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東松餘談] 산으로 올라간 배
[하동근칼럼東松餘談] 산으로 올라간 배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5.2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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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전 imbc 사장
하동근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전 imbc 사장

우리 속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공들이 배를 조종하고 목표지점으로 향해 가는 동안 의견이 서로 엇갈려 제대로 배를 운용하지 못하면 배가 엉뚱한 곳으로 간다는 의미에서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서로 맞질 않거나 본래 목적의식을 상실해서 일을 추진하면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뜻으로 자주 인용되곤 한다. 실제 배가 산으로 올라갈 일은 없겠지만 종군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정의연과 그 중심인물을 둘러싼 논란은 배가 산으로 올라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 싶다.

지난 25일 두 번째 기자회견을 가진 종군위안부 출신 93살 이 용수 할머니는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누가 따로 챙겼다고 하면서 울분을 토했다. 30년 동안 끌려 다니면서 이용만 당했다면서 윤 미향을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내용을 살펴보면 그동안 종군위안부를 위한다는 시민단체의 활동이 어느 순간 당초 초심을 잃고 정작 보호되어야 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주변으로 배제하거나 아니면 조직을 위한 논리에 빠져들게 되어, 결과적으로 주인공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보다는 자신들의 조직과 활동 그리고 존재이유를 확장하고 시민운동가 자신들의 정치적 사회적 위상을 강화하는데 무게 중심이 주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주객이 전도되고 그때부터 배가 산으로 올라가버린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지난 30년 동안 종군위안부와 관련한 시민활동은 피해할머니 복지제고와 국가상대 배상요구, 사회적 인식 제고, 국제적 이슈화 등 단계적으로 확대 발전되어왔다. 국가의 재정적 지원과 사회의 기부, 후원활동도 이에 따라 확대된 것도 사실이다. 일종의 라이센스 사업과 같은 속성을 지닌 시민단체 활동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초심을 잃은 행보가 거듭된 것도 사실이고 결과적으로 조직의 활동은 피해당사자 중심이 아니라 조직중심 논리로 변질하게 되고 당연히 피해 할머니들의 불만 누적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배가 산으로 올라갔다고 얘기가 나오니까 주변이 거들고 나선다.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문제 삼는 쪽이 더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이른바 헤이트스피치들이 같은 편을 거들고 감싸고 나섰다. 진보 정당과 주변 관련성을 가진 사회운동 단체와 지지자들이 피해자 할머니의 피맺힌 절규를 조작이라고 폄하하고, 친일 프레임과 조국 프레임과 같은 피해자 코스프레로 자기 방어적인 반박을 하고 나서고 있다. 옹졸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 독재성의 섬뜩함이 느껴진다. 자기반성과 성찰이 없는 기득권 집단의 몰락을 가까이서 지켜보았음에도 자신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나친 우월감의 발로는 아닌지 걱정된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위안부 할머니를 돕기 위한 시민단체가 추진해온 그동안의 역사적 의의와 노고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하고 이제는 지나간 시대를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되는 시대가 추구해야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운동의 주체와 대상을 적대적 이분법적 자세로만 정의하지 말고, 그 한계를 들여다보고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고 할머니는 주장하고 있다. 피해 할머니 들이 작고하고 나면 이 조직은 그 존립과 사업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설립목적상 시간적 한계를 지닌 시민활동이자 조직이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산으로 올라간 배는 바다로 내려와야 제자리를 잡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다시 항해에 나서더라도 정비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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