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너는 잘 지내고 있니?”
[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너는 잘 지내고 있니?”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9.03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시절엔
녹록하지 않고 각박함 속에서도
빠르게 스치며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눈을 맞추며 유심히 들여다보는
낭만이 있었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내가 아는 지인 중에 정말로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사람이 있다. 아침이면 그분이 속해있는 SNS 밴드에는 좋은 글들이 사진들과 함께 다소곳이 올라와 있다. 늘 읽으면서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한결같이 정성을 쏟고 있는 것이 그저 감탄스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분이 올려 준 글에 “너는 잘 지내고 있니?”라는 말은 네가 그립다는 다른 표현이라는 글이 있었다. 그렇다, 분명 그 감정이 있기도 하다. 또는 반대로 더이상 관심이 없거나 그 관계를 끝내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상반된 감정이 이 글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나는 전자보다 후자의 의미로 그 인사를 건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가 어렸을 때 동네 사람들을 만나서 하는 인사는 “식사는 하셨어요?, 밥은 먹었는가?”였다. 이 인사도 그분의 안위가 걱정되기도 하는 반면에 그 만남의 어색한 순간을 빨리 모면하고 싶은 부분도 분명 있었다.

시대에 따라 우리의 인사말이 조금씩 또는 많이 변했지만 결국은 인간관계를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나아가 인사는 사람에 대한 진솔한 감정이 잘 표현된 말이기도 하다. 오늘 너에게 “잘 지내고 있니?”라는 문자를 보낸다.

내가 보낸 문자 “너는 잘 지내고 있니?”라는 말에 “달이 참 밝네요”라는 답이 왔다. 그 말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면 그저 어젯밤에 너에게는 달이 고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너는 다정하게도 설명을 하고 있었다. 1960년대 일본문학에서는 사랑한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문학적이지 못하다는 풍토 때문에 사랑한다는 말 대신에 “달이 참 밝네요!”라고 표현을 한다는 다소 긴 내용을 보내 주었다.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전지전능한 것으로 오해하고 살고 있을 수 있다. 진정한 그 의미를 알고 살고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언제부터 이 곱디고운 말이 부정적이고 옳지 못한 행동 뒤에도 자연스럽게 붙어서 죄책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지나간 시대의 사람들 감정이 다소 난해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낭만이 있었다. 그들의 삶 속에는 위트와 여유가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의 사는 세상이라고 각박하지 않고 녹록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그들 세상에는 느림의 미학이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스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눈을 맞추어가며 유심히 들여다보며 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직접적인 표현보다 온 우주를 두루 살피고 있는 달에게 감정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진주대로 988, 4층 (칠암동)
  • 대표전화 : 055-743-8000
  • 팩스 : 055-748-14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선효
  • 법인명 : 주식회사 경남미디어
  • 제호 : 경남미디어
  • 등록번호 : 경남 아 02393
  • 등록일 : 2018-09-19
  • 발행일 : 2018-11-11
  • 발행인 : 황인태
  • 편집인 : 황인태
  • 경남미디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미디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7481400@daum.net
ND소프트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선효 055-743-8000 7438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