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부부의 세계’ 막장 불륜
[기자의 시각] ‘부부의 세계’ 막장 불륜
  • 강현일 기자
  • 승인 2020.05.0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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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일 기자
강현일 기자

JT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연일 화제이다. 이 드라마는 원작 ‘닥터포스터 (Doctor Foster)’라는 해외 드라마를 재구성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아내의 치밀한 복수극이라는 이야기에 많은 관심이 뜨겁다. 첫 방송 시청률 6.3%에서 시작해 11회 22.9%까지 오르며 안방극장을 독차지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밖을 못 나가는 지루함에 안보던 드라마를 보게 됐다. 1회를 접하고 그 이후로 불륜, 아내의 복수라는 생소한 소재이기에 챙겨보고 있다. 다른 드라마와 지 선우가 옆집 남자랑 선을 넘으면 이 드라마는 개 막장이니 보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보고 있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했는데 보란 듯이 기어코 선을 넘어버렸다. 기존 드라마의 상식을 깨 버린 것이다.

또 이태오의 뻔뻔함은 다른 의미에서도 놀라운데, 그가 자신에게 영감을 준다고까지 말하던 여다경과의 연애에서조차 차에서 나오는 음악을 반복해서 사용한다는 점에서 무성의함을 알 수 있다. 이태오가 자기 어머니의 장례 기간 중 여다경과 밀회를 즐기며 과거 지선우에게 청혼할 때 틀었던 스팅의 ‘My one and only love’를 트는 장면은 지선우와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불륜을 자신의 영감을 위해 하고 있다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이태오가 설명숙(채국희)에게 여다경과의 관계에 대해 “걔랑 있으면 내가 살아있는 것 같아”라고 할 때 솔직히 이 케릭터(이태호)는 제정신으로 저런 뻔한 말을 하나 싶었다. 적어도 그 말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음악 레퍼토리라도 바꿔주는 최소한의 노력은 보여야 하지 않을까. 본인은 새롭게 살아나는 기분을 느끼면서 정작 본인의 음악적 취향을 바꿔볼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중년 남성이 말하는 불륜을 통한 영감이라는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며 예술가 기분을 내겠다는 것과 같다.

한순간에 무너진 사랑 앞에 서게 된 지선우(김희애)와 이태오(박해준)가 조각난 행복의 파편을 들고 서로의 목을 겨누는 과정은 사랑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비추면서 몰입도 높은 전개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둘 사이 아들의 심리적 변화, 아버지의 불륜을 알면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모른 척하는 아들, 부부 문제로 인해 아들에게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불륜, 자신의 욕망을 배출하기 위해서 저지르는 무책임한 행동 보면 볼수록 가관이다.

이 상황은 부모 중 한 사람의 외도가 주변 사람에게 주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부부의 세계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있는 아이의 세계는 물론이고, 그 아이의 세계가 무너짐에 따라 차례차례 쓰러지는 도미노처럼 그 가족의 모든 것은 하나씩 무너지고 사라지게 된다.

사람들은 매순간 인지하고 있다. 외도는 사회적으로도 나쁜 것이라고. 외도는 결혼 전 불같은 사랑을 했던 짜릿한 사랑과는 완전한 다른 의미이다. 나의 책임감 안에 있는 가족의 신체와 정신을 죽이는 일이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 온갖 나쁜 말을 갖다 대도 모자란 악마와도 다를 것이 없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들 바라보는 보통의 사람들의 시각과 생각은 다를 것이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다? 물론 막장 불륜을 저지르는 이들의 입장도 이유도 다양할 것이다. 물론 이해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세상에 수도 없이 존재한다. 하지만 제발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지켜야 하는 예의는 꼭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배우자는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며, 거친 인생을 같이 걸어가는 제일 가까운 동료이기도 하다. 내가 상처를 줘도 되고, 내가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 순간은 좋을지 몰라도 결말은 비참할 것이며 자신과 가족에게도 비참한 비극이 돌아올 것이다. 어쩌면 불륜 드라마는 다양한 매체들이 도덕적인 비판을 쏟아내어 시청자들을 자극할 수 있는 가장 만만한 대상일지도 모른다. 정의를 외면하고 국가의 원칙과 신뢰를 뒤흔드는 불의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자들이 우리 사회를 무너뜨리는 진짜 막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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