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 세상엿보기] 나는 꼰대다
[김용희의 세상엿보기] 나는 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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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1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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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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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꼰대다. 왜냐하면 왜 BTS ‘다이나마이트’가 빌보드 연속 1위인지 이해되지 않기에, 왜 게임산업이 돈이 되는지, 싸이 강남스타일이 왜 그리 인구에 회자 될 일인지, 한류드라마에 왜 중국인 동남아인이 열광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난 꼰대다. 꼰대 X세대는 Y세대는 물론 당연히 Z세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지난해 30대가 강남아파트를 가장 많이 구입한 방법을 알지 못하고, 왜 그토록 영끌을 해서라도 생산적인(?) 일보다는 개인적 이재 축재에만 올인하는지, 명분보다는 실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기에, 은퇴하고 고향으로 낙향한 가난한 대법관이 왜 아들에게는 인기없는 아비인지 이해되지 않기에 아예 싹수 노란 꼰대다.

언제부터 꼰대였느냐 하면 서태지의 ‘난 알아요’부터다. 왜 저 요상한(?) 노래에 아이들이 저리도 열광하는지를 도대체 이해하지 못하면서, 아~ 난 사회적으로 종이 다른, 아니지 다른 게 아니라 미흡하고 흠결있는 어느 기능 하나가 빠져서 성능이 부족한 꼰대란 걸 어쩔 수 없이 인식하게 된 것 같다.

그런데 같은 꼰대세대인데도 이건 이해 못하겠다. 산책길에 등산로에 개천변에 나가면 턱스크 코스크 한 인간들은 왜 전부 꼰대세대들인지, 차라리 노스크 하지. 그리고 강북 불량주거촌에 거주하는 주민이 왜 강남 부촌에 사는 갑부들보다 더 태극기부대에 열광하는지, 국가에서 받은 것도 별로 없는데 상대적으로 밀려나 이리 살면서도 왜 기존체제 자본주의를 저리도 옹호하는지, 문정부는 어떻게든 약자 편에, 진보는 ‘사람이 먼저다’ 정부인데.

강남 24평 25억인데 지방 24평은 2억 쯤 가나? 이게 문정부 탓이라고? 그러면 세금 더 높이라고 죽기살기로 데모해야지 왜 무주택자나 비강남은 말이 없고 유주택자 강남주인만 세금때문에 못살겠다고 데모 여론몰이 하도록 자애로운 눈으로 동조하는 흠모하는 시각으로 지그시 바라보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직지심체요절 서양의 구텐베르크 금속 인쇄술보다 68년 앞섰다. 이규보의 동국여지승람이 그걸 기록하고 있고 직지 하권은 지금 프랑스 박물관에 유일하게 한 부 보관 중이다.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서양 권위주의는 뿌리부터 지금 북극의 빙하 녹아내리듯 녹기 시작했다. 지식의 보편화, 시민혁명 산업혁명 그렇게 근대사회는 태동했다. 지식과 정보의 일반화, 우린 한문시대에 살아온 민족이다. 한문은 문자로 만든 진입장벽이다. 중국은 애시당초부터 그렇게 권위주의 사회를 기획했다.

세종대왕이 왜 세종인지 우린 그걸 이제야 깨닫는다. 측우기 발명 민생정치 희생정치 그게 아니다. 그분의 혜안과 철학 때문이다. 문자진입 장벽을 거둬내 백성이 사람되는 세상 그것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학자란 인간들 “개가 글자를 알면 사람행사 하려 한다”고 한글은 제작보다 그래서 반포가 더욱 어려웠던 것이라고.

금속활자를 먼저 만들면 뭐 하냐고, 문자장벽에 또 막힌 걸, 소리글자 하나가 상형글자 표의글자는 최소 십수개다. 이걸 어떻게 공부하냐고, 글자공부하다 인생 다 보내면 생산활동은 언제 하냐고, 어려운 한자 막 써대는 인간들을 어쩌면 꼰대다. 난 이 정도라고 뽐내고 싶은, 난 우등하고 특별하고 너네들과는 다르다고.

라틴어가 한자를 닮았다. 문자진입 장벽, 그래서 성경은 아람어 히브리어로 쓰였는데 그걸 또 라틴어로 바꾼 게 그 깊은 검은 의도를 감춘 교부시대 아니던가.

우린 푸코와 니체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누가 어떤 얘기를 하면 그 얘기의 내용을 듣지 말고 왜 저런 얘기를 하는지, 진리나 진실은 그 내용이 문제 아니라 누가 왜 저리 말하는가가 문제라고. 사람이 깨어나는 법은 해서 어쩌면 단순하다.

나는 꼰대다. 그러나 검찰이 기소되거나 처벌받은 비율이 일반인의 수백분의 일, 그들은 왜 울산고래고기 사건을 일으켜도 고소장을 위조해도 처벌받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난 꼰대다. 보여주기식 쇼라 할지라도 임명장 들고 중방본 한 시간 달려가서 10분 동안 임명장 전달하고 오는 문대통령, 일년 새 늙어버린 정은경 본부장이 가족보다는 직원들과 같이 임명장 받고 울컥하는 모습에 따라서 울컥해지는 꼰대이고 싶다. BTS를 이해 못해도 그들의 능력과 방시혁이란 분의 그 자유주의를 사랑하고픈 나는 꼰대다.

핵이란 개념없는 소위 비대칭 전략무기가 나오면서 전쟁은 끝났다. 한 방이면 상황종료인데 무슨 전쟁! 강대국 약소국 의미없다. 세계 120위 북한이 1위 미국과 맞짱 뜰 수 있는 이유다. 이제 싫건 좋건 북한은 싸워야 할 상대가 아니라 타협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여기서부터 남북관계 해법은 시작되어야 한다. 트럼프도 안다. 김정은 핵포기 안 한다는 것. 인질범이 인질 풀어주면 협상카드 없어지는데, 이건 타짜 수준이 아니라 비풍초만 배워도 안다. 다 아는 것을 아무도 모른 척하지 않는 것, 최소 이것만은 수용하고픈 꼰대다.

텔로미어 조정해서 영생도 가능하다는 미래, 인공지능끼리 대화하는 시대, 그보다 0.7도만 올라도 회복탄력성 잃어버린다는 지구, 지금은 완전히 다른 시대에 우린 이미 와 있다. 그래도 툰베리라는 소녀가 우리나라 있었다면 공부하기 싫어 엉뚱짓하는 문제학생 되었을 그런 사회가 되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아는 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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