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웅 교수의 향토인문학 이야기] 23. 선비 인문학론(人文學論)
[강신웅 교수의 향토인문학 이야기] 23. 선비 인문학론(人文學論)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8.1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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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문학의 뿌리는 선비정신과 선비의 삶

선비정신이란
단순히 유교적 교양을 갖춘 사대부 정신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과 덕성을 키우며
대의를 위해서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는 불굴의 정신

선비의 삶이란
극기복례(克己復禮) 수기치인(修己治人) 외유내강(外柔內剛)
학행일치(學行一致) 박기후인(薄己厚人) 선공후사(先公後私)
청렴결백(淸廉潔白) 안빈낙도(安貧樂道)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산청 남명선비문화축제 포스터
지난해 10월 열린 산청 남명선비문화축제 포스터

1. 선비의 의미(Etymological meaning)

산업기술을 바탕으로 문화, 정보, 인쇄의 혁신화를 완성하려는 제4차 혁명에 따라 그간 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에서 그들 지역의 문화 행사의 혁신 및 그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을 해왔으나, 실제 그 성과는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본 지역에서도 선대인들이 남긴 위대한 문화유적과 그 전통의 계승을 위한 숱한 행사를 요란하게 진행했으나, 여전히 내실은 커녕 그 정체성조차 찾을 수 없는 겉치레 위주의 형식적인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예를 들면 지역의 전통있는 각종 축제, 예를 들면 ‘개천예술제’ ‘진주유등축제’ 그리고 ‘논개제’ 등까지 여전히 그 장구한 역사나 그 문화적 가치만큼의 진정성이나 역사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어 본고에서는 지역의 고유한 지역정신을 철저히 개발하고, 보다 정확히 확립하자는 사명감에 따라, 지역의 고유한 상징적 정신인 선비정신을 소위 진주정신과 결부시켜, 보다 올바르게 정립함과 동시에 아울러 선비정신이 바로 인문정신인 바, 선비정신과 인문학(Humanities)의 동질성을 보다 심도있게 통찰하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선비와 선비정신 그리고 선비적인 삶의 모습, 아울러 선비정신의 구현과정은 또한 무엇인가를 살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선 선비란 원래 몽골어로 ‘선’은 ‘sain’으로 ‘어질다’의 뜻이고, ‘비’는 ‘ᄇᆞ’(ba)로 ‘지식이 있는 사람’으로 풀이하고 있고, 중국의 《說文解字》에서 士(사)의 뜻은 ‘일한다’ 또는 ‘섬긴다’의 뜻으로 ‘낮은 지위에서 일을 맡는 기능적 성격’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리고 순수한 우리말로도 ‘어질고 지식이 있는 사람’로 풀이되고 있다. 또 한자의 ‘士’는 원래 중국의 신분체계인 황제, 제후(왕), 대부, 사(士), 평민 중에서 지식과 기능을 갖추고 제후와 대부를 보좌하는 일을 했으며 직업적인 의미가 강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선비 유(儒)를 많이 사용해왔다. 기록을 보면 조선 초기 《용비어천가》에 나오는데, 이때는 유생(儒生), 유사(儒士), 노유(老儒) 등 유학을 공부하는 ‘유(儒)’를 선비라고 했다. 또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도 ‘유(儒)’를 ‘선비유’라고 하고, 그 뜻을 ‘도덕을 지키고 학문에 힘쓰는 사람’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희승의 《국어대사전》에서는 ‘학식은 있되 벼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도 풀이하고 있다.

2. 선비정신(Classical scholar spirits)과 그 바탕

선비정신이란 단순히 유교적 교양을 갖춘 사대부의 정신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과 덕성을 키우며, 대의를 위해서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는 불굴의 정신이라고들 정의되고 있다. 그러나 시대별로 살펴보면, 삼국시대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은 민족정신을 ‘현묘지도(玄妙之道)’라고 하여 집에 들어와서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아가서는 나라에 충성하는 유학의 가르침과 매사에 욕심이 없고 말없이 행하는 것은 도교의 가르침, 악한 일을 하지 말고 오로지 착한 일만 하라는 불교의 가르침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유학을 국가의 기본정신으로 삼았기 때문에 선비정신에도 불교와 도교의 영향도 부분적으로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유학정신이 선비정신의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학정신의 근본은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즉 사덕(四德)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맹자(孟子)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창하면서 죽을 때까지 이 성선(性善)을 잘 보존하고 유지해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또 “인(仁)의 단서(端緖)인 ‘측은지심(惻隱之心,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고, 의(義)의 단서인 ‘수오지심(羞惡之心,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며, 예(禮)의 단서인 ‘사양지심(辭讓之心 사양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고, 지(智)의 단서인 시비지심(是非之心,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이 없다면 또한 사람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이 이 네 가지 단서 즉 사단(四端)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인간이 사지(四肢)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결국 상기의 맹자의 주장 즉 그의 ‘성선(性善)의 유지’와 ‘사단지심(四端之心)’도 필히 선비정신의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3. 선비의 삶(The life of classical scholar)

선비는 물질적인 풍요보다는 정신적인 풍요에 삶의 무게를 두었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도덕심을 함양하고 인성교육에 주력했다. 스스로 삶의 가치를 찾아 평생동안 공부하기를 멈추지 않았으며, 또한 이웃과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예의를 지키며 자기의 잘못을 반성하는 삶을 살았다. 관직에 나가 나랏일을 할 때에는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백성들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으며, 대의를 지키기 위해 자기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세상의 잘못에 온 몸으로 항거했다. 그리고 한가한 시간에는 자연을 벗삼아 시서화(詩書畵)를 즐기며 여유있고 멋스러운 삶을 살았다.

결국 선비의 삶을 한마디로 나타내기는 어려우나 다음과 같은 고전의 글귀로 요약할 수 있다.

1. 극기복례(克己復禮), 2. 수기치인(修己治人), 3. 외유내강(外柔內剛), 4. 학행일치(學行一致), 5. 박기후인(薄己厚人), 6. 선공후사(先公後私), 7. 청렴결백(淸廉潔白), 8. 안빈낙도(安貧樂道).

상기와 같은 선비정신과 선비의 삶을 바탕으로 한국 인문학이 시작되었으며, 이러한 선비정신과 그들의 삶을 배우고 실천한 수많은 선대 선현과 학자들이 한국 인문학을 계승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다음 장부터 인문학의 의미 설정과 한국 인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전대 인문 학자들의 종교와 성리학적 성향과 그 성과를 시대별로 고찰하기로 한다.

강신웅

본지 주필

전 경상대학교 인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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