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골목길을 함께 걸어보자
[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골목길을 함께 걸어보자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7.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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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이야기에 웃음을 지으며
사람 냄새가 나는 그 골목을
걷고 또 되돌아와서 다시 걸으며
나이도 잊으며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진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짙은 안개는 아주 지척에 두고도 눈이 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반성, 그리고 깨달음을 회상시키는 역할을 동시에 한다. 너무나 가까이 있어 언제나 잘 볼 수 있어서 소홀하고 무심했던 것들에 대한 상기를 위해 안개는 존재하는 것 같다. “언제나”라는 말이 무색해짐을 느끼게 하고, 그 말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는 진실에 가깝게 만들고 있다. 그 진실은 우리들의 편의에 의해 잠시 없었던 것으로 만들고 있다. 세상의 아름다운 이야기도 오늘을 버티며 살아갈 이유도 이 진실 때문임을 우리는 가끔씩 마음에서 지우고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 짙은 안개를 핑계 삼아 골목길을 들어서려고 한다.

처음부터 나는 그 골목길을 함께 걷기 위한 동행이 필요했음을 알고 있었다. 함께하는 그 골목길에는 외롭지 않을 행복과 웃음이 있을 것이며, 오롯이 나를 위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분명 사소한 일들과 말들로 마음이 상하는 일도 생길 것이다. 그것을 미리 짐작하고 상처받기 싫어서 인연을 밀어내는 바보 같은 짓을 이제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은 새로운 길에서 또 다른 행복을 찾고 싶다.

혼자서 걷는 여유로운 길도 좋을 것 같고, 누군가의 소소한 이야기에 웃음을 지으며 함께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작은 것들에게서 사랑을 느끼며 사람 냄새가 나는 그 골목을 늘 걷고 또 되돌아와서 다시 걸으며 세월 앞에 놓인 나이도 잊으며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이전까지의 나의 길이 불행한 것만도 아니었다. 그 길에는 상대만 있었지 내가 없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길도 내가 선택해서 걸었던 길이 분명하다. 아이들을 우선으로 두었던 것도 나의 선택이었고, 나를 남편의 등 뒤로 숨게 한 것도 그 사람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의 결정이었던 것 같다. 옆에 나란히 두기보다는 난 언제나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걷고 있었다. 둘이었지만 언제나 혼자인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혼자인 것에 너무 익숙해져 둘이 함께 걷는 법을 모를 수도 있다. 언제 손을 잡아야 하는지 언제 눈을 맞추고 웃어야 하는지 또 언제 가슴을 찾아 안겨야 하는지도. 어린아이가 걸음을 불안하게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것처럼 그렇게 그 골목길을 들어서야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 길의 끝은 알 수 없지만 나를 위한 벤치 하나는 있으리라 믿는다. 때로는 차 한 잔을 손에 쥐고 그 의자에 등을 기대어 쉬기도 하면서 먼 산도 보고 해가 뜨고 지는 풍경도 보고 달구경도 하면서 천천히 아주 여유롭게 그 골목길을 행복하게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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