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칼럼] 자성의 목소리
[김기덕칼럼] 자성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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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1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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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이번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을 깨닫는 것들이 있지만 비로소 닫히고 멈출 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정신없이 앞만 보며 달리다 보면 정작 아무것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코로나19는 지구촌 모두를 일시적이지만 닫고 멈추게 만들었다.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지만 그래서 새삼스럽게 보이는 것들도 많다. 코로나 이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그런 성찰과 반성의 토대 위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감추어진 것들을 찾아내는 일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변화와 변혁의 원동력으로 여기고 새로운 가치관으로 무장하고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각성의 계기로 삼는다면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다. 사람이 어떤 재난이나 극한 상황을 만나면 이해와 배려와 공존의 의미를 찾기보다 나에게 얼마나 유익이 될 것인지, 효율적이고 편리한 것이 무엇인지를 선택하게 되는 갈등을 겪게 된다.

이번 팬데믹은 공존보다는 효율성과 성장을 추구하는 자국이기주의가 더 확대되어진 경향이 컸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전 세계가 셧 다운이 되는 더 큰 재앙이 있을 때에는 함께 협력하면서 공동적으로 대처해나가지 않으면 비참한 결말을 맺을 수밖에 없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한국 교회에도 근본적인 성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물리적으로는 교회 문이 닫히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면서 그동안 당연시해왔던 예배를 비롯한 신앙생활의 여러 형식과 관습에 대해 깊은 성찰을 갖게 했다. 무엇보다도 ‘모이는 교회’에서 ‘흩어지는 교회’로의 전환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들이 분출되었다. 일부는 불편하고 걱정스러워 하기도 했지만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교회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기회가 되었다는 평가가 있기도 했다. 무엇보다 많은 한국 교회가 지향하고 추구해 왔던 교회의 부흥과 외형적 성장에 대한 재검토나 반성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라는 생소한 말과 함께 아름다운 믿음의 교제를 해온 주변사람들과의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함께 하는 관계가 얼마나 진정성 있고 의미 있는 관계였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교회가 얼마나 크고 웅장하냐에 대한 자랑이 아니라, 지역 사회 안에서 얼마나 신선한 도움을 주며 교회로써의 역할을 함으로 지역사회에 등대가 되어야 한다.

한국 교회 교인들의 영적 신앙의 건전성과 건강성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왜냐하면 일시적인 대면 예배의 중단으로 인한 교인들의 신앙적 느슨해짐이나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종교인이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과 복음적인 사명에 목숨을 걸만큼의 진솔한 그리스도인들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교회가 세상을 향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특히 세계적 전염병 재난으로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든든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자성의 목소리를 더 많이 키워야 한다.

물론 많은 교회들이 묵묵히 코로나19 사태로 고통 받는 사람들과 이웃 교회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고 그 들의 회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런 재난이 앞으로 또 다시 닥친다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교회들이 힘을 모으는 제도적 장치와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이번에도 여전히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고 위로하는 역할을 하기보다 오히려 세상의 걱정거리가 되고 비난의 대상이 된 일부 교회와 단체들이 있었다. 이에 대한 한국 교회 전체의 각성과 공동 대처 방안도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 및 실천 수준이 탁월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한국 사회와 교회에 많은 고통과 불편함을 주었지만 동시에 한국사회와 교회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하고 개혁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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