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웅 교수의 향토인문학 이야기] 24. 술의 실체(實體)와 주도론(酒道論)
[강신웅 교수의 향토인문학 이야기] 24. 술의 실체(實體)와 주도론(酒道論)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8.1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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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에 바치는 최고의 음식

술은 자연물 중에서 결코 결합될 수 없는 위대한 두 물질
즉 물(水)과 불(火)이 합쳐진 것으로 인식

지상에서 생산되는 가장 고양된 음식인 술을
신에게 바치게 됨으로써 술은 결국 신에 가까운 음식이 되어

술은 야누스의 얼굴처럼 독(獨)과 약(藥) 양면성 지녀
술의 정확한 실체를 알고 주도(酒道) 학습과 훈련이 필요

술은 야누스의 얼굴처럼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많이 마시면 독이 되고,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되기도 한다.
술은 야누스의 얼굴처럼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많이 마시면 독이 되고,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되기도 한다.

근자에 국가에서 국민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슬로건을 대대적으로 내걸고, 담배와 술의 과대복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면서 실행에 옮기고 있다. 80평생 술과 담배를 즐겨온 본인으로서는 어딘지 개운치 않은 아쉬움과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교차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나름대로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던 술의 실체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감히 설파해보고자 한다.

우선 술의 실체를 살펴본다면,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춤과 노래와 술을 사랑해 왔다. 이 세 가지는 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오랫동안, 동시에 가장 광범위하게 인생의 고락을 보다 큰 환희로 전환시킬 수 있는 인간 본연의 자생적 산물이기도 하다.

서양에서도 스피릿(Spirit)이 술과 정신을 의미하고 있으며, 중국의 한자로는 精神(정신)과 酒精(주정)의 ‘精’자가 같은 글자임에 분명하니, 술이란 아득한 옛날부터 인간의 생활과 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선사시대 이전부터 술을 빚어 마신 인류가 술의 주요 구성성분이 알코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수천 년이 지난 후였다.

술의 주요 성분이 알코올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13세기경 프랑스의 빌뢰브라는 교수가 다른 실험을 하는 도중 술의 주성분이 알코올임을 발견하고, 그것이 인간의 만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생명수(Aquaviate)라고 이름 지은 후부터였다.

그 후 이 생명수가 전 유럽에서 각광을 받자 의사들까지도 솔선해서 각종 환자와 일반인에게까지도 널리 마시도록 권장했고, 한때 술은 모든 사람이 ‘의약의 왕’이라고까지 극찬하기에 이르렀다.

상기 부분은 술의 실체에 대한 서양인들의 견해라고 볼 수 있고, 반면 동양인들의 술의 실체에 대한 견해는, 술은 자연물 중에서 결코 결합될 수 없는 위대한 두 물질, 즉 물과 불이 합쳐진 것으로 인식했다. 이것은 곧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는 생명회복의 명약으로서 수천년 동안 죽은 자 앞에 향과 함께 올리면 죽은 자 모두가 재생한다고 믿는 신기(神氣)가 있는 음식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이 극적인 성질의 두 물질이 합쳐져서 술이 되는데 물(水)은 원래 정적이고 불(火)은 동적임으로 ‘정적인 물’에 ‘동적인 불’이 더해져서 술이 된다는 이론이다. 그리고 지상에서 생산되는 가장 고양된 음식인 술을 우리는 신에게 바치게 됨으로써 술은 결국 신에 가까운 음식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술을 마시면 신바람이 생기고 그 신바람 따라서 신이 찾아온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술은 야누스의 얼굴처럼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많이 마시면 독이 되고,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예부터 술을 적당하게 마시는 모습을 물이 순조롭게 흐르는 모습에 빗대어 물이나 술이 술술 잘 넘어간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고로 우리말 ‘술술하다’를 영문으로 표기한 단어를 보면, 첫째 Soft-Flowing(물이 조용히 흐르는 모양), 둘째 Gently(바람이 느리고 부드럽게 부는 모양), 셋째 Drizzling(이슬비가 가볍게 내리는 모양), 넷째 Fluently(말을 막힘없이 잘하는 모양), 다섯째 Easily(얽힌 실타래가 잘 풀리는 모양) 등이다.

위의 영문 풀이와 같이 술을 적당하게 마시는 행위를 한글 술술의 뜻대로 실천하면 매우 바람직한 음주법이며, 확실한 건강유지법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주변에 술을 장기간 마시면서도 장수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기와 같은 음주법으로 계속 술을 마신다. 마실수록 더 먹고 싶은 사람들의 피할 수 없었던 습관성 음주본능을 그들은 극기의 노력으로 강렬한 그 음주욕구에 대해서 각고의 인내를 긴 시간 지속적으로 실천했던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결국 이런 분들의 음주습관은 전대의 수많은 선인들이 남긴 주(酒)의 오덕(五德: 1. 인사불성까지 마시지 말라. 2. 요기(療飢)로 마셔라. 3. 기력(氣力)이 없을 때 마셔라. 4. 함께 어울려 마셔라. 5. 웃으면서 마셔라.)과 삼반(三反: 1. 勤勞志向的, 反有閑的. 2. 庶民志向的, 反貴族的. 3. 平等志向的, 反階級的)에 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주도라고 하는 천고불후(千古不朽)의 천리(天理)에도 순응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 모두는 순간의 미래도 예측할 수 없는 지극히 불안한 현실 속에서 불확실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하여 그들 모두는 술과 같은 강도 높은 중독성 식품이 갖는 본능적인 유혹과 욕구에 탐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성스러운 탄생과 그 삶을 술로 인하여 포기할 수 없기에 이제라도 술의 정확한 실체는 물론 주도(酒道)에 대한 철저한 지식과 동시에 그것에 대한 지속적인 학습과 훈련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으로 사료된다.

※ ‘강신웅 교수의 향토인문학 이야기’는 이번 호(88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강신웅 교수의 향토인문학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보여준 독자여러분께 감사인사 올립니다. 차후 지면개편 시 새로운 이야기, 더욱 알찬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강신웅(姜信雄)

본지 주필

경상대학교 인문대학장

지리산막걸리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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