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화작가 상원스님
[인터뷰] 민화작가 상원스님
  • 강현일 기자
  • 승인 2020.05.14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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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살았던 화가의 꿈 ‘민화’로 실현

‘적녹색약’ 신체적 약점 넘어 민화작가 활동
인간이 살아가는 생활 속모두가 수행의 삶
본분은 스님이기에 민화 통한 포교활동 병행

자수정 곽경희 선생에게 전통민화 사사 받아
올해 하반기 자수정민화연구소회원전 개최
내년도 첫 개인전인 ‘민화동산전’펼칠 계획

 

민화작가 동산당 상원스님은 수행자의 참선수행은 물론이요 일거수일투족 모두가 수행의 삶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민화작가 동산당 상원스님은 수행자의 참선수행은 물론이요 일거수일투족 모두가 수행의 삶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성 영현면에 위치한 ‘계승사’ 산사의 탱화나 단청은 이 늦봄 푸른 수목들과 꽃이 잘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최고의 민화 작가를 꿈꾸며 끝없이 정진하고 있는 스님이 있어 찾아가 봤다.

스님에게 나이, 속명, 고향을 묻지 않는 게 예의라고 한다. 하지만 출가를 언제 했냐는 질문에 상원 스님은 조금 뜸을 들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잘 그렸다고 했다. 미술 쪽으로 재능이 있었지만 크나큰 고난이 있었다. 중학교 때 우연히 발견한 ‘적녹색약’ 이 때문에 미술가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학교 다닐 때 미술부 학생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미술가가 꿈이였던 그는 많은 상실감을 느꼈다. 꿈도 꺾여버린 것이다. 꿈을 포기하고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한 후 대학원을 다니다가 출가를 결심하고 스님이 되었다. 미술가의 꿈은 잊고 살았는데 어느 날 계승사 법당에서 채색을 하고 있던 스님의 모습에서 미적 감각을 발견한 신도가 훗날 민화를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를 했다. 꿈을 덮고 살았는데 잠재되어있던 꿈의 불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계기로 민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이후 자수정 곽경희 작가로부터 전통민화를 배우면서 민화의 표현기법을 익히고 그 가르침을 토대로 창작을 주로 작업을 했다. 그의 창작활동은 그냥 예쁘게만 혹은 추상적으로 한 작품 한 작품 기념비적인 완성이 아니라 인간이 추구하는 삶 필요로 하는 것들에 대한 답변으로 법문(法文)을 대신하여 그림이라는 매개체에 에너지를 실어 메시지로 남기고 있다고 했다.

스님이 작품 활동을 하는 것에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떠하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크게 찬반론의 맥락에서 압축해보면 스님의 그림이기 때문에 더 ‘특별한 가치가 있다’와 스님이 무슨 그런 잡스러운 일을 하느냐 두 갈래로 나눌 수 있겠는데 스님이 하는 일이니까 무조건 다 좋아라고”아무런 비판 없이 찬성표를 던지는 것도 원하지 않고, 스님이 왜? 라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으면서 좌선수행하고 기도하는 모습 외 활동은 모두 잡스럽게 치부하는 편견도 옳지 않다”면서 “나의 행동에 대한 입장을 이해한 사람이면 그 이후 반응은 각자의 몫이지만 나는 모두 좋다”라 했다.

상원 스님은 스님들이 참선수행을 하면서 화두(話頭)를 참구하게 되는데 꼭 앉아서 좌선(坐禪)을 할 때만이 아니라 일거수일투족 모두가 수행의 삶이어야 한다. 다만 각자의 능력과 환경에 따라 화두를 방편으로 삼느냐 염불을 방편으로 삼느냐 등등의 개인차이가 있을 뿐인데 현재 그의 입장에서는 그림 작업 또한 수행의 방편으로 삼고 그림 그리는 일과 수행을 다르게 보지 않는다고 했다.

또 그는 상징성과 해학성을 갖춘 민화를 통해 불교적 요소를 가미하고자 한다. 민화의 강렬한 채색과 화면 구성에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어우러져 불교민화를 만들어내는지도 모를 일. 기복과 장수, 해학과 풍자로 표현되는 민화는 예부터 혼인식이나 정월 초하루 벽사의 상징으로 우리 삶의 일상에서 자주 묘사됐다. 사찰에서도 민화는 두루 쓰였다. 산신각과 사찰벽화에 그려진 호랑이는 민속 상징이기도 하지만 산신 신앙대상으로서의 신격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상원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계승사 주지, 강릉단오서화대전추천작가, 한국민화진흥협회추천작가, 자수정민화연구소연구원, 한국민화진흥협회원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2019년 韓-中 국제초청교류전, 각종 회원전, 현재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19개를 보유, 한국민화진흥협회전국민화공모대전 장려상2회, 강릉단오서화대전 우수상, 진주개천미술대상전 우수상, 합천팔만대장경전국예술대전 등 우수상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올해 하반기 자수정민화연구소 회원전, 내년도 첫 개인전인 ‘동산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민화작가 동산당 상원 스님 작품_군계도(73x115)
민화작가 동산당 상원 스님 작품_군계도(73x115)

다음은 상원스님과의 인터뷰이다.

▲ 상원 스님의 고향은 어디인가?

날 질문을 하고 있으시군요. 불가에서는 속명, 나이, 고향은 묻지 않습니다. 그냥 동산당 상원 스님이라고 해둡시다.

▲ 실례를 했다. 왜 속명, 나이, 고향 밝히지 못하는 것인가?

모든 것을 잊고 수행하고자 불가에 몸을 담는 것이기 때문이다.

▲ 어느 절에서 생활하고 있나?

고성 영현면에 위치한 ‘계승사’라는 곳에서 주지스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 민화는 언제부터 하게 됐나?

- 한 신도가 법당에서 채색을 하고 있는 내 모습에서 뭘 느꼈는지 어느 날 민화를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를 했다. 그것을 계기로 붓을 잡게 되었다.

▲ 민화도 예술적 자질이 있어야 그릴 수 있는 것 아닌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러나 예술적 자질이 있다면 플러스 요인이 된다. 사실 유년기 때 꿈은 미술가였으나 ‘적녹색약’이라는 신체적 조건으로 그 길을 갈 수가 없었다.

▲ 축하한다. 그럼 지금 그 꿈이 이뤄진 것 아닌가?

- 꿈을 이루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참선을 수행방편으로 삼듯 나는 이 민화작업을 수행방편으로 두기에 죽을 때 까지 계속 이뤄가고 있는 것이다.

▲ 참선수행은 어떻게 하나?

- 보통 스님들은 전국각지의 사찰에서 여름철 3개월간 하안거, 겨울철 3개월간 동안거에 들어가게 되는데 각 선방에서는 하루 평균 14시간 정도 화두를 참구하면서 좌선을 하고 비안거철에는 조금 자유롭게 각자 살림으로 수행을 한다. 화두참구는 일체의 망념, 잡념이 없는 본래심을 찾아가는 수단이자 도구인데 이런 방편으로 수행하는 것이 참선수행이고, 기도나 독경을 방편으로 삼으면 염불수행이고 어떤 방편을 사용하느냐는 각자의 능력과 환경에 따라 선택하게 된다. 나는 현재 계승사에서 사찰업무를 겸하면서 몰입할 때는 14시간정도 민화작업을 방편으로 삼고 있다.

▲ 현재 민화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인식은 어떠한가?

- 좋은 질문이다. 어느 미술대전에서 “왜 민화에서는 대상이 안 나오느냐”는 질문에 미술 전공자의 입으로부터 “민화는 기존의 본이 있는 그림이라서 대상을 줄 수가 없다”라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접한 적이 있다. 작품의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단지 민화는 본이 있는 그림이라는 이유인데 그렇다면 악보가 존재하는 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되나? 기존 악보가 존재하는 교황곡들을 재현하는 클래식 음악들은 모두 예술이 아니며 음악가의 감성대로 작사 작곡하여 노래까지 불러주면 그것만이예술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뿐만 아니라 현재 민화계에서는 기존의 본으로 완성한 전통민화는 물론이요 작가의 감성대로 본을 만들어 완성한 창작민화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화에 대한 그런 폄하성 발언과 편견들은 수준 이하로 바보스럽지 않을 수 없다.

▲ 스님께서 작품 활동을 하심에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 크게 찬반론의 맥락에서 압축해보면 ‘스님의 그림이기 때문에 더 특별한 가치가 있다’와 ‘스님이 무슨 그런 잡스러운 일을 하느냐’ 두 갈래로 나눌 수 있겠는데 “스님이 하는 일이니까 무조건 다 좋아”라고 아무런 비판 없이 찬성표를 던지는 것도 원하지 않고, 스님이 왜? 라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으면서 좌선수행하고 기도하는 모습 외 활동은 모두 잡스럽게 치부하는 편견도 옳지 않다. 나의 짓거리에 대한 입장을 이해한 사람이면 그 이후 반응은 각자의 몫이지만 나는 모두 좋다.

▲ 그렇다면 스님의 입장이란 어떤 것인가?

- 이 땅에 불교가 들어오고 신라시대 초의선사를 시점으로 차 문화가 발달하게 되는데 이후 선수행자들은 차 마시는 일 또한 참선 수행과 다르게 보지 않는 선다일여(禪茶一如)를 지향하며 나아가 일상의 생활 모두를 수행방편으로 삼았는데 나는 “선화일여(禪畵)一如)의 삶을 지향할 뿐 이다”라고 하면 답변이 될런지요?

상원스님이 활동하는 계승사
상원스님이 활동하는 계승사

▲ 선화일여의 삶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들려줄 수 있나?

- 스님의 수행은 앉아서 좌선(坐禪)할 때만이 아니라 일거수일투족이 수행이어야 한다. 다만 각자의 능력과 환경에 따라 화두를 방편으로 삼느냐 염불을 방편으로 삼느냐 등등의 개인차이가 있을 뿐인데 현재 나의 입장에서는 그림 작업 또한 수행의 방편이기에 그림 그리는 일과 수행을 다르게 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 스님께서 선화일여를 지향하는 삶이 작품에는 어떻게 반영이 되나?

- 길흉화복이 반복되는 인간의 삶을 걱정하고 위로하는 것은 종교인의 당연한 역할이요 자비(慈悲) 아니겠습니까.

▲ 민화는 누구에게 사사받았나?

- 저는 자수정 곽경희 선생님으로부터 전통 민화를 배웠다.

▲ 민화도 종류가 많다. 스님의 민화기법은?

- 민화의 표현기법을 익히고 그 가르침을 토대로 창작을 주로 하는데, 나의 창작활동은 그냥 예쁘게만 혹은 추상적으로 한 작품 한 작품 기념비적인 완성이 아니라 인간이 추구하는 삶 필요로 하는 것들에 대한 답변으로 법문(法文)을 대신하여 그림이라는 매개체에 에너지를 실어 메시지로 남겨놓을 뿐이다. 그 과정이 나의 기도이며 수행인것이고 그로 인해 그림도 익어가고 모두의 삶도 익어가고.....

▲ 작품은 몇 점 정도 했나?

점 정도 했다.

▲ 주로 작업은 어디서 하나?

하고 사천 자수정민화연구소에서도 작업을 한다.

▲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단체는 없나?

-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계승사 주지, 강릉단오서화대전추천작가, 한국민화진흥협회추천작가, 자수정민화연구소연구원, 한국민화진흥협회원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 실력이 좋아서 수상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출품도 자주하는 편인가?

- 국제교류전, 회원전을 비롯해 매년 4~5개 공모전에 출품하고 있고, 현재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19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민화진흥협회전국민화공모대전 장려상2회, 강릉단오서화대전 우수상, 진주개천미술대상전 우수상, 합천팔만대장경전국예술대전 우수상 등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계승사 산신도 120x75

▲ 다큐멘터리도 찍었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가?

감독이 찍은 다큐인데, 스님과 민화작가에 대한 내용이다.

대박 125x75 2019 진주개천예술대전 우수수장작
대박 125x75 2019 진주개천예술대전 우수수장작

▲ 스님으로써 작품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불편함은 없나?

- 먹고 싸는 일상적인 일이 불편하다면 이 세상 살아가고픈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앞서 말씀드렸듯이 나에게 작품 활동은 수행방편이자 일상인 것을 어찌 불편하다 할 수있겠는가 먹고 싸는 일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불편한 것이지...... 누가 붓이라도 한 자루 보시해주시려나

▲ 스님이 바라보는 민화의 매력은 무엇인가?

- 민화의 매력은 민화자체가 길상화이기 때문이다. 복을 구하거나, 장수, 출세, 부부화합, 벽사 등등 우리네 삶에서 추구하는 희망적인 요소를 그림으로 표현하여 에너지를 주기 때문이다. 스님이 중생의 삶을 위해 기도하는 내용과 뭐가 다르냐? 벽사를 위해 부적 그리듯이 나는 민화로 표현하면 되는 것이지. 산신탱화나 사찰 벽화들이 민화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불교와 민화는 매우 친근하다.

▲ 스님 소중한 시간 뺏어서 죄송하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 없나?

-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내 본분의 일은 스님이기 때문에 민화를 통한 포교활동을 지속할 것이고, 보잘 것 없지만 누군가 내 그림을 보고 한 순간이라도 미소 지을 수 있다면 그 순간은 극락. 강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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