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가꾸는 사람들] 5000여개의 나무 분재로 이루어진 민간 정원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 5000여개의 나무 분재로 이루어진 민간 정원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9.1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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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최춘화 통영 춘화의 정원 대표 부부

50년간 분재원 운영하면서 직접 분재 만들어
평생 고생한 아내 위해 아내이름을 정원이름으로
지난해 경남도로부터 정식 민간정원에 선정돼
5000개의 분재 하나하나가 각각의 스토리 가져
분재 활용해 분재관광지를 만들고 싶은 게 꿈
경남 통영에 있는 춘화의 정원은 5000여 개의 분재로 이루어진 민간 정원이다.
경남 통영에 있는 춘화의 정원은 5000여 개의 분재로 이루어진 민간 정원이다.

경남 통영의 춘화의 정원 이진구(69)·최춘화 부부는 평생 분재원을 운영해 오다가 지난해 경남도로부터 민간정원에 선정됐다. 춘화의 정원이라는 이름은 평생 고생한 아내를 기리기 위해 남편 이진구씨가 정원이름을 정하면서 아내의 이름으로 했다.

이진구 대표는 20대 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큰 형이 버드나무를 심어서 집을 짓는 것을 보고는 나무를 좋아하게 됐다. 그때부터 나무를 가져다가 분재를 만드는 일을 했다. 조경자격을 따서 조경일도 하면서 끊임없이 분재를 만들었다. 그게 오늘날 5000개가 넘는 분재로 이루어진 춘화의 정원이 됐다.

이 대표는 자기 땅이 없이 분재원을 운영하다 보니 평생 30번이 넘는 이사를 했다. 분재 화분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30번이 넘는 이사를 했으니 그 고생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마침 2000년에 지금의 부지 1200평을 구입하여 이제 이사하지 않고 분재를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

춘화의 정원에는 스토리를 간직한 분재들이 많다. 5000개의 분재 하나하나 모두 이 대표의 손길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씨를 뿌려서 키운 것, 작은 가지를 가져와서 키운 것 등 하나하나에 역사를 담고 있다. 아들의 나무라는 분재는 큰 아들이 한 살 때 업고서 계곡에 놀러가서 실 같이 작은 보리수나무를 가져와 지금까지 키우고 있는 분재이다. 벌써 45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 분재를 볼 때마다 옛날 큰 아들을 업고 놀러갔던 추억이 생각나 팔지 않고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기궁둥이라는 이름을 가진 분재가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생긴 모습이 아기궁둥이 같아서 관광객들이 붙인 이름이다. 실제로 아기궁둥이를 벗겨놓은 것 같은 모양이라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이 대표는 이제 분재는 수요가 줄어서 수익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주거문화가 아파트로 대거 바뀌면서 분재를 둘 곳이 없다 보니 분재에 대한 수요가 사라졌다고 했다. 그래도 5000개의 분재가 모두 자식 같은 것들이어서 이 대표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다.

이 대표는 부지가 좀 넓으면 이 5000개의 분재로 분재관광지를 만들고 싶은 게 꿈이다. 그러나 자신의 대에는 힘들고 아들 대에는 가능하지 않겠냐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아들대에 분재관광지를 만들 수 있도록 지금도 분재 하나하나를 정돈하고 있는 중이다.

통영 춘화의 정원 이진구 최춘화 대표 부부
통영 춘화의 정원 이진구 최춘화 대표 부부

▲춘화의 정원은 언제 시작했나.

-춘화의 정원이라는 이름은 2019년에 지었다. 그런데 나무가 좋아서 분재를 시작한 것은 20대부터이다. 지금 이 땅은 2000년도 매입하였다.

▲춘화의 정원은 어떤 의미인가.

-아내 이름이 춘화이다. 그런데 평생 아내가 저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아내의 고생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정원의 이름을 지으면서 아내의 이름으로 했다.

▲경남도 민간정원으로 선정된 것은 언제인가.

-2019년이다. 그때 춘화의 정원이란 이름으로 등록했다.

▲젊었을 때 나무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

-제가 8남매 중 막내이다. 큰 형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런데 어릴 때 기억이 큰 형이 밭에다가 버드나무를 심어서 그것을 키워 집을 짓더라. 그래서 그때 나무를 키워서 무얼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이 나무일을 하게 된 계기다. 정식으로는 20대에 조경기술을 배워 조경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나무를 가꾸는 일을 하게 됐다. 평생 분재원을 한 거다.

▲그럼 조경일이 생업이었나.

-조경일을 하면서 아내와 통영에서 콩국수를 만들어 팔았다. 그 일을 한 10년 했다. 저녁에 콩국수를 만들어 아침에 나가서 팔고 나면 낮에는 주로 나무를 키우는 일을 했다. 그때만 해도 분재를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고 수요도 있어서 분재를 만들어 파는 일을 했다.

▲그럼 지금 있는 오래된 나무들은 처음 시작할 때 심은 것들인가.

-그렇다. 지금 춘화의 정원에 50년 이상 된 분재들이 많다. 그게 처음 시작할 때 만든 것들이다.

▲분재를 하려면 넓은 땅이 필요하지 않나.

-그렇다. 그래서 이사를 30번은 넘게 했을 것이다. 분재화분을 가지고 이사를 30번 넘게 했으니 그 고생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또 지금은 물주는 게 쉽지만 예전에는 수도시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양동이에 물을 퍼 와서 조리개를 나무에 물을 줬다. 그러니 참 고생이 많았다. 그 고생을 아내가 말없이 다 했다. 그래서 정원의 이름을 춘화의 정원이라고 한 거다.

▲당시에는 분재가 꽤 인기가 있지 않았나.

-그랬다. 그래도 땅 살 돈을 마련하기가 어려워 늘 땅을 빌려서 분재를 하다 보니 이사를 많이 하게 됐다.

▲그럼, 지금 땅을 마련하고부터 여기에 정착하게 된 건가.

-그렇다. 2000년도에 이 땅을 마련하고부터 여기에 정착해서 분재를 하게 된 거다. 그런데 정착하고부터 분재에 대한 인기가 사라져 사실 돈을 벌지는 못했다.

▲분재의 인기가 왜 사라졌나.

-아파트의 보급 때문이라고 한다.

▲아파트의 보급과 분재수요의 감소가 연관이 있나.

-그렇다. 주택에는 마당도 있으니 분재를 둘 곳이 있다. 그러나 아파트는 분재를 둘 곳이 없다. 베란다도 다 고쳐서 거실로 활용할 정도이니. 또 아파트에서는 분재가 곧 시들어 죽는다고 한다. 그러니 분재를 살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분재에 대한 수요가 사라진 거다.

▲그래도 고급주택이나 골프장 등 분재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지 않나.

-그런 곳은 대형 분재나 고급 분재를 필요로 한다. 가격이 1억 원 이상 되는 나무들이다. 일반 대중의 수요가 많아야 하는데 그런 수요는 다 사라졌다.

▲그럼 춘화의 정원 수익은 어떻게 만드나.

-분재 파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카페를 한다. 카페를 해도 그것이 먹고사는 정도에 불과하다. 큰 수익모델은 없다.

▲그럼 어떻게 유지하나.

-워낙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제 노동력으로 하는 일이다. 또 아이들도 다 커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큰돈 들어갈 일도 없다. 저희 부부가 늙어가면서 좋아하는 일 하는 거다. 분재를 다듬는 일은 꼭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 아니 아이 키우는 것보다 더 손길이 많이 간다. 이거는 좋아하지 않으면 못한다.

▲관람객은 좀 있나.

-경남 민간정원에 선정되고 나서부터 관람객이 늘었다. 또 카페를 하니까 손님이 늘어났다. 카페가 없을 때는 분재를 보고 싶어도 부담이 돼서 손님들이 정원에 들어오지를 못했다. 그런데 카페에 와서 차 한 잔 하면서 자연스럽게 분재를 볼 수 있으니 손님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고 하더라. 그렇게 부담 없이 분재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사기도 하고 그런다. 카페가 없을 때보다 분재판매도 늘었다.

▲춘화의 정원에는 분재가 몇 개나 있나.

-약 5000개 정도 된다. 국내에서는 굴지의 규모이다.

▲여기에 있는 분재 하나하나 직접 다 만든 것인가.

-그렇다. 어떤 것은 씨를 심어서 싹을 틔워 키운 것이고 어떤 것은 가지 하나를 가져와서 삽목을 해서 키운 것들이다. 큰 나무를 가져와서 분재를 만든 것은 거의 없다.

▲5000개의 분재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다 있겠다.

-그렇다. 분재 하나하나가 다 자식 같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재가 있나.

-아들나무라는 게 있다. 아들이 한 살 때 업고 계곡에 놀러간 일이 있었다. 그때 집에 오는데 계곡에 실같이 걸려있는 보리수나무(뽈똥 나무)가 눈에 띄었다. 그것을 가져와 키웠다. 45년 된 나무다. 아들의 나이와 같다. 그래서 그 나무를 보면 늘 그때 아들을 업고 계곡에 가서 놀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아들나무라 이름 짓고 소중히 여기고 있다.

▲또 다른 유명한 나무는 어떤 게 있나.

-관광객들이 아기궁둥이라는 이름을 붙인 나무가 있다.

▲그건 어떤 건가.

-생긴 모습이 아이의 벗은 모습 궁둥이를 닮았다고 해서 관광객들이 붙인 이름이다. 실제로 꼭 아기 궁둥이 모습을 닮았다. 관광객들이 오면 가장 좋아하는 나무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

-꿈이 분재관광지를 꾸미는 것이다. 부지가 좀 넓으면 춘화의 정원이 보유하고 있는 5000개의 분재를 잘 전시하면 훌륭한 분재관광지가 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그런 여유가 없다. 제 후대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자식들이 춘화의 정원을 물려받으려고 하나.

-아들 한 명, 딸 한 명이 있는데 아들이 관심있어 한다. 그래서 아들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그런데 지금 형태로는 안된다.

▲왜 그런가.

-지금 형태로는 일이 너무 많다. 우리야 평생 일을 해 왔으니까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못한다. 그래서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좀 정리를 해야 한다. 지금 그 작업을 하고 있다. 대담 황인태 회장

춘화의 정원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아기궁둥이 분재’. 생긴 모습이 아기궁둥이 같아서 관광객들이 붙인 이름이다.
춘화의 정원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아기궁둥이 분재’. 생긴 모습이 아기궁둥이 같아서 관광객들이 붙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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