감하고 천수교 인근에 위치한 ‘문 갤러리카페’를 운영하면서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 선생님이 직업이었나? 퇴직은 언제 했나?

- 그림도 좋아하고, 아이들도 좋아한다. 미술교사로 교직생활을 했다. 바쁜 인생을 살았다.

올해 2월 28일부로 퇴직했다.

▲ 대단하다. 두 가지 다 이루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작품은 교직생활할 때도 계속했나?

- 그렇다. 그림을 포기할 수 없었다. 선생이라는 직업도 있고 화가라는 직업도 갖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나를 버리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 두 가지를 다하다 보니 낮에는 선생님 밤에는 화가로 30년을 보낸 것 같다.

▲ 미술교사로 생활할 때 재미있는 일화는 없나?

진주에서 미술교사 생활을 할 때 있었던 일이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 캔버스에만 그림을 그리는데 나는 반복적인 것을 싫어하고 계획적이지 않고 돌발적인 것을 좋아한다. 한번은 제자들이 캔버스도 없다고 책상이 캔버스라고 생각하고 그리라고 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재미있어했다. 가끔 생각이 난다.

▲ 그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 어릴 적부터 그림과 친구였고 항상 같이 놀았다. 초등학교 때 정원에 시멘트 벽면이 있었는데 그리는 것을 좋아한 나는 자주 벽에다가 낙서를 했다. 그 당시는 낙서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책이든 공간만 있으면 그리는 습관이 생겼다.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처음부터 그림이 아주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하루의 일상, 지금까지 30년 이상을 그림과 같이해 왔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벌써 그림과 하나가 되어버렸다.

▲ 문 작가는 스승은 없나?

나에게 화가로서의 재능을 일찍 알아 봐주고 그 길로 인도해주신 아버지가 스승이라고 말하고 싶다. 난 그냥 평범한 시골 소녀였는데, 아버지가 선생님이셨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아버지가 담임선생님이셨다. 아버지에게 그림을 시작할 수 있게 도움을 많이 줬다. 매일 공책에 낙서만 할 바에는 학원에서 심도 있게 배워보라며 미술학원도 접하게 해줬다.

▲ 문 작가의 열정이 대단하다. 문 작가에게 그림은 무슨 의미인가?

- 많은 사람이 그림이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림은 어렵지 않다. 그냥 자기 생각을 캔버스에 입힌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문 갤러리카페’에 오는 손님들은 그림도 그리고 작품감상도 잘한다. 나는 손님이 있을 때도 그림을 그린다. 편안한 그림문화를 보여주고 싶고, 그림의 고정관념을 벗기고 싶다. 항상 자기 느낌대로 표현하라고 강조한다, 음악을 듣고 시를 보듯이 몰라도 된다. 그림도 그냥 그리면 되는 것이다. 내 그림을 통해 그림의 부담감, 열등감, 강박관념을 허물고 싶다. 그림은 편안하게 즐기는 문화예술이다.

▲ 문 작가의 그림에는 여자가 항상 등장하는 데 무슨 의미인가?

- 나에게 그림 속 여성은 꽃이나 장식품처럼 표현되는 대상이 아니며, 타자를 꾸미거나 타자를 위해 존재하는 부속품도 아니다. 자신에게 스스로가 주인이자 주체인 존재다. 딸도 아니고 어머니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존재, 주체로서의 실존하는 인간이다. 한마디로 그림 속의 자신이라고 간단하게 표현하고 싶다.

▲ 작품 속 여인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 간혹 그림을 보는 분들이 작가와 닮았다고 얘길 하는데 굳이 저 자신을 표현한 것은 아니다. 가끔 또 다른 저의 자아를 표현하기도 하거나 우리 주변의 다양한 인물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지만, 하나의 가상의 인물이기도 하다. 인물화를 표현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저 자신도 모르게 저의 이미지가 반영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작품 속 배경은 어떤 의미가 있나?

- 약간 몽환적인 분위기가 있기도 하다. 여느 여인들이 현실에서 꿈꾸는 현실에서 벗어난 지점,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현실에서 오는 불안감, 원천적인 쓸쓸함, 고독감, 그런 것들을 화려한 색상이나 형상 속에 감춰 놓는 모호한 지점을 의미한다.

▲ 본인 작품의 특징이라면?

- 일반적으로 저는 아주 일관되게 여인이라는 주제를 고집하고 있다. 모르겠다. 때로는 저 자신이기도 하고 우리 주변의 여인들이기도 하고, 가상의 인물이기도 한다. 또 다른 누군가의 자아이기도 한데 아직 인물보다 더 매력적인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가 뜻을 갖춰 놓을 때까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공부할 게 많이 남아 있다.

▲ 문 작가는 작가노트를 잘 쓴다고도 유명한데 한 구절 부탁한다.

- 부끄럽지만, ‘나는 칼라다’라는 글이 있다. ‘나는 칼라다’는 주체로서의 여성, 존재로서의 여성의 ‘칼라’는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한 시간이다. 또 이 땅의 모든 여성들에게 자신만의 ‘칼라’에 대해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 결국, 나는 ‘나’가 만든다. ‘나’는 ‘나’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다. 나는 아주 밝고 발칙하고 도발적인 ‘칼라’로 다시 태어났다. ‘칼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태어날 것이다. 자기 복제가 아닌 새롭고 또 새로운 ‘칼라’의 세계를 탄생시킬 것이다. 나는 ‘칼라’이고 이것이 나의 삶이고, 나의 그림이다. -작가노트-

문명숙 작가가 운영하는 경남 진주시 천수교 인근에 위치한 ‘문 갤러리카페’
문명숙 작가가 운영하는 경남 진주시 천수교 인근에 위치한 ‘문 갤러리카페’

▲ 지금 ‘문 갤러리카페’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 지금은 갤러리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원래는 갤러리였다. 갤러리라고 되어있으니 손님들이 그림을 보고 싶어도 잘 오지 않았다. 카페라는 상업성을 붙여서 운영하니 그림을 보고싶어 하는 손님들이 부담없이 온다. 그림을 편하게 접하게 해주고 싶다. 문 갤러리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공동체적, 안식처, 공감형성의 장이다. 그림은 어렵다 라는 벽을 허물고 싶다. 그리고 전시회도 열고 있고, 그림을 배우러 오시는 분들도 꾀 많다.

▲ 그림 배우러 많이 오는 편인가?

-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우리 카페는 ‘그모아’라는 그림모임이 있다. 해석하면 ‘그림을 못그리는 아줌마’라는 뜻이다. 이 회원들이 그림을 그려서 전시회도 한다. 그리고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서 카페에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만들어 놨다. 캔버스비용과 지도비만 지불하면 한 작품을 하는 동안에 카페에 언제든 와서 그림을 배울 수도 있다. 자유로운 갤러리카페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카페로 만들고 싶다.

▲ 그럼 문 작가는 작품활동은 언제 하나?

- 영업시간에도 자유롭게 그림을 그린다. 손님들에게 내 손이 필요하지 않으면 항상 그림을 그린다. 이곳은 언제든 그림을 그리고 볼 수 있는 공간이고 싶다. 내가 그림을 그림으로써 손님들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작품을 보고 있으면 살짝 동성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받는 질문이다. 그림은 그림 속 여자 인물을 통해서 표현할 뿐이다. 작품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고 못 받고는 상관없다. 작품을 통해 무엇이라도 느꼈으면 할 뿐이다.

▲ 개인전과 전시는 많이 하나?

- 1986년부터 2019년까지 개인전 15회 정도 했다. 너의 홀로 있는 방식(갤러리인사아트, 문희정아트갤러리), 아무튼, 스물세 살이었던 너에게(BNK경남은행갤러리), 두시의 감정(인사아트스페이스), 도자기,컬러를 마시다(MOON갤러리), 노란일요일에(리미술관), 창원지방법원 진주초대 작품전,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문갤러리, 와인 갤러리) 등 그룹 및 초대전도 많이 했다. 내년 6월 9일부터 15일까지 갤러리인사아트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 문 작가의 앞으로 작품활동 계획은?

- 개인전을 하면서 다음 작품으로 무엇을 할까 하고 구상을 하는데, 지금의 그림이 다소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부분을 반영한 것이었다면 분명하게 선을 긋기보다는 더 멀리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을 나만의 방식으로 심도 있게 표현하고 싶다. 강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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