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광장] 쌀 한 톨의 가치를 되새기며
[도민광장] 쌀 한 톨의 가치를 되새기며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8.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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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진주사무소장
박성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진주사무소장

고려시대의 뛰어난 문장가인 이규보 선생은 그가 펴낸 ‘동국이상국집’ 햅쌀의 노래(新穀行) 편에서 쌀 한 톨의 가치와 이를 생산하는 농업인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쌀 한 톨 한 톨을 어찌 가벼이 여기랴 / 사람의 생사와 빈부가 달렸는데 / 나는 농부를 부처처럼 존경하느니 / 부처님도 굶주린 사람도 살리기 어렵다네.”

이 글에서 무릇 우리 선현들은 쌀 한 톨이 가지는 의미를 사람의 목숨에다 비유할 만큼 그 가치는 매우 크고 중요함을 가르치고 있으며, 또한 그 쌀을 생산하는 농부의 수고를 부처와 동일 시 하여 존경과 고마움을 함께 표현하고 있다. 어릴 적 밥 한 톨 남기면 “한 톨도 남기지 마라 쌀 한 톨 생산에 농부의 손이 몇 번 가는지 아느냐”며 여지없이 부모님으로부터 호된 꾸중을 듣던 때가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이다.

예로부터 쌀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곡식 이상으로 민족 공동체 문화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모내기철과 김매기 때는 품앗이라는 우리 고유의 상부상조, 상호부조의 정신이 싹트고, 조상님 제사상에는 갓 지은 쌀밥과 떡, 쌀로 빚은 곡주를 올렸다. 이뿐이겠는가. 집안의 경조사에는 떡을 돌리는 것으로 예를 표하였다. 지금도 이사를 오면 이웃에게 떡으로 인사하는 것은 이러한 전통의 발로이다. 이렇듯 쌀은 우리의 혼과 정신이 스며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2001년 충북 청원군에서 발견된 볍씨를 분석한 결과 1만3천 년 전의 것으로 판명되어 쌀의 원산지도 중국이 아닌 한국이라는데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역사와 함께 해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노동 시에도 밥심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쌀은 우리의 삶을 지탱해온 지주인 셈이다.

지난 8월 18일은 쌀의 날이다. 쌀의 가치를 되새기고 소비 촉진을 위해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이 주축이 되어 제정되었고 올해로 6년째에 접어든다. 그러면 왜 쌀의 날을 추수기도 아닌 이 여름 생육 시기에 쌀의 날이 제정되었는지 의문을 품을 것이다. 이는 쌀 한 톨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88번의 농부의 손길이 필요하고 모내기부터 가을 추수까지 농부의 정성이 그만큼 깊다는 것을 의미하며 쌀을 뜻하는 한자어인 미(米)를 구성하는 형성문자도 八(8), 十(10), 八(8)의 의미를 새겨 8월 18일을 쌀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쌀이 차지하는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 쌀 재배기술의 발달과 국민들의 식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1인당 쌀 소비량은 1970년대 136kg였으나, 2010년은 73kg, 작년에는 59kg으로 60kg선마저 무너지는 등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는 육류 소비의 증가, 다양한 가공식품의 발달, 밀가루 음식 위주의 식습관 변화에서 원인이 있을 있으나, 각종 언론에서 쏟아내는 잘못된 정보의 영향도 크다.

다양한 건강 프로그램에서 다이어트 성공 조건으로 쌀의 섭취량을 줄이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고단백 위주의 식이요법을 강조하는 등 쌀이 비만의 주범인양 매도하고, 일부 의사들도 성인병 예방을 위해 쌀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등 소비 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쌀은 오히려 풍부한 식이섬유와 무기질, 지방, 단백질 등을 고르게 함유하고 있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을 줄이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고지방, 단백질 식이요법은 일시적으로 근육세포의 위축 등으로 체중감량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장기간 지속되지 않는다는데 전문가들도 입을 모은다.

이뿐이겠는가 쌀은 이처럼 식량의 역할 외에도 논농업을 통한 담수로 홍수 조절기능, 산소배출, 유기물 분해, 토양유실 방지 등 공익적 기능이 무궁무진하다. 올해 시행되고 있는 공익직불제도 이런 순기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농업인들은 쌀 농업을 통해 환경보전, 농촌공동체 유지, 식품의 안전기능을 제대로 준수하고, 우리 국민들은 8월 18일 쌀의 날을 맞아 민족의 혼이 담긴 쌀 한 톨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며, 소비촉진에 다 같이 동참하여 우리 민족의 주식인 쌀 농업이 한 번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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