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가꾸는 사람들] 눈이 아름다운 것보다 마음이 편안한 정원 추구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 눈이 아름다운 것보다 마음이 편안한 정원 추구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8.1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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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조 고성 만화방초 대표

30년 전부터 틈틈이 부지 매입하고 수국을 심어
올해로 3회 수국축제 개최해 4만 명 인파 다녀가
수국정원으로 국내를 넘어 日本과 경쟁하고 싶다
수국, 만병초, 차나무, 편백 등 수십 종 어우러져
북방개구리, 도룡뇽, 수달 등 6가지 보호종 있어
최대한 개발을 자제하고 자연친화적인 정원 조성
경남고성에 위치한 만화방초.
만 가지 꽃들과 향기로운 풀들이 있는 만화방초.

정종조(72) 고성 만화방초 대표는 30년 전 부산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만화방초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전선에 뛰어든 정 대표는 힘이 들 때마다 인근 사찰 등을 찾아 위안을 얻었다. 그때 자연에서 큰 위로와 힘을 얻은 정 대표는 어려울 때 찾아가서 쉴 수 있는 정원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마침 묘목 사업을 하시던 아버님에게서 물려받은 고향 고성의 땅이 있었다. 정 대표는 그 땅 주변을 사업으로 돈이 모일 때마다 조금씩 사 모았다. 그게 지금 6만여 평의 만화방초가 되었다.

만화방초라는 이름은 18년 전 고성 출신의 민속학자 김열규 교수가 잠시 책을 쓰기 위해 귀향했을 때 정원에 와 보고는 지은 이름이다. 만 가지 꽃들과 향기로운 풀들이 있는 곳이라는 그 뜻이 마음에 들어서 그때부터 만화방초란 이름으로 썼다.

정 대표는 정원을 만들면서 최대한 개발을 자제했다. 그래서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서 정원을 만드는 일을 하지 않았다. 길도 반듯하게 내기 보다는 원래 짐승들이 다니던 길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 새벽 산책길에 고라니 등을 만나 짐승도 놀라고 정 대표도 놀라는 일이 자주 있다고 했다.

만화방초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수국이 있다. 정 대표는 어디서 새로운 수국품종이 개발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불원천리 찾아가 수국을 가져와서는 심는다. 그래서 수국으로는 국내에서는 비교할 정원이 없다는 게 정 대표의 자랑이다. 마침 3년 전에 경남과기대 교수님과 학생들이 찾아와 지역공헌 차원에서 수국축제를 열자고 해서 벌써 올해로 3회째가 됐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데도 4만여 명이 넘는 관람객이 만화방초 수국축제를 찾았다.

정 대표는 “이제 국내를 넘어 일본과 경쟁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국은 아직 일본을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게 정 대표의 분석. 우리나라는 수국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적지만 일본은 어버이날에 수국을 선물할 정도로 국민들이 사랑하는 꽃이다. 그렇다 보니 육종도 발달해 다양한 수국이 재배된다. 그래서 정 대표는 일본과 경쟁할 수 있는 수국정원을 만드는 목표를 잡고 있다.

정 대표는 고성군수에 출마한 적도 있는 이색적인 이력의 소유자이다. 원래 정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정 대표가 고성군수에 출마했던 것은 군정이 잘못되고 있는데도 작은 지역이다 보니 비판을 하지 않는 지역의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서였다. 생전 처음 선거라는 것을 치렀는데도 10%가 넘는 지지를 받아 나름 성공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이후에도 정치권에서 출마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원래 정치하려던 것이 아니라 바른말을 하자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게 달성됐기 때문에 더 미련이 없었다. 한번으로 정치외유를 마친 정 대표는 만화방초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원으로 만들어 고향의 자부심을 높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정종조(72) 고성 만화방초 대표는 “이제 국내를 넘어 수국의 본산인 일본과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종조(72) 고성 만화방초 대표는 “이제 국내를 넘어 수국의 본산인 일본과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종조 대표와의 대담내용이다.

▲만화방초의 이름이 특이하다.

-고성 출신의 민속학자 중에 김열규 교수란 분이 있다. 서강대 석좌교수를 지낸 분이다. 그분이 책을 쓰신다며 18년 전에 고향인 고성군 하일면에 와서 지낸 적이 있다. 그때 김 교수가 이 정원을 보고 만화방초란 이름을 지어주셨다.

▲무슨 뜻인가.

-의미는 만(萬) 가지 꽃과 향기로운 풀이란 뜻이다. 저는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꽃과 풀들이 가득한 정원이라는 의미로 알고 있다. 제가 생각하는 정원의 개념과 같아서 좋은 이름이라 생각하고 있다.

▲언제부터 만화방초를 조성했나.

-시기로 따지자면 30년이 넘었다. 원래 아버님이 나무 묘목 업을 하셔서 산을 가지고 계셨다. 아버님께 물려받은 땅은 1만평이다. 거기에다가 제가 시시때때로 주변 땅을 사들여서 지금은 6만평이 조금 넘는다. 부산에서 사업을 할 때 돈이 모이면 조금씩 사 모았다.

▲그럼, 본격적으로 정원을 만든 것은 언제부터인가.

-부산에서 하던 사업을 접고 12년 전에 귀향을 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만화방초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30년 전부터 시작했다면 오래됐는데 깊은 뜻이 있나.

-제가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마흔 살에 그만두었다. 그만두고 나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참 어려웠다. 그래서 힘들 때마다 인근 절에 가서 머리를 식히기도 했다. 그때 자연에서 쉬는 것을 통해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곤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힘든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곳을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눈이 아름다운 것 보다 마음이 편안한 정원을 만드는 게 제 생각이다.

▲여기로 정한 이유가 있나.

-아버님께 물려받은 땅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이 산이 해발 650m로 통영, 고성, 거제에서는 가장 높은 벽방산이다. 이 정상에 서면 고성, 통영, 거제가 다 보인다. 또 바다가 270도 방면에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원을 꾸미기에는 아주 적합한 장소이다.

▲정원에는 주로 어떤 꽃들이 있나.

-가장 많은 꽃은 수국이다. 장담하기로는 수국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종류가 제일 많을 거다. 꽃도 유행이 있어서 사람들이 옛날 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새로운 품종의 수국들이 많다. 2018년에 수국축제를 시작해서 올해로 3회째 수국축제를 지난 6월에 개최했다. 올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여행이 힘들었는데도 4만여 명이 다녀갔다. 수국축제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행사가 되고 있다.

▲축제는 어떻게 해서 시작됐나.

-진주에 있는 경남과기대 교수와 학생들이 지역공헌 사업으로 시작한 거다. 지역의 콘텐츠를 활성화해 관광자원화하자는 그런 정책인 것 같다. 그렇게 과기대에서 시작한 것이 점차 호응을 얻어서 활성화되고 있다. 이제 국내를 넘어서 일본과 경쟁하겠다는 게 제 포부이다.

▲일본과의 경쟁을 목표로 삼는 이유가 있나.

-일본인들이 수국을 좋아한다. 우리나라는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부모님께 달아주지만 일본인은 수국을 선물한다. 그 정도로 일본인들이 수국을 좋아한다. 그리고 일본은 식물 육종기술이 발달해 온갖 종류의 새로운 수국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 일본과 경쟁하자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수국정원이 많지 않나.

-수국은 내한성이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내한성이 약하다. 내한성이 있는 수국은 꽃이 예쁘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의 수국은 겨울을 지내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제가 보기에는 고성이 수국의 북방한계선이 되는 것 같다. 같은 경남이라도 산청만 가더라도 수국이 잘 자랄지 의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수국 정원이 주로 남부해안지방 이하에 있다. 거제도나 제주도 등에 수국이 발달한 것이 그런 이유이다.

▲수국 외에는 어떤 꽃들이 있나.

-자랑할 만한 것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만병초가 6그루 있다. 만병을 치료한다고 해서 만병초라고 이름 지어졌다는 유래가 있는 약성을 가진 나무이다. 원래 만병초가 잘 자라지 않는데 여기랑 잘 맞는지 어른 키 정도 된다. 사람들이 와서 이렇게 큰 만병초가 있나 하며 신기해

한다. 또 편백나무도 70년 이상 된 것들이 제법 있다.

▲만화방초를 가꾸는 철학이 뭔가.

-저는 자연을 최대한 살리자는 게 제 정원철학이다. 그래서 포크레인 작업을 거의 하지 않는다. 길도 원래 짐승이 다니던 길을 그대로 활용한다. 길을 반듯이 내고 층계를 쌓고 하면 좋겠지만 저는 있는 그대로의 지형에다가 꽃을 심는다. 원래 만화방초를 만든 뜻이 쉴 수 있는 정원이었기 때문에 자연과 호흡한다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 정원에는 보호종이 6종류나 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우리 정원에는 8월말이면 반딧불이가 화려하게 날아다닌다. 또 이른 봄에는 수십만 마리의 올챙이가 있다. 이 올챙이는 북방산 개구리인데 보호종이다. 이외에도 도룡뇽, 두꺼비, 가재, 수달 등 국내에서 보호되고 있는 품종들이 6종류이다. 이처럼 우리정원에 보호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자연친화적이라는 의미이다.

▲축제도 하고 방문객도 받는데 수익은 되나.

-전혀 안 된다. 인부 한명만 쓸 수 있는 수익이 되면 고생을 좀 덜하겠는데 아직 그 정도도 안 된다. 그래서 아들을 내려오라고 해서 같이 있는데 계속할지 잘 모르겠다. 사실은 걱정이다.

▲수익이 안 되는 데 어떻게 유지해 나가나.

-관람을 마친 사람들이 나가면서 “참으로 고맙다. 이렇게 정원을 만들어 주셔서 저희들이 쉬고 갑니다”라는 말을 할 때 보람이 생긴다. 이런 보람이 정원을 계속하는 에너지가 된다. 그렇지만 수익의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다. 수익을 위해 카페를 만들어야 할지, 숙박시설을 만들어야 할지, 사실 고민이다.

▲정원을 사려는 사람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실 부산에 있는 사업가가 만화방초를 사러 왔었다. 그래서 힘도 드는 데 저보다 재력이 튼튼한 사람이 운영하면 더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팔까하고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그 사업가는 자신들 협력업체 사람들과 함께 주말주택을 지어서 여기를 일종의 전원주택 단지화 할 그런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수십억을 준다는 제안이 있었지만 거절했다. 만화방초는 자연과 잘 조화된 정원으로 계속 유지되기를 바란다. 만화방초를 개발해서 수익사업화 하겠다는 그런 생각은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저로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고성군과는 협력이 잘 되나.

-현 백두현 고성군수는 정원에 대한 이해가 깊다. 그래서 대화는 잘 된다. 그래도 고성군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사실 만화방초는 이제 개인이 경영하기에는 그 수준이 넘어섰다. 고성군의 상징으로 키워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만화방초 내에 저수지가 있는데 저수지에 수국을 심도록, 또 벽방산 정상에 수국을 심어 관광자원화 하도록 고성군에 제안을 해 놨다. 이런 것들이 이루어지면 만화방초가 좀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해 보자. 고성군수에 출마했던 적도 있던데.

-제가 고성으로 귀향을 해 보니 군정이 잘못되고 있는데도 군수의 눈치를 보느라 다들 침묵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라도 바른 소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군수에 출마했다. 그런데 제가 원래 정치를 했던 사람도 아니고 돈을 많이 가진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당선될 생각으로 출마 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10%가 넘는 지지를 받아 나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랬더니 그 이후에도 출마해 달라는 요청들이 많았다. 하지만 제가 원래 정치를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군정에 대해 침묵하던 그런 것들을 얘기하려던 것이었기 때문에 제 목표는 달성됐다. 그래서 거절하고 지금은 만화방초에 매진하고 있다.

▲고성 상리에 최근 개장한 그레이스 정원과는 집안이라고 하던데.

-그렇다. 그레이스 정원 조행연 대표가 제 이종사촌 누님이다. 정원 시작할 때부터 자문을 많이 구해 늘 교류를 하고 있다. 대담 황인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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