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세상엿보기] 맙소사
[김용희의세상엿보기] 맙소사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6.0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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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수필가
시인·수필가

‘맙소사(寺)’는 ‘소와 함께 떠나는 여행’ 독립영화의 절(사찰)이름이다. 2010년 개봉. 공효진 김영필 주연, 심우(尋牛)도(십우도)를 패러디한 영화다. 득도(得道)와 성불(成佛)에 관한 스토리가 십우도(十牛圖)인데 사찰에 가면 대웅전 벽에 그려진 그림이 십우도다. 여기서 수도자가 찾아다니는 '소'는 본디 본성을 의미하리라. 즉 자신의 본성을 찾아 드디어 해탈의 경지에 이른다는 스토리로 12세기 송나라 때 스님이 그린 탱화다. 잃어린 소를 찾기위해 숲 속을 헤매다가 소 발자국을 발견하고 그리고 소를 찾고 그 소를 길들여서 소를 타고 집에 왔는데 소는 잊고 또 소를 잊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뭐 등등 그런 얘기다.

그런데 그 소(牛)는 진리이자 구원이자 영생이며 자유이자 곧 깨달음이니 그 소를 사기위해 세상 것 모두 포기하는 것으로 “네 소유를 다 팔아 금은보화 밭을 산다”는 성경의 비유도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여기 “경중미인(鏡中美人)”이란 대사가 나오는데 곧 ‘거울속의 미인’이란 뜻으로 ‘화중지병(畵中之餠)’과 비슷한 얘기겠다. 즉 그림의 떡이나 거울 속의 미인이나 가질 수 없는 것에 관한 것들이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우리 삶이 라는게 이런 건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권력 명예 자본 이런 것들이 한 갖 그림이자 그림자인데도 가졌다고 착각하고 세상을 살아내는 것.

‘경중미인’은 삼봉 정도전(鄭道傳)이 한 말인며 그 양반 팔도사람 성격을 사자성어로 표현했는데 어쩜 딱 맞다. 이 단어는 경기도 사람특징이다, 강원도는 암하노불(巖下老佛),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 경상도는 송죽대절(松竹大節)이다.

‘파자소암(婆子燒庵)’은 노파가 암자를 태웠다는 얘기인데 경중미인의 진리도 모르는 땡 중이 사는 암자는 태워도 무방하겠다. 경중미인 뜻은 실속없다는 의미의 경기도인의 특성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거울 속의 미인도 미인이기는 마찬가지다. 거울 속에 보이는 미인도 하나의 감각이니 시각까지를 무의미로 여기는 땡 중이 사는 절은 태워도 무방하다.

본 영화 시도는 좋은 것 같은데 전하고 싶은 것을 깊게 터치하지 못하고 변죽만 울린 것 같다. 영화 끝 장면은 남자주인공이 맙소사 절까지 꿈에 다 태우고 번뇌망상 욕망까지 다 불사르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우경(牛耕)을 한다. 결국 공효진과 함께다. 공효진은 자기를 버리고 친구에게 시집 간 전 여친인데 남편잃고 다시 찾아온 내치지도 못하고 잊지도 못하는 경중미인같은 존재다.

이런 영화들은 결국 내적 심리적 자유를 그리는 컨텐츠들이겠다. 불교 기독교 이슬람 도고 뭐 다를게 있겠나? 내적 부자유를 탈피해서 온전한 자유를 얻고자 하는 구도자적 삶, 스님 신부가 되지 않아도 누구나 내.외면적 구속으로 부터 탈피하고자 한다. 물질적 부족, 심리적 불만족...

자신을 버리고 딴 넘한데 시집가버린 그녀도 잊을 수 없는게 스스로 탈피 못하는 구속아닌가?

온전한 자유란 무엇인가? 마음의 집착 번뇌 그것은 사실은 없는 것이니 그 집착을 내려놓고 급기야는 내려놨다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리는 것이 ‘망우(忘牛存人)’의 경지라면 그것은 곧 자연이란 얘기겠다.

아무리 설법을 설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제자들을 앉혀놓고 노스님이 지팡이로 마루를 치니 마루밑에 있던 멍멍이가 짖었단다. 그러니 ‘저 개도 알아듣는데 왜 너네들은 모르냐’고, 희노애락애오욕 시청미후촉각...그게 다 공이라는 것인데 오온(五蘊)이 모두 공(空)이라는 얘기인데, 결국 법에도 부처에도 매이지 말란 얘긴데. 예수의 피로서 구속 받은 백성은 어떨까.

십(심)우도는 원래 심우(尋牛), 견적(見跡), 견우(見牛), 득우(得牛), 목우(牧牛), 기우귀가(騎牛歸家), 망우존인(忘牛存人), 인우구망(人牛俱忘), 반본환원(返本還源), 입전수수(立廛垂手)로 10단계의 성불단계에 대한 도식(圖式)이다. 이는 선종의 수행법으로 12세기 송대 곽암(廓庵)과 보명(普明)이 그린 것이다.

소를 보면 그 순한 눈망울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재는 뭔 생각을 할까 싶기도 하다. 꼭 득도한 부처마냥 심오한 것 같기도, 무심한 것 같기도 하다. 십우도는 사실 3단계만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심우 견우 망우... 나머지는 모두 사족(?)이다. 인우니 반본이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어쩌면 그게 좀 거시기한 얘기다. 그렇게 말 안해도 원래 산은 산이다.

그런데 소도 사실 운다. 화도 내고. 소가 언제 우는가하면 새끼팔고 나면, 어릴적 밤 내 새끼가 그리워서 운 것을 기억한다. 새끼잃은 어미의 마음, 그게 인간이나 소나 뭐가 다를까? 그리고 발정기가 되거나 소싸움을 보면 결국 소도 희노애락으로 산다는 것을 안다. 울지도 웃지도 않는 소가 소인가? 그건 소가 아니라고 스피노자(Spinoza, Baruch)나 라깡(Lacan, Jacques)은 말하고 있다.

실상사(實相寺)라는 절이 실제로 있을 수 있을까? 감정 욕망 욕심 야망 모두 버린, 욕망은 인간에게 옵션이 아니라 원 재질인데 버릴 수 있냐고! 아파트에 배관이 없으면 그게 아파트인가? 무지개는 원래 7빛깔이다. 그래서 불교 또한 근본적으로 허상이 아니냐는 게지? 없는 것을 찾는 사람들, 교회도 마찬가지. “진리를 알면 자유하게 된다”하면서 또 예수의 피값으로 샀다고 구속을 준다.

모두가 허상 짖기놀이 하는 것은 아닌지. 제발 좀 솔직해집시다. 없는 것 찾아 헤매지 말고 사람들 호도하지 말고. 가만히 둬도 사람인데 가만히 둬도 자연인데. 자꾸 가르치려하고 교육하려하고 뮐 찾으려하고, 아니 “그냥 그대로” 있는 무위자연(無爲自然) 현상학(現象學)도 좋겠다. 허상도 걷어내려하지 말고 구원의 욕심도 부리지 말고, 구원욕망? 그건 이만희의 전략이다. 네 소유를 다 팔아 금은보화 밭을 사는 것은 이 영화에도 나오는 얘기다. 그 소를 산 동자승이 어른들께 설법을 한다. 그런데 이게 모두 관념놀이 같은게다

애인을 빼앗긴 이 친구는 버릴 수 없는 욕망때문에 괴로워했다. 그 욕망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소를 찾아 소와 같이 여행을 했고 급기야는 절 ‘맙소사’까지 다 태워버림으로서 망우의 경지에 들었단 얘기인데, 누구나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부자청년에게 “네 소유를 다 팔아서 나눠주고 나를 따르라”는 예수의 메세지도 소 찾아 떠난 수행자와 다를게 없겄다.

그런데 말이지 망우(忘牛)의 상태 귀가(歸嫁)나 반본(反本)이라면 원효의 화광동진(和光同塵), 미륵상이 전하는 미소는 온전성(integrity)이겠다. 티끌과 빛이 함께하는 세상, 어둠과 빛이, 카이사르(Caesar)와 구원(salvation)이 함께하는 세상, 즉 절을 태운다고 욕망 그게 정말 탓느냐는 얘기다. 반본환원, 무위자연, 상선약수(上善若水)...모두 일상(日常)이나 비의도성(非意圖,Adventitious)의 의미에 관한 얘기다.

재밌는 것 하나 있다 맙소사 절 이름. 그러니까 절도 교회도 자칫 맙소사 일 수도 있겠다. 너무 오버하면, 교육 종교 문학 예술은 가능하다해도 그 역할이 견우(見牛) 목우(牧牛)까지 일 것이고 그 이후로는 망우야 본인 몫 아닌가. 종교도 겉만 돌면 자칫 마르셜 뒤샹(Marcel Duchamp)의 변기가 작품이 된 이유가 되는 것이여 그것은 곧 맙소사다.

지금도 선(善)의 이름으로 공의(公義)의 이름으로 웃기는 놀이들 얼마나 하고 있는가? 거울 속의 미인처럼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꼭 있어야 혹은 꼭 없어야 할 이유도 아닌...

일이 있어 감사한게지, 화도 내고 슬퍼하기도 하다가 또 미소도 짓는 게지. 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태울 이유가 없어지는 것, 아이구 맙소사! 필요 없는 짓 또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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