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東松餘談] 기로에 선 한국의 페미니즘
[하동근칼럼東松餘談] 기로에 선 한국의 페미니즘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7.2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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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전 imbc 사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자살에 따른 후유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쟁도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후임 서울시장 선출을 위한 후보선정 작업으로 정국이 벌써 요동을 치고 있다. 또 한 가지, 좌파 여성시민단체가 그동안 주도해온 페미니즘운동이 위기를 맞게 되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전개되어온 한국의 페미니즘운동의 최대 후원자이자 중심인물이 박원순 전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성폭력상담소 개설에 다양한 공헌과 기여를 했고, 페미니즘운동의 재정적, 정신적 지원자로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다. 또 서울대 우 조교 사건을 승리로 이끌어 국내 최초의 성희롱소송 승소 변호사로서도 명성을 높였다. 참여연대, 아름다운 가게, 희망공작소 등으로 이어지는 박 시장의 사회참여 활동에도 여성단체의 협조와 지지가 전폭적이었던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자기 모순적인 이율배반적인 미투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욱 크다.

한국의 페미니즘운동은 사실은 그동안 좌파 여성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주도해 왔다. 정대협, 정의연으로 이어지는 종군위안부 문제도 그랬고, 미투(Me Too)운동도 그렇다. 어떻게 보면 정의연은 한국의 페미니즘운동을 이끌고 온 중심축이자 메인 추동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의 페미니즘운동은 좁은 의미의 PC(Political Correctness)운동의 일환이다. PC운동이란 본래 인종과 성별, 종교, 성적 지향, 장애, 직업 등과 관련해 소수 약자에 대한 편견이 섞인 표현을 쓰지 말자는 정치적 사회적 운동을 말한다. 개인적으론 동의하지 않지만 흔히들 ‘정치적 올바름’으로 번역되어온 이 운동은 문화상대주의, 다문화주의에 사상적 배경을 두고 1980년대 미국의 대학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매스미디어와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의 PC운동은 그런 흐름 속에 페미니즘을 특히 강조해 전개되어 온 경위가 있다. 종군위안부 문제, 성희롱, 성폭력 문제, 세월호 피해자, 직장 내 차별 등이 대표적인 한국PC운동의 주요 주제가 되었다. 페미니즘과 PC운동이 결합한 페미+PC, 즉 페미PC운동은 그래서 한국에서는 무소불위의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겉으로는 시민운동을 표방했지만, 정치적일 수밖에 없었다.

정치는 편을 가르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인지 PC운동에 기반을 둔 한국의 페미니즘은 정치적으로 내 편과 네 편을 가른다. 내 편이 아닌 네 편의 페미 문제는 철저하게 따지고 끝장을 보려고 하지만 내 편에서 생긴 페미 문제는 철저히 눈을 감는다. 소극적으로 대하거나 아예 모른 체하거나 숨기려고 한다. 그리고 일반인들의 페미 문제는 관심 밖이다. 네 편도 내 편의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사이 윤미향 사건을 통해 종군위안부를 앞세운 정대협과 정의연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이들 조직의 목적이 정작 위안부 할머니들의 평생소원인 일본의 사과와 보상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조직 존립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투 운동 역시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으로 이어지는 여권 지방 자치단체 수장의 주변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을 통해 매우 선별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여성가족부조차도 선별적이라는 점이 확인된다. 마치 함구가 행동수칙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일어난 여권의 성관련 사건들이 앞으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는 모르겠지만, 사건을 지켜본 사람들은 한국의 페미니즘운동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제 볼 것은 다 보았다. 자가당착과 자기모순에 직면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대의 후원자가 사라진 지금, 이들 페미니즘 단체들이 갈 방향은 어디일까? 순수한 의미의 페미니즘운동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인지? 지금처럼 정파, 전략적 차별적 차원에서 그리고 직업으로서 페미니즘운동을 그대로 가져갈 것인지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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