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 칼럼] 박원순과 막걸리
[오규열 칼럼] 박원순과 막걸리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5.2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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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사람들은 공익을 위해 일에 한다는 단체에 얼마간의 돈을 기부하면서 자신도 함께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며 기뻐한다. 그러나 기부금을 모은 단체들은 생각만큼 정직하게 기부금을 관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가운데 한분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관련 단체인 정의기억연대 그리고 전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자에 대한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조계종에서 운영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거주시설인 나눔의 집의 회계처리도 매우 부적절했다는 내부 폭로이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에 의해 엄청난 고초를 겪으며 살아오신 할머니들께서 같은 민족의 후예들에게까지 이용당하셨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는 노릇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처음 만난 때가 벌써 10년 이상이 지났다. 당시 박원순 변호사는 스스로 '소셜 디자이너'라고 부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자며 시민들에 의한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를 만들었다. 희망제작소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을 통해 운영되는 재단법인이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대안 가운데 하나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에 주목했다. 그래서 사이버대학에 근무하는 필자에게 평생교육과 온라인교육에 대한 자문을 의뢰했다.

인사동에 위치해 있던 희망제작소를 방문하여 여러 차례 자문에 응했다. 보통 자문이나 회의에 참석하면 수당이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희망제작소는 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무보수 자문을 희망했다. 재능을 나눈다는 즐거움과 함께 관계자들이 워낙 진지하게 고민을 해서 희망제작소를 가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하루는 자문이 늦어져 저녁식사 시간이 넘겨 일이 끝났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저녁을 같이 하자고 요청했다.

내심 자문비도 주지 않으니 인사동의 근사한 한정식 집에서 대접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박 상임이사가 안내한 곳은 아주 평범한 백반집이었다. 그리고 희망제작소는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저녁을 먹을 경우, 한 끼 식사비를 백반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막걸리 한잔 대접하고 싶지만 이것은 식사가 아니기 때문에 시킬 수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서 그날 막걸리는 필자가 샀다. 참으로 맛있는 저녁이었고 기분 좋은 막걸리로 기억된다.

이후 여러 시민단체들의 일에 관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직까지 희망제작소와 같이 투명하게 운영되는 곳을 만나지 못했다. 필자가 경험한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나 해외에 대한 지원을 표방하는 단체들의 불투명은 상상을 초월한다. 많은 종교기관들이 북한의 영유아들을 지원한다며 모금을 한다. 그러나 실제 얼마나 지원되는 지는 의문이다. 중국 단동에서 평안남도 숙천까지 3천만 원어치의 철도 1량의 물자를 보내는데 운송비로 1천만 원을 지불해도 검증할 방법이 없이 집행된다. 물론 영수증을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때문 단동에서 압록강 철교를 넘었다 다시 중국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까지 한다. 해외 지원사업의 경우 수기로 받는 영수증이 상당수이며 심지어는 금액을 적지 않고 영수증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문제는 종교기관의 단독 사업 추진일 경우 더욱 심각하다. 이를 경험한 후로 헌금과 기부는 미친 짓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나의 기부가 도리어 성직자들을 지옥으로 인도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보도에 의하면 정의기억연대는 2018년 12억 2,696만원을 거두어 위안부할머니들에게 1인당 86만원 총 2,320만원을 2019년에는 8억 2,550만원을 거두어 1인당 106만원 총 2,433만원을 지급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자 정의기억연대는 "우리는 구호 단체가 아니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 단체"라고 해명한다. 많은 기부자들이 할머니들에게 지급되는 돈이 겨우 0.02% 밖에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기부했을까 의문이다. 많은 신자들이 자신들의 헌금이 무자료 영수증과 교환된다는 사실을 알고 봉헌했을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나 해외 지원사업이 선전과 얼마나 다른지 알고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기부는 미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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